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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제의를 신중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지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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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1-01-10 15:28 조회18,5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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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제의를 신중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지는 게임


북한이 1월 1일의 신년 공동사설,  5일의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에 이어 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를 통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숨넘어가듯 촉구했다. 그 진의는 아래 한 마디에 담겨 있다.


“만나보지도 않고 ‘진정성’ 운운하며 여러 조건부를 앞세우는 것 자체가 진정성 있는 태도라 할 수 없다. 우리 대화 제안에는 아무런 조건부도 없으며 그 진의를 의심할 것도 없다”


일단 만나고 보자는 것이다.

한국이 이 말에 솔깃하여 “만나는 것 자체를 거부할 필요가 있느냐”며  순제의든 역제의든 대화에 응했다가는 온갖 바가지를 쓰게 돼 있다. 남북이 대화를 하기로 했고, 그 날짜가 북이 요구하는 대로 1-2월, 또는 느지감치 12월이라 하자. 그러면 1월 19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미중 정상회담이 초점을 잃게 된다. 미국이 준비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보따리를 송두리째 쓸모없게 만드는 것이다. 


중국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납북한이 서로 대화하기로 약정이 돼 있지 않는가? 그 대화를 일단 지켜보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하면서 미북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로 잡혀 있는 한반도 문제를 피해가게 된다. 한국이 대화를 하겠다는 눈치만 보여도 중국이 이를 이용하여 “한국이 지금 대화를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하면서 미국의 압박을 피해갈 것이다. 북괴가 노리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보도에 나타난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의 생각을 살펴보면 참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처럼 가슴이 졸여진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북의 어떤 제의가 있더라도 북이 먼저 무릎을 꿇기 전에는 철저히 무시해야 할 것이다. 아래는 우려를 유발하는 기사들이다.  


                                            동아일보


“통일부 당국자는 9일 ‘1990년대 이후 줄곧 대남 비방의 주역이던 조평통이 전향적인 대남 대화 제의를 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24일 정부가 천안함 폭침사건 대응조치를 발표하자 다음 날 오후 조평통이 담화를 내고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며 독설을 늘어놓은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아시아투데이


“정부는 일단 북한의 대화공세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연일 남북 당국간 대화 재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언급이 없고, 또 정부 명의가 아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같은 대남기구를 통한 제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정부의 기본 입장은 향후 북한의 태도를 봐가면서 검토한다는 것’이라며 구체적 조치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도 북한의 ‘공세적’ 대화제의에 적잖이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 실제 조건 없이 남북 당국간 조속한 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한 북한의 조평통 담화에 정부 당국자들도 파격적이라고 평가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9일 ‘조평통이 남측에 대화를 제의한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1990년대 이후 조평통은 남북관계가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대남 비방을 도맡아 왔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류는 일단 북한의 의도를 다각적으로 면밀히 분석하면서도 이번에는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북한이 신년공동사설과 연합성명에 이어 조평통 대변인 담화에 이르기까지 대화 재개를 위한 공식입장을 여러 차례 공언함으로써 정부로서도 이를 쉽게 무시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 한국 정부가 대화를 거부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진정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화를 역제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국 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역으로 북측에 제시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또한 북한이 강조하는 ‘중대한 민족문제’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아시아투데이)


                                             중앙일보


“통일부는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현인택 장관 앞으로 당국 대화 제의를 담은 대남 전통문을 보내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한 당국자가 전했다. 이 당국자는 ‘3개 지 신년공동사설 등을 통해 새해 벽두부터 대남 대화 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이 금명간 전화통지문을 통해 구체적 제안을 해올 것으로 본다’며 ‘남북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이나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 등을 내세운 당국 및 적십자 회담 제의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주말에 현인택 장관 주재의 대책회의를 잇따라 열어 이런 내용을 포함한 여러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북한의 회담 공세는 가해자가 피해자 행세를 하며 천안함·연평도 도발과 우라늄 핵개발 책임에서 빠져나가려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북측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만큼 우리가 먼저 나서거나 호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외교안보 라인 내에서는 이르면 금주 시작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논의와 19일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면서 남북대화 문제를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중앙)



2011.1.10.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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