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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영원히 나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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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2-02-19 00:16 조회2,7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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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히 나는 새

 

신도시들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많은 방들 중 내가 갈 방은 없었다

밤이면 불이 켜지는 아파트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부부들이 창 안의 조명 받으면서

웃고 손놀림하면서 맛을 즐기고

선술집 희미한 불빛

흔들리는 조명 받고

한 잔 술에 온갖 낭만 얹어 가면서

느긋하고 아늑하게 느끼는 자유의 공간

 

밤이면 조용한 서재에서

유리창 저 너머 흔들거리는 별빛 보며

조용한 고전 리듬에 취해보고

낙서도 하고

상상도 하고

 

졸음이 찾아들면

순종하는

지극히 평범한 자유공간에서

나날을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이 세상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는 오로지 이 한 가지

자유만을 누리고 싶었다

 

내가 걸어온 길은

험난한 전사의 길이었지만

내가 바라보았던

지평선은 오로지

자유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그림 같은 공간이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런 꿈의 공간이 없다

그런 공간

내 남은 생전에 있을까

 

나를 기다리는 공간은

2년 동안 나를 밀폐시킬

교도소 공간이다

거기를 가지 않으려고

나는 낼부터 그날까지

날개를 저어야 한다

 

강한 바람은

나를 교도소로 몰아가는데

나는 부나비 신세되어

의미 없는 날개짓만 한다

 

어느 날 내 두뇌와 심장이 멈춰도

늙은 살점은

자율신경에 의해 부르르 떨겠지

 

오늘 나는 이런 운명을 자각했다

나는 대법원 상고가 기각되는 그날

이 세상을 하직할 것이다

더럽게 형성된 사주팔자에 순응할 것이다

 

?

나에겐 더 이상 저을

날개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뒷날 사람들은 말하겠지

못난 놈

병신 같은 놈

세상 적당히 살지

제깟놈이 뭐 잘 났다고

 

내 날개에는 이미 에너지가 없다

이런 나를 향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얼굴들

이젠 쳐다 볼 에너지가 없다

 

그들과 나 사이에는 무엇이 다른가

오로지 에너지 차이다

나의 에너지는 80에너지다

 

사무엘 울맨이 청춘이라는 시를 썼다

80의 청춘이 있고

20의 늙은이가 있다 했던가

 

사무엘의 80은 행복한 지성인의 나이다

하지만 나의 80은 갈갈이 찢겨진 나이다

그래도 나는 호랑이 등을 탄 죄로

영원히 내릴 수가 없다

 

나래를 저을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내리고 싶다

하지만 내리면 더 빨리 죽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늙어빠진 날개나마 젖는다

내가 잠시라도 앉아서 쉴 수 있는

나뭇가지

그 어디에도 없다

 

2022.2.18. 지만원

www.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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