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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헛물켜면 우리만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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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11-04 14:44 조회22,7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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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에 헛물켜면 우리만 망한다


대통령이 느닷없이 “통일은 반드시 온다. 통일세를 걷어야 할 때다” 애드벌룬을 띄웠다. 수많은 언론들과 지식인들 그리고 정부 사람들이 이에 호응했다. 많은 정부 요인들이 김정일이 죽으면 급변사태가 오고 급변사태가 오면 곧 통일로 연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한다. 통일이 반드시 온다는 희망을 갖는 것은 좋겠지만 그렇게 믿어서는 안 될 이유들이 있다.


첫째, 북한의 급변사태는 결코 통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뒤집어서 생각해 보자. 만일 한국의 어느 빨갱이 대통령이 있어서 몇 사람들이 짜고 한국을 북한에 바치려고 할 때를 가정해 보자. 낌새를 챈 주위 사람들이 용서하지 못할 것이고 미국이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모두가 한편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이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혜성과 같은 사나이가 나타나 정권을 잡는다 해도 그는 절대로 북한을 남한에 바치지 못한다. 북한에서 힘을 가진 모두가 집단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한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어느 바보가 자기가 잡은 권력을 남한에 갖다 바치겠는가? 여기에 더해 중국 역시 이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동서독의 주변에는 오늘날의 미국도 오늘날의 중국도 없었다. 이러한 메커니즘 상 가까운 장래에는 통일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그런데 어째서 세금을 걷어 창고에 넣어두고 사장을 시켜야 하는가? 


둘째, 설사 기적이 일어나 통일이 된다 해도 지금은 걱정이다. 옛날 동독 인구는 서독 인구의 4분의1(25%)에 불과했다. 그리고 당시 서독 경제와 서독 정치는 상위 랭킹에 있었다. 그런데도 예상치 않은 통일을 맞아 독일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서독 사이에 존재했던 생활습관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고통을 안고 산다. 아마도 대다수의 동서독 주민들이 내심으로는 통일을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에 반해 북한 인구는 남한 인구의 50%나 된다. 북한사회에서 DNA가 굳어진 근로 습관들, 생활습관들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스스로를 벌어 먹일 줄 모르는 2,300만 인구는 중국도 먹여줄 수 없고 우리도 먹여줄 수 없다. 더구나 우리의 정치 능력과 사회관리 능력은 서독에 비해 많이 후진돼 있다. 정치가 썩고 사회가 썩어 남한의 반쪽만을 가지고도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데, 얼마나 유능한 지도자가 언제 나와서 남북한이 합쳐진 복잡다단한 집단을 제대로 관리하겠는가?     

     

셋째, 통일이 곧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북한을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적을 적으로 여기지 않으면 적에게 먹히게 돼 있다. 이것이 가장 무서운 심리전이다. 곧 통일이 되면 핵도 곧 우리 것이 되는데 어려운 북한 동포를 어째서 외면해야 하느냐는 정서가 확산된다. 이는 매우 위험하다. 있을 수 없는 통일을 곧 있을 것이라는 정서를 확신시키는 것은 적을 돕기 위한 심리전일 수밖에 없다. 


넷째, 국민 모두가 통일에 대한 욕심을 가지면 적색분자들에게 사기 당한다. 욕심이 없으면 사기도 당하지 않는다. 사기를 당한 사람은 남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먼저 자기 자신이 욕심을 가졌다는 사실을 비판해야 할 것이다. 우리식의 통일이 불가능한 시기에 통일에 대한 욕심을 가지면 우리는 적화통일 당한다.


“북한은 북한이고 남한은 남한이다. 통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잊고 살자” 이것이 우리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2010.11.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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