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가진 게 없는 분으로부터 받은 성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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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4-13 23:21 조회21,44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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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가진 게 없는 분으로부터 받은 성금
건강이 나빠, 소나무가 가장 많고 인구밀도가 가장 적은 미국의 서해 북쪽 워싱턴 주를 찾아 가신 오막사리 선생님. 2-3개월마다 제게 200달러의 수표를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그 분이 그래도 미국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그 정도의 성금은 여유 있게 내실 수 있는 위치에 계신 것으로 알고 성금을 받을 때마다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수표를 보내 주실 때마다 한선생님은 메일을 보내셨습니다. 제목은 언제나 한결같이 “그리운 박사님!”이었습니다.
그런 한 선생님이 모처럼 조국인 한국을 방문하셨습니다. 4월 7일, 도착 다음 날 서울의 변두리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전철을 타고 한선생님 거처 쪽으로 갔습니다. 그분은 서울 지리를 너무 모르시니까요. 멀리서 마주보고 인도를 걸었습니다. 얼굴이 보일 수 없는 먼 거리에서 한 선생님은 손을 흔들었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을 텐데 선생님은 어찌 저를 향해 두 손을 높이 들어 흔들어 주셨을까요? 3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주고받는 말이 서로를 더욱 가깝게 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는 그 분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커피를 나누면서, 그리고 생태탕을 점심으로 나누면서도 제 손을 붙잡고 기도를 하셨습니다. 그 기도가 너무 진솔하기 때문에 그 기도의 말씀이 두 사람 사이를 더욱 가깝게 좁혀주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절대자가 계신다는 것은 믿습니다. 그런데 그 절대자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결정이 없습니다. 더러는 예수라 하고, 더러는 마호메트라 하고 더러는 부처님이라 합니다만 저는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이들은 모두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저는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존재들 중에는 절대자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자에게는 생노병사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게 있다면 절대자일 수가 없지요. 예수님은 수많은 기적을 보여주셨다 합니다. 하지만 섭씨 100도에서 살아가는 곤충이 어째서 그렇게 창조되었는지, 누가 창조했는지를 생각하면 절대자는 예수님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아주 아주 높은 존재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절대자는 어디에 계실까요? 저는 절대자가 양심에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수를 믿지 않아도 제가 옳게 산다면 예수님도 저를 예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석가를 믿지 않아도 제가 예쁘게 살면 석가도 저를 예뻐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만일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하면 예수님은 더 분노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심이 바로 절대자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게 제 종교관입니다.
어느 목사님은 자기 말고는 거의가 다 사이비 목사라 하시더군요. 크리스챤과 기독교인은 다르다 하시더군요. 크리스챤과 기독교인이 다르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했더니, 그 목사님은 크리스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 마귀의 자식이라 하시더군요. 저를 앞에 놓고 크리스챤을 이해하지 못하고, 하느님으로부터 구원의 사인을 받지 못한 사람은 마귀의 자식이라 하시더군요. 저는 화를 냈습니다. 바로 당신 같은 목사가 사회를 분열시키는 사람이라고.
글의 흐름이 옆으로 샜습니다만 저는 한선생님을 참으로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 분을 만나고부터 저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분은 저보다 더 가진 것이 없는 분이었습니다. 그 분을 만나고부터 저는 제가 가진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오늘(4.13) 또 한 선생님은 제게 짜투리 시간이 난다며 제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커피숍에서 1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시간에는 매우 짠 저이지만 이번 주중에 또 한 번 저녁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분에서는 산소가 풍겼으니까요.
철학은 어디에서 생산될까요? 다른 사람에게 생명과 신선함을 주는 산소는 어디에서 생산 될까요?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은 구원받지 못한 마귀의 자식이기 때문에 상종하기 싫다고 면전에서 말씀하신 그 목사님을 저는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분으로부터는 산소도 나오지 않았고, 철학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오랜 만에 나오신 이름 없는 분으로부터는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산소가 나오고 철학이 나왔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더 이상 성금을 보내지 말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애국적 표현을 제가 대신해드렸고, 자기가 분석할 수 없는 것을 분석해 주어서 십일조 하는 마음으로 하시는 것”이라고!
이번에 그 분은 한국에 오셔서 아주 아주 변두리에 크리스챤 체인으로 좁은 방 하나를 1일 8천원씩에 얻어 두 분이 자취를 하시면서 핸드폰도 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계십니다. 그러면서도 400달러를 국민의 함성에 내주셨습니다. 못 받겠다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가슴이 매우 아픕니다. 제가 죄를 짓는 것 같습니다.
“저 하늘을 날으는 새를 보아라. 내일 먹을 것, 내일 잠잘 곳을 걱정하더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의 비비안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미국에서 오신 한 선생님이 바로 그런 새였습니다.
2010.4.13.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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