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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냐 장군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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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3-26 18:17 조회28,0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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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 의사냐 장군이냐?


순국 100년을 맞아 지난 100년간 ‘의사’로 불리던 안중근의 호칭을 갑자기 장군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육군은 아예 지난 3월 23일 '안중근 장군'으로 공식 호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월 25일에는 육군본부 지휘관 회의실을 '안중근 장군실'로 명명하고 개관식도 가졌다한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수십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의사'를 1년에 60명씩 배출되는 '장군'으로 부른다는 것은 안중근 의사를 격하시키는 것"이라고 반대하는 모양이다. 뉴스 매체들과 인터넷에는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이에 대해 필자도 한몫 끼어들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그분을 장군으로 부르는 것에 반대한다. 장군 호칭이 좋으냐 나쁘냐에 대해 많은 이유들이 나와 있지만 필자는 당시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판단을 가장 중요시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의 선조들은 그들의 개념에 따라 안중근과 윤봉길에는‘의사’라는 칭호를 붙였고, 이준과 유관순에는 ‘열사’라는 칭호를 붙였고, 이순신, 김좌진, 이범석에는 장군이라는 칭호를 붙였고, 이런 호칭들은 지금까지 아무런 저항 없이 그분들을 기리는 마음가짐으로 사용돼왔다. 그분들에 대한 평가도 당대의 평가가 으뜸인 것이고, 그분들에 붙여준 호칭의 적절성도 당대의 호칭이 가장 으뜸인 것이다. 


이승만과 함께 살았던 선배들은 당시에 이승만을 김구보다 훨씬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사이의 사람들은 이승만을 매국노라 하고 김구를 가장 존경스러운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이처럼 당대를 살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당대의 인물을 평가하고 묘사하는 것에는 왜곡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가 군인정신의 표상이기 때문에 장군이라 불러야 한다면 윤봉길에 대해서는 왜 장군을 달아주자 하지 않는 것이며, 무골의 상징인 김구에게는 왜 장군이라는 호칭을 붙이자 하지 않는가?


안중근 의사는 당대의 선각자로 광산회사도 설립한 바 있었고, 사립학교를 설립한 바도 있으며 의거 당시에만 의병이 되어 일본군과 싸웠다. 재판을 받을 때 그는 그의 신분이 민간인이 아니라 ‘대한의군 참모중장’ 이라는 군인 신분으로 적군인 일본군과 맞서 싸웠기 때문에 제네바 협정에 따라 대우받아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 “위국헌신 군인본분”이었다 한다. 이런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를 장군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모양이다. 하지만 의병은 정식 군대가 아니었으며, 한 때 소규모의 의병을 지휘했다 해서 장군이라 칭한다면 이순신 장군이나 김좌진 장군 등과 비교할 때 개념상의 혼돈이 온다. 안중근의 생애와 이순신 및 김좌진의 생애는 패러다임 상으로 일치할 수 없다.


또한 옛날의 장군과 지금의 장군들에 대한 일반 인식도 천지차이다. 옛날에 우리 선조들이 부르던 장군들에 대한 존경심은 대단했다. 1년에 수십 명씩 쏟아져 나오는 지금의 국화빵 식 장군들과 차이가 많은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애국정신을 군인정신으로 계승하자는 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옛 선조들이 당시에 붙여준 호칭을 바꾸어 현대판식 장군으로 개칭해 부르는 것은 어색하기도 이를 데 없지만 안중근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필자와 같은 경우 중위-대위 시절에 고급사령부 근무를 하면서 장군들을 많이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장군보다는 박사라는 호칭이 더 갖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다. 장군도 박사도 대통령도 사회적 계급이다. 그러나 의사는 국가를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한 정신적 표상이며, 모든 사회적 계급을 초월하여 우뚝 서 있는 초계급적 존재다. 장군은 대통령 아래 존재하는 계급이다. 안중근의 정신적 위상이 대통령 아래 존재하는 위상이란 말인가? 안중근 의사가 옛날부터 장군으로 호칭되었다면 몰라도 지금에 와서 별 설득력 없는 1-2개의 이유를 달아 그에게 장군의 옷을 입히자는 것은 생뚱맞다.       


또한 안중근은 일본의 침략을 나쁜 행위라는 공격적 명분을 개발하기 위해 동양평화론과 세계평화론을 폈던 모양이다. 나라들끼리 서로 사이좋게 살아야 평화가 유지되는 것인데 일본의 침략은 동양평화뿐만 아니라 세계평화를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나서서 징벌을 해야 한다는 이론을 편 듯하다. 이를 놓고 그를 위대한 사상가라고 주장들을 하는 모양이다. 영웅을 만들어내고 싶다면 그를 영웅으로 불러야 옳다. 그는 이론의 여지없이 영웅인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 몇 마디를 놓고 그를 사상가라고 자리매김 시킨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국제사회의 기라성 같은 사상가들은 무슨 사상가들이란 말인가? 국제기준에 혼돈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인물을 평가하는데 국제기준을 적용하고, 당대의 판단들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육군이 본받아야 할 장군상은 안중근 의사 말고도 얼마든지 많다. 우리나라 장군들도 있고, 외국의 장군들도 있다. 안중근은 이등박문을 저격할 당시 30세 청년이었다. 사상가도 장군도 아닌 것이다. 그가 이등박문을 저격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안중근이 탄생할 수 없었다. 그에 대한 공적과 그에 대한 평가에 사용될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이등박문을 저격한 사실 그리고 그 후 그가 보여준 위풍당당한 모습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 나라에는 어째서 비이성적인 쏠림현상이 이토록 심한지 알 수 없다. 쏠림현상을 경계하고 어지러운 사회에서 가장 냉철하게 중심을 잡아야 할 육군 지휘관들이 이렇게 가볍게 행동하니 그 실망이 참으로 큰 것이다.


2010.3.26.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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