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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시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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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09-12-15 16:44 조회28,8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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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력시비에 대하여


필자가 조갑제 기자의 학력에 대해 언급한 사실에 대해 더러의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모양이다. "고졸 출신이 열심히 애국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조갑제 기자는 열심히 애국운동을 하지 않았느냐?" "링컨도 노무현도 대통령까지 했지 않느냐?"  

그렇다. 고졸출신이 대통령을 한다는 것은 많은 국민들에 불만이겠지만 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또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12.12 및 5.18에 대한 역사를 바로 쓰는 일은 학문분야의 논문이다. 고졸 출신이, '논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논문'을 쓴다는 것은 학문 질서 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졸 출신은 대통령은 될 수 있어도 논문만큼은 쓸 수 없다. 12.12 및 5.18 역사는 대학원생으로서도 참으로 쓰기 어려운 난제의 논문이다. 대학원생이 논문을 쓰려면 일정량의 코스워크를 이수한 이후에야 쓸 수 있다. 즉 학문적 라이선스가 있는 사람만이 논문을 쓸 자격이 있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 조갑제의 경우는 12.12 및 5.18에 대한 역사논문을 쓸 수 있는 라이선스가 없다. 그러하기에 그는 논문에 접근하는 법조차 모른다. 모든 주장에는 증거가 따라야 하고, 증거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논리적 추론(Logical Inference)을 이끌어내는 논리전개(Reasoning out)가 있어야 한다. 논리력에 대한 상당한 훈련이 없으면 불가능한 능력인 것이다.


그런데 조갑제의 경우에는 겨우 정승화가 구술한 자료나 장태완이 쓴 자서전 등만을 가지고 그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정승화와 장태완은 훌륭하고 정직한 군인이어서 그들의 말은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다. 논리전개((Reasoning out)가 없고, 인용자료(Reference)도 없다. 예리하지도 않은 직관(Intuition)과  주장만을  나열하는 식으로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은 수사기록에 있는 수기 등을 나열해 놓은 것이 그가 쓴 역사의 전부일 것이다. 이런 논문은 단 10분 만에 교수로부터 불합격 판정을 받게 된다.            


링컨도 김대중도 노무현도 마쓰시타 고노스케도 있다. 모두가 저학력으로 출세한 사람들이다. 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조갑제가 애국운동을 열심히 하고 선생님 소리를 듣고 있다. 이 역시 매우 고무적인 일이고 칭찬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조갑제가 역사 논문을 쓴다? 이것만은 허용될 수 없다. 이것은 학문사회의 룰을 유린하는 행위다.

더구나 조갑제의 역사쓰기에는 논문이 요구하는 모든 요건들이 충족돼 있지 않으며, 논리적 접근방법(Way of Approach)과 논리적 전개방법((Way of Reasoning out)이 투영돼 있지 않다. 한 마디로 논문을 쓸 수 있는 기초수업(Course Work)이 전혀 없는 것이다. 라이선스가 없는 데에는 없을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교수의 눈에는 이것이 금방 보인다. 이렇게 쓴 자료를 가지고 역사라며 많은 장소에 다니면서 역사 강의를 하고, 라이선스도 없이 왜곡된 견해를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는 것은 도덕률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의 옆에는 라이선스를 가지고 쓴 12.12 및 5.18에 대한 역사책이 있다. 이에 대한 반론 없이 그는 오직 그가 정승화로부터 들은 이야기만 전하고 다닌다. 이는 아카데미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몰지각한 매너에 속한다. 아카데미언이 아님을 스스로 노출시키는 부끄러운 행위인 것이다.         


필자가 학력을 언급한 것은 일반 생활공간에서 학력차별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존재하는 학문계의 룰을 말한 것이다.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라면 필자의 학력 언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필자의 학력 언급을 학력차별이라고 반기를 드는 것은 학문세계를 잘 모르고 하는 행동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학문적 라이선스가 존중받는 세상에 살고 있는 한, 이런 식의 학벌차별은 정당한 것이며, 학위 없는 사람들이  기분상해 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의사의 라이선스 없는 사람이 어떻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며, 운전 라이선스가 없는 사람이 어찌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겠는가? 논문 라이선스도 이와 같은 것이다. 


2009.12.15.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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