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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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1-10-15 23:45 조회2,54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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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구
나이가 들면 친구가 바뀌고
친구 개념도 바뀐다
지금 현재
내 친구는 누굴까
얼굴 아는 친구일까
뒤에서 조용히 사랑해주는
얼굴 모르는 친구일까
친구
난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얘기 들었다
아들은 아버지 돈으로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친구가 한사람도 없어 보였다
하루는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는 왜 친구가 없으세요
너는 친구가 많으냐
그럼요
제 친구는 백 명도 더 돼요
아버지가 말했다
제일 친한 친구를 골라봐라
아들이 가장 친한 친구를 찍었다
아버지가 제안했다
피 흘리는 돼지 한 마리를 지게에 지고
밤중에 먼저 네 친구 집에 가고
그 다음에 내 친구 집에 가자
그리고 친구에게
내가 살인을 했는데
시체를 광속에 숨겨 달라
말하기로 하자
아들은 장담했다
제 친구는 얼른
광문을 열어 줄 것입니다
그래 가자
아버지가 돼지를 지게에 지고
아들 뒤를 따랐다
으슥한 자정이었다
대문을 두드리니 아들 친구가 나왔다
아들은 약속한 그 말을 했다
아들 친구가
지게를 지고 온 사람의 행색을 살폈다
어색한 표정을 짓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
아들의 기가 꺾였다
이번에는 아들이
지게를 지고 아버지 뒤를 따랐다
대문을 두드리며
여보게
나 아무개일세
아버지 친구가 대문을 열었다
자네
이 늦은 시각에 웬일인가
일단 어서 들어오게
아버지가 아들과 약속한 말을 했다
젊은이가 짊어진 지게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
눈치를 챈 친구는
쉿~ 어서 들어오게
그리고 곧바로 광문을 열고
시체를 숨겼다
그리고 세 남자는
밤중에 조촐한 주안상에
둘러앉았다
백 명도 넘는다는 아들 친구 중에는
진정한 친구가 없었다
생전에 단 한사람의 친구만 있다면
그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다
친구에 대해서는
계산이 없어야 한다
친구의 입장은 절대적으로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감싸주는 마음 가진 사람이
진정한 친구이니라
해맑은 여름 밤
멍석 깔고
아버지 팔 베고
명멸하는 별 보고
나르는 반딧불 보면서
들었던 아득한 이야기다
2021.10.15.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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