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가 북한군 찾아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1-10-23 22:49 조회3,622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통계가 북한군 찾아냈다
나는 통계학을 배우기 전이었던 1968년, 포병대대 사격지휘 장교가 되어 밤마다 상황실을 관리했다. 날마다 상황병은 상급부대로부터 전통을 받았는데 거의 모두가 정보상황이었다. 상황병들은 상급부대 병사들이 불러주는 좌표들을 다 기록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장교들은 하루에도 10여 장이 넘는 정보상황을 읽을 때, 좌표를 무시하고 대략 개념만 파악하고 덮었다. 이렇게 덮인 정보 상황철은 영원히 읽혀지지 않았다.
나는 누구도 중요시하지 않는 좌표를 중시했다. 그리고 시간대별 상황판을 여러 개 만들어 전통을 받을 때마다 지도 위에 점을 찍으라 했다. 한 두 개의 점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한 달 치가 모이니까 베트콩이 각 시간대별로 어디에서 활동하는가에 대한 분포가 드러났다. 나에게 일일이 물어보지도 않아도 병사들은 스스로 알아서 사격을 했다. 노획된 베트콩 문서에는 한국포에는 눈이 달렸다고 기록돼 있었다한다.
1985년 작성된 안기부 [5.18상황일지 및 피해현황] 제 33~55의 23개 쪽에는 무기고별 탈취된 무기현황들이 나열돼 있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참 많이도 탈취 당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95년에 서울지방경찰청과 국방부 검찰부가 공동 작성한 [5.18관련사건 수사결과]는 아래와 같이 기재돼 있다. 역시 ‘많이 빼앗겼구나~’ 하는 느낌만 주는 기재였다.
나는 이 안기부 자료 23개 쪽을 통계화 했다. 그리고 23개 쪽에 나열된 자료에 의미(inference)를 부여했다. 통계(statistics)가 중요한 것은 추론(inference) 즉 해석이다. 해석 없는 통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같은 자료에 대해 안부부나 군이나 겸찰이 해석한 것은 “나주, 화순 등등에서 무기고가 많이 털렸다”는 것이었다. 반면 내가 해석으로 내놓은 것은 자세했다.
“600명의 별동대가 5월 21일 아침 8시에 20사단 차량부대가 광주 톨게이트를 정확히 8시에 통과한다는 극비 정보를 입수한 후 매복해 있다가 습격하여 사단장용 지프차 등 14대의 지휘부 지프차를 빼앗아 아시아자동차공장으로 가서 운전매뉴얼 없이는 운전이 불가한 신형 장갑차 4대와 군용트럭 370여 대를 몰고 각지로 출발하여 전남 17개 시-군에 위장돼 있는 38개 무기고를 낮 12시로부터 오후 4시까지 4시간 만에 털어 5,400여 개의 총기와 8톤 분량의 TNT를 탈취하였다. 어린 초중고학생, 실직자, 노동자, 농민이 80~90%를 차지하는 조직력 없고 학습력 없는 광주 부나비들이 과연 이런 엔테베급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까?”
군 상황일지, 안기부 상황일지, 검찰 수사결과 보고서를 읽으면 북한군이 보이지 않지만 내가 이끌어낸 통계 해석에는 북한군이 역력히 보인다.
2021.10.23. 지만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