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을 보내면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1-07-31 23:40 조회3,126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7월을 보내면서
20세 전후
나는 독서와 사색을 통해
내가 훗날 되고 싶어 하는
인간상을 찾아냈다
영원한 자유인
그런데
1998년부터 24년 동안
나는 영원한 피고인으로 살았다
더블 피고인
트리플 피고인
피고인 아닐 때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피고인의 황혼기인 것이다
내가 재판받은 사건은 몇 개나 될까
100건까지는 일일이 세었다
그러다 세는 것도 지쳤다
아마 200건은 넘을 것 같다
답변서 한 개 쓰려면
자료 찾고
논리 세우고
그 논리가 상대방에
잘 전달되도록
쓰고 또 쓴다
내 인생은 답변서 인생이다
- 지만원 시, ‘영원한 피고인’ 중에서-
큰 고기 배에 묶었다
상어 떼가 달려들었다
그들과 전쟁을 했다
노인은 뼈만 매달고 왔다
그 뼈만이
노인의 하루를 설명하는 증거였다
고기와 싸우느라 인생가고
상어와 싸우느라 인생가고
결국 남는 건 기록뿐이런가
-지만원 시, ‘헤밍웨이의 노인’ 중에서
7월의 꼬리 날, 나는 아침 4시부터 [5.18 답변서]의 머리말을 썼다. 이 머리말을 기획사에 넘기면 [5.18답변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 2020노804]가 편집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탈북자 답변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 2018고단4449]라는 또 다른 두꺼운 책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2019년 2월, 나를 고소한 탈북자 12명은 아마도 하태경을 따르면 지만원을 작살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들의 정체에 대해 시비를 거는 사람을 영원히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광주 등에서 17세로 구두닦이와 철가방 배달원을 하던 사람들은 노숙자담요가 북한 얼굴이라고 감정한 얼굴이 자기 얼굴이라며 사기소송을 해왔다. 5.18기념년재단이 꾸민 마지막 단말마에 이용된 부나비들이었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로 이들 12명의 탈북자들은 노숙자담요가 그들의 얼굴이라고 감정한 얼굴이 자기 얼굴이 아니라며 고소를 한 것이다.
광주인들이나 탈북인들이나 다 같이 더티한 사람들이다. 내게 고소를 한 광주인들은 대부분 잘해야 중학교를 간신히 마친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를 고소한 탈북자들은 남한에 와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적 명사들이 돼 있다. 영혼을 보면 탈북자들이 더 교활하다. 광주의 부나비들은 교활한 5.18기념재단 소속의 빨갱이 간부들에 놀아났지만, 탈북자들은 독립적 지식인으로 더티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상적으로는 탈북자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처음 이들로부터 집단 고소를 당했을 때 나는 이들의 뒤를 캐기 위한 노동력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 머나 먼 천리 길을 걸아야만 하는 시지프스와도 같은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드디어 최근 12명의 탈북자들이 예외 없이 위장 탈북자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여기까지 나는 무려 4개월 동안 집요하게 매달렸다. 정리를 해놓고 보니 그 내용들은 그 어느 소설보다 더 재미있고 코믹하고 배신감과 공분을 유발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물론 선량한 탈북자들에게는 다소 억울한 피해가 갈 수도 있겠지만 우리 국민은 유명행세 하는 탈북자들의 정체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디.
8월 1일부터는 발간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 5.18재판은 9월 8일에 계획돼 있기 때문에 늦어도 이 두 책들은 8월 20일 이전에 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마도 이 두 개의 책은 내 인생 서쪽 하늘을 가장 아름답게 수놓을 수 있는 별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알고 있는 이 인스턴트 사회에서는 이 두 책의 내용 자체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분석서이고, 역사적 의미가 가장 큰 책이기 때문이다.
7월 28일, 임종석 측 변호인이 법원에 ‘고소취하및처벌불원서’를 제출해왔다. 2016고단4449라는 사건 번호를 만들어낸 임종석은 사라지고, 이 사건에 병합된 12명의 탈북자들이 이 사건 번호를 홀로 달고 있는 것이다. 임종석이 고소를 취하하는 이 아늑한 순간에 이르기에는 재판장과 임종석을 상대로 스릴 넘치는 싸움이 있었다. 천하의 임종석도 그가 점령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세상을 전처럼 함부로 그리고 만만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하나의 깨달음이 있었을 것으로 상상된다.
나는 반드시 악(Evel)을 이길 것이다. 7전8기, 내가 스스로 선택해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니라 호랑이 등을 타고 온 길이었다. 찔리고 쥐어 박히고, 협박받으면서 걸었다. 2002년 광주로 압송돼간 이래 만20년 동안 오로지 이 하나의 길을 걸었다. 학문적 자유, 표현의 자유, 그리고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해 반사적으로 투쟁해왔다. 그리고 나는 아마도 곧 헤밍웨이의 노인처럼 천진난만한 소년의 말 친구가 될 것이다. 자식뻘 되는 광주 검찰-경찰로부터 당한 수모에는 눈을 감고 오로지 내가 배에 매달고 온 큰 고기, 굵은 뼈대에 잉태돼 있을 고난과 눈물의 역사를 홀로 기억할 것이다.
2021.7.31. 지만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