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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존심과 한일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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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9-09-27 01:57 조회4,8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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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자존심과 한일병합 

                    

       후쿠자와 유키치의 탈아입구론 (1885) 원문 해석

 

"서구화의 바람이 동양을 향해 불어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모든 국가는 서구사회와 더불어 이 운동에 동참하여 문명의 열매를 맛보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문명은 홍역과 같지만, 여러 이로운 점을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홍역보다는 이롭다. 그러므로 국가는 문명에 거역할 수 없으며 이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문명화 과정에서 보수적인 정부(도쿠가와 막부)는 걸림돌일 뿐이며 이를 뒤집어야만 일본에서 문명화를 이룰 수 있다. 옛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얻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아시아를 벗어나는 것'(脫亞)이다. 비록 일본이 이미 정신적으로는 아시아를 벗어났지만, 이웃의 두 나라(한국과 중국)는 개혁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나라들의 유교적 가르침은 모두 위선적이고 뻔뻔할 뿐이다. 중국과 일본의 개혁이 실패한다면, 이들은 곧 세계 열강에게 나라를 빼앗길 것이다. 서구인들은 언제나 일본, 중국, 한국을 같은 문화를 가진 비슷한 나라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일본에게 걸림돌이 될 뿐이다. 나쁜 친구를 사귀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마찬가지로 나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일본은 이웃의 나쁜 아시아 나라들과 관계를 끊어야 한다.  『時事新報1885明治1816

 

갑신정변은 1884124, 탈아입구론은 1885316일에 발표되었다. 갑신정변이 유키치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을 것이라는 상상이 간다. 그는 왜 아시아를 야만의 상태에서 문명의 상태로 변화시키려 했을까? 미국과 유럽 제국의 자원쟁탈 차원에서 해석하는 것이 일반론적 견해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정신적 차원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는 그가 사랑하는 제자들이 숙청당하는 데 분개했다. 이들이 가2진 개화의 정열을 살려 조선을 개화시키고, 무지한 조선사람들을 무능한 폭군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조선왕조를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을 수 있다. 이 시대 이전에 일본에는 잡다한 무사들에 의해 이른바 정환론이라는 이슈가 제기됐지만 무사들의 무사적 발언들은 별로 일본사회에 큰 기별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갑신정변 사태를 직접 대면한 유키치는 단호한 목표를 정했을 것이다. “조선왕조를 제거하라바로 이것이 1910년의 한일병합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역사는 사실과 해석으로 구성된다. 정한론은 조선을 정벌하자는 것이었고, 유키치는 조선과 중국을 개화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본은 실제로 조선과 중국을 다 점령하여 두 나라를 다 개화시키다 미국을 침공하는 바람에 이 모든 꿈을 접어야 했다. 아마도 유키치에게는 이런 생각이 있었을 것 같다. 만일 일본이 조선과 중국을 개화시키지 못하면 아시아는 미개한 조선과 중국 때문에 서양이 점령할 것이며, 조선과 중국이 서양에 점령당하면 일본은 고립화되어 자연 소멸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66년을 살다 갔다. 그런데 일본의 최고액 지폐인 1만 엔 권에 그의 초상이 실렸다. 그가 왜 일본 최고의 인물로 선정되었을까? 저자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나는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그를 위해 소통언어를 마련한 위대한 학자였다는 사실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서구에 먹히지 말아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구를 알고 서구를 견제하자, 서구를 견제하려면 아시아의 취약국가인 조선과 중국을 개화시켜야 한다. 개화시키려면 조선왕조와 중국왕조를 없애야 한다. 이런 전략을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 이유인 서구문물을 소화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통역언어들을 창작하는 일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이등박문에 의해 실현됐다. 하지만 그는 철저히 스승의 자리를 지켰다. 산케이신문의 전신인 지지신보를 창립했고, 오늘의 게이오 대학 전신인 게이오 의숙을 세웠다. 유키치는 또한 한성주보, 한성순보등 조선 최초의 신문사가 건립될 때 한글 활자의 제작과 신문사 설립을 위해 많은 자금이 제공되도록 노력해 주었다.

 

결론적으로 일본인 일반은 당시 가장 선구자였던 후쿠자와 유키치를 따랐고, 그가 가리키는 손끝을 향해 합심해 달렸다. 그보다 6살 아래인 이토 히로부미는 그의 종이 되겠다 선언했다. 그리고 일본은 조선과 중국의 개화 작업에 나섰다. 저자는 저자가 저술한 뚝섬무지개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것은 인간 지만원이 혼자 그런 길을 걸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국으로 하여금 그 어느 누구도 가려하지 않는 험난한 길을 가도록 유도했다. 그가 제시한 정책방향이 일본사회에 먹혀들었던 것은 그가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실용적인 대학자였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일본사회가 그의 말을 존중했던 것은 일본인 일반이 학문적 질서실력의 질서에 순종하는 문명인으로 발전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명화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한 단계 발전한 이론을 내놓으면 거의 모두가 순종한다. 하지만 문명화되지 못한 사회에서는 아래도 없고 위도 없다. 오로지 권력과 폭력의 노예로 살 뿐이다.

  

2019.9.27.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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