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품은 김정은의 통치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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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9-08-12 16:49 조회4,21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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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품은 김정은의 통치상품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9/2019080902281.html
아래는 조선일보에 투고된 태영호 글이다. 일부만 발췌 한다.
북한의 모든 상점은 국가소유다. 특히 일본 상품을 판매하는 외화 상점의 기본 사명은 김씨 일가와 북한정권 유지에 필요한 외화벌이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들고나오는 것 자체가 '반당·반혁명적인 반체제 활동'으로 분류될 수 있다. . . 이 세상에서 가장 반일적인 나라로 알려진 북한의 기득권층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상품 최고 애호가다. 그들은 유럽이나 한국상품보다는 일본상품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의 우월성을 먼저 터득했다.
1950년대 말부터 일본에서 '재포(북한에서 재일동포를 낮춰 부르는 말)'가 대거 북한으로 이주하면서 일본에서 쓰고 살던 물품을 대부분 가지고 왔다. 당시 평양거리를 거닐던 재일동포들은 몸 냄새부터 달랐다. 그들이 입고 있던 일본산 옷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내가 어릴 때 우리 마을에서 흰색 도요타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재일동포가 있었다. 소련산 '볼가' 승용차밖에 보지 못했던 나는 정신없이 차 안을 구경했다. . .
1980년대 초부터 김정일의 지시로 북한에는 일본 상품을 들여다 파는 외화 상점들이 곳곳에 생겼다. 매달 북한선박 '만경봉호'가 두 나라 항구를 오가면서 일본상품을 들여왔다. 김정일이 일본제 TV, 내의, 냉장고, 녹음기 등을 부하들에게 하사하는 '선물 정치'가 시작됐다. 김정일이 하사한 일본산 선물이 집안에 몇 개 있는가가 간부들의 지위를 평가하는 잣대가 됐다. 내가 결혼할 때 간부였던 처가에서 김정일이 하사한 도시바TV를 우리 집에 예단으로 보내줬다. 수십 년 썼는데 고장 한번 안 났다.
평양시 중심 구역인 모란봉 구역 북새거리에는 일본상품만 전문으로 파는 류경상점, 북새상점 등이 있다. 북새거리는 '히타치거리' '재포거리'라고 불린다. 거기서 파는 전자제품, 술·맥주, 보석 등은 일반 주민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싸지만 부유층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구매한다.
김정일은 전속 일본 요리사를 옆에 두고 일본 스시를 즐겼다. 김정일 시대에는 영국산 담배 로스만과 일본산 마일드세븐이 인기였는데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엘리트층은 일본산 담배 '피스(PEACE)'로 바꾸었다. 요즘에는 높은 간부와 거래하려면 '피스' 정도는 주어야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민들에게 최고 인기 있는 일본 제품은 중고 자전거다. 오래 사용해도 튼튼해서 이동수단이나 장마당 장사를 위해 짐을 싣고 다니기에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본의 대북 제재로 수입 통로가 많이 막혔지만 2000년대 초에는 한 해에 몇만 대씩 들어왔다.
일제 중고 자전거는 품질에 따라 50~150달러 정도로 거래된다. 북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높은 가격이지만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중국산이나 북한산 새 자전거보다 선호한다. 소문으로는 북한으로 들어간 대부분 중고 자전거는 일본 지방 당국이 기차역 앞에 주인 없이 방치된 자전거를 고철업자들에게 판 것을 재일동포들이 다시 싸게 사서 북한으로 보낸다고 한다.
2019.8.12.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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