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방’을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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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5-04-12 18:34 조회86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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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방’을 찾는 사람들
내외신 기자들의 공통된 질문
한국 기자들이나 외국 기자들이나 똑같이 나에게 묻는 것은 "5.18이 확실하게 북한이 주도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단 한 방의 증거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이 기자의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사건이든 단 한방으로 사리판단이 끝난다면 판사든, 기업의 오너이든 머리 아프게 수많은 조각정보들을 수집해서 분석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유능한 분석가와 그렇지 못한 분석가와의 격차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5.18에 대한 단 한방의 사실증거가 있다면 무엇 때문에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기를 기다려가면서 20여 년씩이나 연구(research)를 하겠는가?
가장 훌륭한 정보란?
영국에는 ‘military balance’라는 최고급 군사정보지를 생산하는 기구가 있다. IISS(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다. 그 유명한 기관은 40년 전까지만 해도 으리으리한 건물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나무들이 마찰하는 소리가 나는 건물을 쓰고 있었다. 2층의 넓은 공간에 들어서면 연구자들 모두가 다 세계의 신문들과 잡지들을 오려서 스크랩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물으니 누구나 다 똑같은 대답을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고급 정보는 적장의 서랍에서 꺼내온 것이 아니라 남들이 지나치는 조각 자료들을 많이 보아 가장 예리한 분석을 통해 내리는 연구자의 평가서입니다.” 전 세계에 걸쳐 군사관련 연구자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신뢰하는 ‘military balance’는 물론 그 기관의 연구서 내용들이 존중받고 있는 이유가 이런 연구 방법에 있었던 것이다. 이와 똑같은 내용이 내가 1971년 다녔던 ‘전량정보’ 1년 과정에서 첫 시간에 배운 내용이었다.
내가 쓴 17권의 5.18책의 성격
내가 발굴한 정황증거가 42개나 된다. 정황증거 하나하나를 보면, 해석의 질이 좋을 수 없다. 하지만 정황증거가 쌓이면 해석의 질적 차원이 상승한다. 5.18은 북한이 주도한 게릴라작전이었다는 표현은 사실(팩트)의 표현이 아니라 42개의 정황증거들을 놓고 한 학자가 평가한 내용이다.
모든 학술적 내용은 ‘사실’과 연구자의 ‘평가’ 또는 ‘해석’으로 구성돼 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의도적으로 사실인 것처럼 쓰는 것은 법 심판의 대상이 되지만, 사실 또는 사실들에 대한 종합평가는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나를 감옥에 넣은 것은 내가 사실을 왜곡했기 때문이 아니라, ‘학자의 해석’부분에 대해서다.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평가 내용이 광주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감옥에 넣은 것이다. 이만큼 무서운 세상이 된 것이다.
2025.4.12.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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