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이순자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를 읽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진달래1 작성일22-10-07 13:17 조회3,460회 댓글8건관련링크
본문
II <이순자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를 읽고
보통 이런 상황 속에서는 당사자는 극도의 적개심과 분노로 치를 떨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전두환 대통령은
자신이 기획하고 유치해 기적같이 이뤄낸 88올림픽 개막식 날, 서울올림픽을 ‘나치 히틀러의 베를린 올림픽’이라며 비난했던 야당 정치인들이 귀빈석을 차지하고 귀빈석에 앉아 있었지만, 정작 주인공인 자신은 초대받지 못하고 초라하게 집에서 TV로 시청하면서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 것을 기뻐하였고,
여소야대 정국을 맞아 ‘5공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 언론에 ‘외국 추방’, ‘은둔’, ‘낙향’이라는 단어가 들려오고, 노태우가 결국 자신을 ‘권좌를 이용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사치스런 생활로 살아간 후진국 지도자로 매도하려는 의도로 공작을 할 때 ‘죽어도 이 땅에서 죽겠노라’면서 결국 백담사행을 택할 때,
청와대가 연출한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친인척과 측근들에 대한 조사와 구속의 소용돌이라는 이른바 ‘비리정국’을 만들고는 밀사가 대국민 담화문에 경악할 만한 재산내역 공개가 아닌 ‘전 재산 헌납’을 요구했을 때 ‘어차피 나라를 위해 자신이 없어져줘야만 한다면 서슴 없이 떠나주는 것이 믿었던 노태우가 나랏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고,
청와대가 국민과 야당의 요구라며 끈질기게 압박해온 ‘5공청산’ 목록들 – 친인척 구속, 사죄, 재산헌납, 해외망명, 은둔 – 등이 청와대의 감춰진 진심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백담사 생활 8개월만에 자기가 퇴임 후 상왕 노릇을 하려는 집념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6공 정부는 ‘5공’과 단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직접 아들에게 언명한 김옥숙 여사의 말에도 노태우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었고,
백담사 유배 중에서도 100일 기도 때 원수를 갚아달라든가, 일신의 안위를 구하지 않고, 오직 국태민안 영가천도를 빌었고,
89년 12월 31일 온 국민이 보는 가운데 한 인간과 그 사람의 통치시대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과 한풀이 속에서 진행된 5공 청산을 위해 전임 대통령의 국회 증언을 수락해달라는 밀사의 말에 흥분과 분노와 배신감으로 어쩔 줄 몰라 하다가도 결국 이를 수락한 일,
자신이 창당해 평화적 정부 이양과 올림픽 성공 등을 이룩한, 애정을 쏟았던 정당이 후계자에 의해 맥없이 해체되는 와중에도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의 말을 전한 일,
김영삼 대통령이 6.27지자체선거 참패에 이른 15대 총선을 위해 12.12와 5.17, 5.18을 다시 문제 삼아 두 전직 대통령을 사법처리하고, 5,6공 세력들을 수구세력으로 몰아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한 뒤 새로운 정계개편을 통해 민주계 중심의 정권 재창출을 성공시킨다는 시나리오 아래 MBC의 ‘제4공화국’과 SBS의 ‘코리아게이트’ 방영으로 포문을 열어 합수부 인사들을 철저히 악한 인물로, 김재규 장태완 3김을 선의 상징으로 묘사하면서, 계엄군이 광주 시민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모습을 방영하는 등 날조 왜곡된 드라마를 계획적으로 줄기차게, 악의적으로 보도하면서도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본인에게 해명할 수조차 없게 얽어매어놓고는 항복을 받아내려고 하였고,
10월 19일에는 노대통령의 비자금계좌를 폭로하면서 공작정치 보복극을 벌였고, 11월 24일에는 김영삼 대통령이 이른바 ‘역사바로세우기’라는 미명 아래 12.12와 5.18 관련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선언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튿날인 95년 12월 2일 ‘김영삼 정부가 과거 청산을 무리하게 앞세워 이승만 정권을 친일정부로, 3,5,6공화국을 내란에 의한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여 과거 모든 정권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으니,
현 정부의 이념적 투명성을 걱정하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자신의 역사관을 분명히 해달라’는 소위 ‘군사반란세력’과 야합한 김대통령의 행적을 추궁하는 ‘골목성명’을 발표하자 이에 진노하여 12월 3일 새벽 잠옷바람의 전직 대통령을 연행해 안양교도소에 수감하자, 27일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단식으로 항거했는데,
김영삼 대통령은 정식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12.12사건을 ‘우리 헌정사의 오점’이며 ‘치욕의 날’로, 정치자금 사건에 대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부정축재’로, 5.17에 대해서는 ‘쿠테타의 망령’이라고 단정함으로써 재판에 앞서 유죄를 선고하는 폭거를 주저하지 않았고, 김대중 총재 조차 “김영삼 대통령의 전,노씨에 대한 사법처리는 사실상 절반은 정치보복”이라고 할 정도였던 재판에 회고록을 쓰는 심경으로 응한 일
재판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이들에 대해서도, 특히 권정달이 배신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때도 그들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미워하지 말자고 했던 일,
사형이라는 1심판결을 받고서도 항소를 거부하다가 변호인단이 ‘법정에서 밝혀진 진실이 비록 재판의 판결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가능한 모든 기회를 이용해 증인과 증거를 통한 사실 검증을 재판 기록으로 남겨야만 훗날이라도 그 소중한 진실이 살아남을 수 있으니 결코 항소 기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변호인단의 눈물의 호소를 수락한 일,
항소심에도 불구하고 무고한 양민을 학살했다는 ‘학살자’누명을 씌우지 못하자 무기징역 판결을 내렸어도 더 이상은 국력을 낭비하게 할 수 없다면서 상고를 포기한 일,
퇴임 후 10년 동안 집요하게 전씨를 강타한 수난은 97년 12월 사면복권 됨으로써 막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추징금 환수라는 올가미가 씌어져 있었고 정지권력은 대를 이어가면서 필요에 따라 그 올가미를 당겨 숨통을 조여왔다. 재앙의 뿌리는 ‘5.18특별법’에 따른 비자금 사건의 대법원 판결 즉 재임 중 거둔 정치자금은 모두 뇌물이고 뇌물로 받은 돈은 그것이 이미 정치자금으로 사용된 것인지 여부를 따질 것 없이, 모두 개인이 물어내야 한다는 것으로, 퇴임 25년이 지났지만 전대통령과 주변에 대해서 무차별로 재산을 몰수하게 되자 검찰이 주장하는 2205억을 기소한 것에 대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 기업인들이 수사를 받고 송사에 휘말릴 것을 염려하여 혼자 감당하기로 했던 일
‘수 많은 양민을 학살하고 권력을 찬탈한 파렴치한 인간’, ‘나라를 들어먹은 대역죄인’이라고 신문 방송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 들려온 무서운 오해와 저주의 말들이 난무한 가운데, 5.18때 억울하게 죽은 224명의 이름과 이 폭동을 진압하다가 목숨을 잃은 군인들의 명단과 5공 시절에 일어난 시위와 중요사건의 희생자들, 경찰들, 아웅산 묘소 테러 사건으로 숨진 순국선열과 당시 남편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부인을 포함한 18분, 사할린 상공 KAL기 격추사고로 숨진 263분, 버마 상공 KAL기 폭파사고로 희생된 115분들에 대한 이름을 일일이 손으로 써가며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을 쏟아 붓는 이순자 여사의 두 번에 걸친 49일의 영가천도 기도와 백담사에서 두 분 내외의 100일 기도
6.29선언(민주화 조치)이야말로 이제 곧 권력의 갑옷을 벗고 혈혈단신으로 황야를 걸어나갈 자신이 집권과정에서 빚어진 여러 가지 오해와 의심의 고리를 한꺼번에 풀 수 있는 마지막 결정적인 기회를 양보하고, 자신을 밟고서라도 성공하라면서 끝까지 노태우의 공으로 돌린 일
선거에 불리한 직선제를 수용하면서 8.15특사로 김대중씨를 풀어준 일
자신을 나락으로 끌어내린 원수 중의 원수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간 일 등은 세상사를 초탈한 위인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저절로 머리가 조아려진다. 감동을 넘어 경이로 이 위인을 바라보게 한다!
맹자가 이르기를,
'그러므로 하늘이 장차 큰 일을 그 사람에게 맡기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근육과 뼈를 깎는 고통을 주고, 몸을 굶주리게 하고, 궁핍하게 하여, 하는 일마다 틀어지고 하고자 하는 바대로 이루지 못하게 한다. 이는 (감당할 수 없는 일로) 마음을 흔들어 참아내게 하여, 해내지 못하던 바를 능히 감당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孟子曰 (舜發於畎畝之中 傳說舉於版築之閒 膠鬲舉於魚鹽之中 管夷吾舉於士 孫淑敖舉於海 百理奚舉於市)故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行拂亂其所爲. 所以動心忍性 曾益其所不能也 孟子 告子章句 下15
자서전에 보면 전두환 대통령이 했던 예언적인 말이 나온다.
'청와대를 떠나기 전날 밤,
“이 순간 내가 당신에게 꼭 해줘야 할 얘기가 있소. 우리 당에서 후임 대통령이 나오고 그가 아무리 내 친구라 해도 퇴임 후 반드시 안락한 생활이 우리를 기다린다는 보장은 없소. 권력이란, 개인적 욕심에 물들게 되면 마성이 드러나기도 하는 것인 데다 권력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첫 경험인 만큼 누구도 퇴임 대통령이 임기 후 대체 어떤 대접을 받게 될른 지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실험적 상황인 거요. 다만 확실한 것이 있다면 이제 우리는 우리를 보호해주던 권력의 갑옷을 벗어버리고 황야로 나서야 한다는 사실이요. 이제부터 나보다 앞섰던 대통령들에게 권력이양이 왜 그토록 어려운 것이었던가를 우리 스스로 알아내고 치러내야 하는 한 가지 관문이 더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솔직히 말해 그날 그이의 말은 운명적일 만치 깊은 예언의 뜻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나는 경고 같던 그이의 충고를 전혀 긴장감 없이 듣고 있었다. 나는 그이 말이 그저 권력을 내어주고 떠나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당연히 느껴지는 감상이나 노파심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이제부터는 더욱 겸손하고 검소한 자연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을 왜 저토록 비극적 대사 같은 언어로 표현하는 것일까, 의아했을 뿐이었다.'
내가 만약 그였다면 나는 끊임 없이 닥쳐오는 그 많은 시련을 감당할 수 없어, 수 없이 좌절하며 분을 이기지 못해 생을 스스로 포기했으리라!
댓글목록
candide님의 댓글
candide 작성일
2탄~!!
목마름 끝에
맹자님 말씀? 중국어로 돼 있네.
그러므로 하늘이... 감당하게 하기 위함이니라...
(그 뜻인가요?)
진달래 선생님이 직접 녹음해서 올려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다 중국이 정 떨어졌는데 중국어는 깊이가 있고 듣기 좋던데요
진달래1님의 댓글
진달래1 작성일
마오광풍이 휩슬고 간 중국 공산당이 집권한 근현대와 위진남북조수당명청의 고대는 다르지요!
맹자 고자장구 하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을 인용한 것인데, 이는 하늘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감당하게 하기 위해 그 처럼 모진 고초를 겪에 한다는 뜻으로 나옵니다
***
첨부 : 좌빨들이 5.18, 세월호, 4.3에 이어 이제는 여순반란사건 피해자 보상도 시작했네요!
국민 혈세를 빨아먹는 사람을 늘려 우군으로 삼으려는 술책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어이가 없지만,
믿는 윤정권 아래서도 마찬가지니, 이를 어쩐다....
시사논객님의 댓글
시사논객 작성일
이순자 자서전 책이 아직 없으신 분들은 유튜브 이순자 자서전 playlist 에서 프롤로그부터 제3장 2화까지 영상 오디오북을 시청하며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y1djSD3FaRwr5xLz9ke_rbDJyYAaaCPQ
진달래1님의 댓글
진달래1 작성일시사논객님 덕분에 책을 읽게 되어 너무 감사드립니다! 꾸벅 ^.^
시사논객님의 댓글
시사논객 작성일이순자 자서전 독서후기, 서평, 혹은 감상문을 쓰신 진달래1님의 뛰어나신 문필력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꽤 두꺼운 책의 세세한 내용들이 한 눈에 들어오게 쓰셨으며, 진한 감동을 주는 독서후기를 쓰셨습니다. 음미하며 또 읽고 싶은 글, 공유하고 싶은 글입니다.
candide님의 댓글
candide 작성일
책 사기 전까지는 안보겠다(?) 했었는데, 사이트 주소를 남겨주신 것에
감동돼서 열어봤더니 이렇게 좋은걸~ 몰랐어요~~
처음 열었을때는 하나만 달랑 열리고 다음 영상들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는데
두번째 열어보니까 플레이리스트로 자동으로 묶여서 나옵니다.
플레이리스트는 개별적으로 체크 표시해서 만들 수 있긴 하지만, 기분이 확 다르네요.
플러스 자리에 클릭해서 체크 표시로 만들었어요.
한편당 시간도 너무 길지 않고 부담감도 없어서 읽기(듣기) 좋습니다.
근사한 제복을 입은 육사 생도 한 명이 후배들에게 둘러싸여
무언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 청년의 멋진 사관학교 제복 때문이었을까.
유난히 좌중을 압도하는 패기가 느껴져 유심히 그 모습을 눈여겨 보게 되었었다.
그런데 너무도 신기한 일이었다. 그 청명한 가을 날 불쑥 경화동 집으로
아버지를 찾아온 많은 청년들 중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참모장님 계시냐고 묻던
그 가운데 청년 그는 바로 1년 전 동창회에서 보았던 바로 그 육사 생도였다.....
"감동"
의병신백훈님의 댓글
의병신백훈 작성일감사합니다 진달래님 감사합니다
장여사님의 댓글
장여사 작성일
저는 처음 나왔을때 사서 읽었습니다.
광주에서 5.18 재판받을때도 절대 사과하지말라고
전두환 전대통령이나 변호사에게 연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