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마인드 > 국정논단

본문 바로가기

System Club 시스템클럽

국정논단 목록

기업경영 | 시스템 마인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7:24 조회13,815회 댓글0건

본문

                

문화는 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의식의 집합체다. 우리는 선진국의 문화를 동경한다. 하지만 동경만 했지, 그 문화를 만들어 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착안하지 못했다. 문화를 훌륭하게 가꾸기 위해서는 의식을 훌륭하게 가꿔야 하며, 의식을 훌륭하게 가꾸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훌륭하게 가꿔야 한다.


시스템이 어떻게 의식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자. 세 대의 공중 전화기가 있다. 한국인들은 세 줄을 선다. 그러나 선진국 사람들은 한 줄을 선다. 가장 짧은 줄을 골라서 섰지만 그날은 재수가 안 좋아 오래 기다렸다. 그때 무엇을 느낄까. "일찍 와야 소용없다. 줄을 잘 서야 한다." 사회 곳곳이 이처럼 요행에 의해 차례를 배분한다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요행의식이 자랄 것이다. 요행이 차례를 배당해주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저축할 것인가? 반면 선진국 사람들은 한 줄을 선다. 맨 앞에 서있는 사람이 먼저 끝나는 전화를 차지한다. 일찍 오면 일찍 차례가 온다. 예측도 가능해진다. 사회 곳곳이 이렇게 논리에 의해 차례가 배분되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논리의식이 자란다.


동대문과 종로통은 상가 밀집 지역이다. 짐차들이 부지런히 다니면서 짐을 날라야 경기가 활성화된다. 뉴욕같이 복잡한 도시도 대형차가 상점 앞에 20분 간 정차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상가에는 이것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가끔씩 단속반이 나와 있으면 용달차들이 짐을 부리지 못해 수십 바퀴를 돌면서 눈치를 살핀다. 시간, 자원, 공해상의 엄청난 낭비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성의 파괴다. 눈치 보는 습관이 길러지는 것이다. 한국 국민의 의식은 선천적으로 못난 것이 아니다. 바로 이렇게 눈치를 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시스템이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1982년의 싱가포르 공항건물 처마 밑에는 택시 손님들이 마치 전기요의 전기 줄처럼 지그재그 식으로 서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는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을 차례로 세우는 방법이다. 줄만 그어놓아도 세계 각지 각층에서 온 사람들이 센스 하나로 줄을 서는 것이다. 일 열로 들어온 택시는 마치 6개의 빗 날처럼 갈라진 승차 대 앞에 정차하여 6팀의 손님을 동시에 태우고 떠났다.


반면 한국공항에서는 지금도 손님도 일 열, 차량도 일 열로 늘어서 있다. 10번째 서 있는 손님과 택시는 통상 20-30분을 기다려야 한다. 택시 기사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다. 택시기사들은 기다린 시간에 해당하는 돈을 누군가로부터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가지요금에 대한 유혹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에 대해 정부와 이용객들은 손가락질만 해왔다.


싱가포르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 기내에서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손님들께서 공항 택시를 이용하실 때에는 미터기 요금에 싱가포르 달러로 3달러를 더 얹어 주십시오. 미터기 요금은 시내 주행용으로 설정됐습니다. 시내와 공항은 3달러만큼 떨어져 있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손해 보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에 그만큼 바가지를 씌우고 싶은 마음이 줄어드는 것이다.  


택시를 타면 앞좌석 앞에 붙어있는 인적사항부터 수첩에 적어놓는 게 좋다. 미국 달러와 싱가포르 달러간의 환율 계산에 혼돈이 와서 돈을 더 주었다거나 택시에 두고 내린 물건이 있을 경우를 위해서다. 이럴 경우 손님은 그가 묵고 있는 호텔의 프론트 데스크에 택시 번호를 제시하고 사정을 설명한다. 그러면 경찰이 택시 기사를 데리고 와서 문제를 즉시 해결해 준다. 바가지를 씌울 생각은 아예 꿈조차 꾸지 못한다.


역시 1982년도의 일이었다. 싱가포르 공항과 백화점들에는 손님 수를 세어서 무전으로 택시회사에 연락해주는 아르바이트가 있었다. 손님이 많을 때는 택시도 많이 왔고 손님이 없을 때는 택시도 별로 없었다. 이 나라를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불편 없이 지내고 돌아갈 수 있는 데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 질서가 없다면 그것은 한국인의 의식구조가 나빠서라기보다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질서 부재의 책임은 정치가와 공무원들의 무능 때문이지 절대로 국민의식 때문이 아니다.


의식이 개혁돼야 한다는 말이 아직도 유행이다. 모든 국민의 의식이 천사처럼 개혁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이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바람일 뿐이다. 세상의 그 누구도 수많은 타인들의 의식을 고치지 못한다. 타인들의 의식은커녕 자기 자식의 의식도 고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의식 개혁 운동을 통해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 선진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시스템 개선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설사 모든 이들의 의식이 천사처럼 깨끗하게 개혁됐다 해도 의식 자체는 시너지를 낼 수 없다. 시너지는 반드시 시스템이라는 기계를 거쳐야만 나오는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 대표자 : 지만원 | Tel : 02-595-2563 | Fax : 02-595-2594
E-mail : j-m-y8282@hanmail.net / jmw327@gmail.com
Copyright ©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All rights reserved.  [ 관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