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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4:30 조회13,2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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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핵은 미국의 문제였다(11)


남북한이 군축과 평화 공존 체제로 전환되지 않는 한, 남북한 관계는 대결 관계다. 대결 관계에서 북한이 핵을 가졌다는 사실이 공식화괴면 이는 오히려 남한에게 엄청난 이익이 된다. 현 정부의 다소 경직된 시각으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겠지만 약간의 분석만으로도 이러한 결론은 자명해진다.

재래식 무기는 아무리 많아도 불완전한 억제력에 불과하지만, 핵무기는 약간만 있어도 완전한 억제력을 갖는다. 재래식 무기에서 약한 것은 얼마든지 용병술로 만회할 수 있지만, 핵무기의 불균형은 용병술로 만회될 수 없다. 사용했다 하면 끝장인 것이다.

만일 남북한이 모두 핵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피차가 100퍼센트의 완전한 억제력을 갖게 된다. 이는 평화의 지름길이다. 남북한이 공히 그 비싼 재래식 무기에 지금처럼 무모한 방법으로 투자할 필요도 없어진다. 이 얼마나 좋은 현상인가.

남한이 핵을 갖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 이러한 명분은 오직 북한만이 제공해 줄 수 있다.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공표해 주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화되면 남한의 선택은 오직 한 가지이다. 핵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대결 상태에 있는 북한이 핵을 가졌다는데, 남한만 빈손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설교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이다.

남한이 핵을 가지면 이는 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핵 확산을 불러온다. 이는 세계적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에게 엄청난 악몽이다. 따라서 미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이 핵을 가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핵을 가졌다고 공표하는 것이다. 설사 북한이 핵을 가졌다 해도, 미국은 북한이 이를 숨겨 주기를 바래야만 한다. 지금은 이것만이 전 세계적으로 핵 확산을 예방하는 길이다.

만일 북한이 핵 보유 사실을 발표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은 남한과 일본에게 핵 우산을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갔던 핵을 다시 공개적으로 들여와야 한다. 옛날에는 800여개의 미국 핵무기가 남한에 배치돼 있었다. 그 때 미국은 핵무기에 대한 공동 관리권을 한국 군에게 주지 않았다.

미국의 핵이 배치돼 있던 세계의 모든 나라는 POC(Program of Coordination)라는 쌍무 협정을 맺고 핵무기에 대한 공동 관리권을 허용했다. 그러나 한국에만은 차별 대우를 해왔었다. 미국이 만일 핵무기를 재반입한다면 한국인들은 이러한 전철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 미국의 위상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핵무기가 재반입되면 주한 미군의 위상은 어떻게 변할까. 주한 미군의 위상은 약화된다. 지금까지 주한 미군은 엄청난 생색을 냈다. 그러나 핵이 재반입되면 주한 미군은 핵을 지키는 인질에 불과하다. 주한 미군의 철수는 핵의 철수를 의미하며, 핵의 철수는 남한에게는 핵 주권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이 기정 사실화되면 남한은 이익을 보게 된다. 그러나 미국에게는 악몽인 것이다.

핵무기가 재반입되면 북한은 어떤 이득을 볼까. 이득이 없다. 미국 핵무기가 재반입되면 미국과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군사적으로 대치하게 된다.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한, 북한은 영원히 국제적 고립에서 탈출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자멸 행위인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 사실을 발표하게 되면 미국도 북한도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 과거 핵을 숨겨야만 미국과 북한 모두가 이익을 본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은 ‘과거핵’에 관한 한 한배를 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보장해 주는 대신, 그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정치적 후원을 얻어내는 조건인 것이다.

사실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갖고 싶어 하도록 자극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핵무기를 가지고 북한을 위협했다. 북한은 미국의 핵무기에 당할만큼 당했다. 그 위대하다는 김일성에게 핵무기는 철천지 한이었을 것이다.

미국은 남한에 핵을 1954년에 반입했다. 이는 당시에 채택된 대량 보복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렇게 반입된 남한 핵은 미국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첫째, 100퍼센트의 대북한 억지력을 행사했다. 둘째, 일본과 한국에서의 핵확산을 억제해 왔다. 셋째, 북한으로 하여금 전비를 많이 쓰게 해서 경제적으로 몰락케 했다. 북한은 핵무기 때문에 군사 시설을 철저하게 지하화했고 대남 침투용 땅굴도 팠다. 땅굴을 통해 일단 남한 병사들과 어울려 싸우면 핵무기는 사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엄청난 군비를 사용했다.

사실상 북한은 여러 번 미국의 핵에 의해 멸망될 뻔했다. 6.25 종전 임박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중국에 핵을 사용하려 했다. 이를 위한 모의 실험이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이뤄졌다. 모의 실험은 ‘엑서사이즈 허드슨 하버’라고 불렸다. 이 연구결과에 따라 맥아더 장군에게 핵 목표가 전달됐다. 바로 이 사실 때문에 중국이 휴전 협상에 응하게 된 것이다.

1961년 1월 23일 푸에블로 정보함이 북한에 납치됐을 때 미 군사 당국은 북한을 핵으로 응징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 클리포드 장관이 이를 말렸다. 1970년대에 북한의 도발이 기승을 부리자 1975년 당시의 슐레징거 국방장관은 남한에 핵이 있다는 사실을 공표하고 핵 보복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1976년 도끼 만행 사건 때 B-52가 괌에서 출격해 대북월례 비행을 통해 핵 사용 의지를 과시했다. 1977년에는 카터 대통령과 브라운 장관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핵무기 사용의사가 있음을 천명했다. 카터는 1980년까지 주한 미2사단의 철수를 완료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의 미 합참 의장이 이를 만류했다. 이는 핵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은 1980년대 초반부터 ‘공지전’(Air Land Battle) 개념을 채택해 왔다. 공중 기동과 전술핵을 이용해 적진 후방에 여러 개의 거점을 확보해 가며 싸우는 전법이다. 이는 밀고 밀리는 미식 축구식 전쟁 형태가 아니라 월드컵 축구식으로 적의 심장부를 공격한다는 새로운 개념이다. 1983년부터 시작된 팀스피리트 훈련은 바로 이러한 공지전 전법에 의해 이뤄져 온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당하는 입장에 서 있는 김일성으로서는 핵무기 개발에 생존을 걸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의 북한 핵은 바로 미국이 불질러 놓은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만 핵을 갖고 싶도록 자극한 것이 아니라 오랜 우방인 남한에게도 핵무기 개발 의지를 자극했다.

1970년을 중심으로 북한의 대남 도발이 절정에 달했을때 우리가 가장 믿어 왔던 미국이 무엇을 했는가. 미국은 한국을 도와주기는커녕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조치는 한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자극받은 박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 모든 국민적 물밑여론이 핵무기 개발을 바랐다.

당시 미국은 아시아에서 발을 빼려는 소위 닉슨 독트린을 채택했다. 이를 추진하는 데 여념이 없던 미국은 남한의 핵 개발을 방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74년 인도가 핵 폭발실험에 성공하자 미국은 핵 확산 문제에 비상을 걸었다. 당시 한국은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와 핵 거래를 진행하고 있었다.

바로 이 단계에서 키신저가 뛰어들어 핵 거래를 취소하라는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1976년에 한국의 핵 개발 계획은 취소되었다. 핵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미국은 한국과의 방위공약을 강화했고, 핵우산을 다시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해서 남한의 핵 개발은 중단되고 북한의 핵 개발은 이제까지 계속돼 왔다. 오늘날 남북한 간의 핵 불균형 현상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오직 미국의 책임이다. 미국을 우방으로 두었다는 것이 결국은 핵무기 불균형과 미사일 불균형이라는 불리한 결과만 얻은 것이다.

북한 핵 문제가 제기됐을 때 남한이 취해야 했던 자세는 이제까지의 자세와 달라야 했다. 스스로 몸 달아 하며 미국에게 매달리고, 외무 장관에게 빈 가방을 들려, 이 나라 저 나라를 방문시킬 것이 아니라, 당당히 미국에게 책임을 물었어야 옳았다.

북한이 핵을 가지면, 우리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미국에게 묻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몸 달아 하는 쪽은 미국이었지 절대로 한국이 아니었다. 남한은 함량미달의 분석력 때문에 미국의 짐을 스스로 도맡아 지면서 경수로 비용을 뒤집어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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