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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영 | 국민생명보호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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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3:56 조회12,0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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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명보호정책



26. 국민생명보호정책

사회규모가 확대되고 과학기술의 혜택이 확산됨에 따라 그에 따르는 사고의 규모와 성격 역시 크고 복잡한 형태로 우리를 압박해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재해나 재난을 시스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기구를 갖고 있지 않다. 모든 정부부처는 사고예방을 위한 인력을 자체 내에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연재해는 행자부에서, 핵 재해는 과기부에서, 교통재해는 건교부에서, 산업재해는 노농부에서 각기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각 부처 사고전담 요원들은 불과 몇 명에 불과했다. 사고가 발생하면 이들은 각 부처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논리만을 개발해 왔다.

지금의 사고는 최고의 전문지식과 시스템적인 예방활동만을 통해서 예방될 수 있다. 사고의 행태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분석능력을 필요로 하며 사고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모든 첨단 분야의 과학기술이 종합예술처럼 총동원돼야 한다.

대교가 계속해서 붕괴되고 홍수재해가 매년 반복되며 항공기가 추락되는 일들은 사람의 힘으로 모두 예방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고들을 당해오면서도 정부는 그에 대한 시스템적 대책을 세울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비상관리처(FEMA; 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의 임무는 한국정부의 비상관리체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비상관리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존재해 오면서 재해와 재난으로부터 국민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사고를 예측하고 예방하며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신속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회복하기 위해 모든 국가노력을 시스템화하는 임무를 수행해 왔다.

따라서 FEMA의 업무범위는 소방, 재난, 재해, 동원, 재해 및 재난에 대한 보험행정 그리고 민방위업무들이다. 이러한 업무는 그 어느 정부부처의 업무 이상으로 전문성과 시스템화된 조직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따라서 FEMA는 전문연구소(Emergency Management Institute)와 학교기관(National Fire Academy)까지 자체 내에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전역에 10개의 지방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총인원은 2,500명에 불과하지만 대부분의 일선업무는 실천력을 구비하고 있는 지방행정에 위임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스웨덴과 같은 나라들도 폭설, 홍수, 폭풍, 핵사고, 산업재해, 교통사고, 테러, 공중보건 등의 자연적, 인위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모든 사고에 대해 하나의 비상대책 기구가 관리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재해대책 기구가 예방에서부터 사고수습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일을 자체인력만을 가지고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모든 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설치하고 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고에 대한 통계를 분석하고 대책을 연구하며 일선인력을 교육/훈련시키고 사고예상지역을 분석하며 예방대책을 강구하고 사고처리 기술을 개발하며 사고에 대한 상식을 국민에게 전파하는 일들은 각 부처에 몇 명씩 소속돼있는 비전문 공무원들에 의해 수행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최고의 전문분야이며 최고의 과학기술을 시스템적으로 동원해야 하는 업무인 것이다.

행자부에 재해대책 본부가 설치돼있고 조기경보 상황실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폼에 불과하다. 그들은 사고가 발생해야 엄청난 예산을 수의계약으로 비상 집행할 수 있다. 많은 주민들이 사고예보를 적극적으로 호소해도 지방관서는 늘 이를 외면해왔다. 이 두 가지 사실은 공공 시스템 측면에서 보면 지방관서의 도덕성을 의심받게 하는 것들이다.

자율 시스템의 핵심은 상호견제기능이다. 잇단 교량사고는 먹이사슬에 의해 언제든지 발생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기구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건설계획을 점검할 수 있었다면 교량사고는 미연에 방지됐을 것이다. 전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지역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모든 국민들로부터 사고예상지점에 대한 제보를 받는 기구가 있었다면 예고돼왔던 모든 사고는 예방됐을 것이다.

충주댐 공사는 건교부에서 주관했다. 충주댐이 건설되면 영월철교의 붕괴는 누구의 눈에나 예상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에서는 행정부 사업을 총괄할 능력을 상실했고 경제기획원은 철도청 교량 이전사업을 2년간이나 지연시켰다.

상식적으로 보면 건교부의 댐 건설 사업과 철도청의 교량이전 사업은 하나의 패키지 사업이다. 그러나 재경원 역시 예산을 콩가루 식으로 할당해왔기 때문에 건교부 사업과 철도청 사업을 제각각 취급했다. 결국 새로운 철교가 건설되기 2년 전에 홍수로 인해 교량이 파괴됐다.

불필요한 긴급예산이 50억 원 이상 지출됐다. 그때 당시의 재해 대책비는 건교부에서 수의계약으로 집행했다. 이러한 사고는 한국식 FEMA가 예방활동을 했다면 사전에 쉽게 예방됐을 것이다.

10여 년 전에 월계변전소가 파괴됐다. 사고복구를 위해 사령탑역할을 수행하는 부서가 없었다. 정전으로 환자에게 산소공급이 중단되고 있었고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건교부, 산자부, 보건복지부, 행자부들은 서로 책임만 전가하고 있었다. 현장에 나서서 사고복구를 지휘하고 협력하는 부처는 하나도 없었다.

현 비상기획 위원회와 각 정부부처가 가지고 있는 모든 사고전담 인력을 한곳에 모으면 이러한 기구는 충분히 설치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사고로부터 보호하는 일을 더 이상 방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느 선진국 치고 정부의 이러한 명분 있는 직무를 유기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국민의 생명은 시스템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게 아니라 확률적으로 생존해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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