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도 넬리스 미공군기지 시험에서 F-14기와 F-5와의 공중전에서 F-14는 늘 F-5와 비겼다. F-14기는 F/A-18기보다 2급수 정도 높은 함재기다. F/A-18기는 F-5와의 공중전에서 늘 패했다. F-14와 F/A-18기는 우수한 전자장비와 중.단거리 유도탄을 모두다 장착했으나 몸체가 크고 기동력이 저조했기 때문이었다.
1981년 시카고 트리뷴지는 미국에서 가장 비싼 함재기 F-14가 가장 저렴한 F-5기와 싸워 비겼다고 보도했다. 당시 F-14기 값은 F-5값의 20배였다. 바로 이런 것이 함재기의 취약점이다. 따라서 F-16기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21개국이지만 F/A-18을 사용하는 나라는 섬나라 3개국뿐이다.
한국공군이 F/A-18을 선호했던 가장 큰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묵직하고 승차감이 좋다는 것이고, 둘째 엔진이 두개라서 안전성이 높다는 것이며, 셋째 착륙할 때 바퀴가 튼튼해서 편안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캐디락을 탄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F/A-18은 해군 함재기다. 항공모함의 짧은 갑판위에서 이착륙하기 위해 F/A-18의 날개와 몸체의 구조는 공군기에 비해 특별히 설계되었다. 이러한 특수 설계로 말미암아 공중전을 위한 기동성은 공군기에 비해 부족하다. F/A-18기의 바퀴가 튼튼한 이유는 짧은 갑판에 착륙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다. 쌍발 엔진 역시 짧은 이륙에 필요한 순간적인 추진력을 얻기 위한 것이다.
한국조종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묵직하고 승차감이 좋은 전투기가 최고의 전투기라면 미국 공군조종사들도 F-16대신 F/A-18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비행기수의 63%는 F-16이다. 물론 조종사들이 안락한 승차감을 누리고 싶어하는 것, 그리고 두개의 엔진이라는 사실이 주고 있는 심리적 안전성을 향유하고 싶어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가난한 한국공군 조종사가 무슨 황태자들이라고 부자 나라인 미공군 조종사보다 더 많은 안락감을 추구해야 하는가.
F/A-18기에는 랜딩기아라고 하는 바퀴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이는 엄청난 충격흡수 성능을 가지고 있다. 한치 한치를 따져야하는 좁은 갑판에서 생명을 걸고 이착륙하는 데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공군 조종사들은 기나긴 지상의 활주로에서 그 비싼 성능을 단지 편안함을 위해 사용하려고 했다.
한국공군의 위와 같은 전투기 평가방법에 비해 미공군의 전투기 성능 평가방법은 판이하게 다르다. 미 공군조종사들이 사용하는 평가기준은 네 가지다. 첫째는 기습달성도, 둘째는 체공대수의 우세, 셋째는 기동성 그리고 넷째는 격추율이다.
1-2차 세계대전, 중동전 그리고 월남전을 통하여 증명되어진 교리가 있다. 공중전 성공요인의 80-90%는 기습(Surprise)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1967년과 73년도의 중동전에서 몸체가 작은 전투기와 몸체가 큰 전투기의 공중전 성과는 10대1 이었다. MD가 제작한 팬텀기는 몸체가 크고 날을 때 흰 연기를 내뿜는다. 이로 인해 팬텀기는 25마일 밖에서도 육안에 의해 관찰되었다. 기습을 받기는 쉬워도 상대방을 기습하기에는 부적합했다.
팬텀기는 당시 스패로(AIM-7)라는 유도탄을 달고도 미그기에 대한 격추율이 불과 2:1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 미라지-3기는 몸체가 작고 기동성이 뛰어나 미그-21기에 대한 격추율이 20:1이었다. 73년도 중동전에서 팬텀기에 장착된 스패로라는 유도탄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고 격추된 전투기수의 70%는 기총에 의한 것이었다. 기총거리 공중전에서 가장 유리한 전투기는 몸체가 작고 순발력이 있는 기종이다.
스패로라는 유도탄은 가시거리밖에 있는 목표물을 레이다 조준에 의해 격추하기 위한 것이다. 가시거리(Visual Range)란 맑은 날 육안으로 목표물을 볼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하며 이는 통상 11해상마일을 의미한다. 목표물이 레이다에 잡혔다고해서 무조건 유도탄을 발사할 수는 없다. 가시거리밖에 나타난 목표물이 적기인지 우군기인지를 식별해야 한다. 이는IFF(Identification of Friend or Foe)라는 전자장비에 의존한다.
그러나 눈으로 보지 못한채 단지 기계로 식별한 결과만을 믿고 유도탄을 발사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매우 위험한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전자식 IFF장비의 기술적 신뢰성이 아직은 높지 못하기 때문이다. 100대의 적기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사람의 우군조종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조종사들의 생명철학이다.
한국의 좁고 산많은 지형에서는 중거리 유도탄을 발사할 겨를도 없이 조우하게 된다. 잘해야 한번정도의 중거리 유도탄을 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공중전은 가시거리내에서 이루어 진다. 가시거리내에서의 전투에는 기총이 최고다. 기총싸움에서는 F-86, F-5 그리고 F-16기가 막상막하다. F/A-18기는 여기서 맥도 못춘다.
[1대 1]의 전투가 아니라 [다수대 다수]의 공중전에서 기습전과 매복전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종은 F/A-18이 아니라 F-16이다. 무게로보면 F/A-18은 F-16의 1.43배이며 체적으로 보면 1.39배이다. 이는 F/A-18이 F-16에 비해 무겁고 둔해서 기습전과 공중전에 불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조종사들은 기습전과 매복전을 최고의 전술로 여겨왔다. 그들이 두개의 기종을 평가했다면 F/A-18기를 단지 승차감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중전은 적기 한대와 우군기 한대와의 게임이 아니다. 다수대 다수와의 기동전이다. 한국공군이 기동성보다는 무장력에 중점을 둔 것도 한국공군의 무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들은 1대1식의 공중전만 생각했지 다수대 다수의 기동전같은 것은 개념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미안한 말이지만 아직도 많은 공군 조종사들은 그 많은 비행시간을 가졌으면서도 전투기 운전자에 지나지 않는다. 무작정 떳다내리는 한국 조종사의 무감각한 비행관행은 다행이도 북한으로부터 귀순한 여러 조종사들로부터 받은 충격적인 자극 때문에 많이 개선되었다.
공중기동전에서 체공대수의 우세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는 세계적 공군조종사라면 알고 있어야 할 유령전투단(Phantom Fleet)개념에 집약되어 있다. 그러나 당시 차세대전투기 사업단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모르고 있었다. 공군이 '얼마나 많은 수'의 전투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뜰 수 있는 전투기'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Phantom이라는 말은 유령이라는 말이다. 떠야할 때에 뜨지 못하는 전투기수는 유령전투단(Phantom Fleet)이며 필요할 때에 즉시 뜰 수 있는 전투기수만이 실전투단(Real Fleet)이다. 전투기의 설계가 복잡할 수록 정비빈도가 잦으며 정비시간도 길다. F-15기는 F-5기에 비해 설계가 복잡하다.
F-15 전투기 중에서 떠야할 때에 뜰 수있는 전투기 수는 F-5에 비해 40%에 불과하다. 금액면에서 볼 때 F-15기 한대 값으로 네대의 F-5기를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체공대수로 계산하면 F-15 한시간의 체공시간을 살 돈으로 10시간의 F-5 체공시간을 살 수 있다. F-15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F-15 한대와 F-5 열대와의 공중전 결과는 뻔하다. F-15 조종사는 처음부터 전의를 잃게 된다. 만일 싸운다해도 기술적으로 게임이 되지 않는다.
F-15기는 한번에 한대씩의 F-5기를 조준해야 한다. 한대의 적기를 컴퓨터로 조준하는 데에는 10초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F-15기가 한대의 F-5기를 조준하는 동안에 그는 다른 9대의 F-5기에게 대책없이 노출된다. 더구나 공군이 그토록 중요시했던 가시거리밖 유도탄인 스패로를 상대방기에 명중시키기 위해서는 유도탄이 목표물을 때릴 때까지 레이다로 유도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자신은 장시간 적의 매복전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최초 한두대는 이렇게 해서 격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공중전에서는 서로가 순식간에 가시거리로 접근하게 된다. 더구나 한국은 산이 많고 대부분의 북한전투기들이 낮은고도를 선택함으로써 대부분의 공중전은 가시거리내 조우전이 될 것이다.
값싼 단수엔진과 비싼 복수엔진에 대한 실예는 2차대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P-51기는 단수엔진이었고 P-38기는 2.5배나 비싼 복수엔진이었다. 개전초 미조종사들은 값이 비싼 P-38기를 선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조종사들은 기동성이 뛰어나고 체공대수가 많은 P-51기를 선호하게 되었다. 당시 독일의 ME-262기는 그 어느 연합군 기종보다 훌륭했다. 그러나 그들은 염가의 P-51기의 수적 우세에 의해 불과 몇일만에 제압당했다.
전투기의 생명은 기동성이다. 전력증강 계획자들은 지상전에서나 공중전에서 '멀리보고 멀리 쏜다'라는 화력 소모전 개념에 중독되어 왔다. 이러한 개념으로 만들어진 전투기는 방대한 량의 전자장비와 무장을 싣고 날아다녀야 했다. 이러한 전투기는 기동력을 상실했다. 이들은 전술을 단순한 전자게임 능력으로만 생각했다.
3인의 전투기 마피아들은 방산업체들과 전력증강 계획자들이 복합체를 이루어 전투기의 생명을 망쳐가고 있다고 공격했다. 전투기를 단지 수많은 화력과 전자장비를 싣고 다니는 육중한 운반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전투기는 기동전에 의해 적의 전투의지를 박탈할 수 있어야 하며 과도한 무장이나 전자장비는 전투기의 생명인 기동성을 죽여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중기동전은 적의 전투의지를 파괴시키는 것으로서 몇대의 전투기를 격추하는 것보다 상위의 전투개념이다.
기동전에서 수적 우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투기의 몸체가 작고 기동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것에 이론을 제기할 전투조종사는 없다. 이들의 이론에 대적할 사람들도 없었다. 이들은 스스로 공중전의 영웅으로 존경받는 조종사들이며 기동전 이론의 대가들이기 때문이다.
미국방성은 이들 3인의 전투기 마피아들에게 그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전투기의 설계를 의뢰했다. F-16은 바로 이들이 고안해낸 전투기였다. 그러나 F-16기가 이러한 배경하에서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한국공군들은 알지 못했다. GD사 임원들도 이를 알지 못했다. 그들은 세계최고의 전투기를 가지고도 그 훌륭함 조차 알지 못하는 얼간이들이었다.
공중전은 격추능력에 의해 마감된다. 격추능력은 기동과 화력의 콤비네이션에 의해 결정된다. 기동력이 뛰어난 전투기는 적기가 쏜 유도탄을 피할 수 있다. 유도탄의 명중율이 저조한 이유는 바로 상대방기의 기동력 때문이다. 한국공군은 멀리서 쏠 수 있는 스패로(AIM-7)나 암람(AMRAAM)과 같은 유도탄에 엄청난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비록 적기를 멀리서부터 추적했다해도 이들의 명중율은 매우 낮다. 피아를 막론하고 모든 전투기에는 경보수신기(Fuzz Buster)가 달려있다. 이로 인해 전투기들은 자기가 상대방기에 의해 조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동성이 뛰어난 전투기가 지그재그식 비행을 시작하면 마하 2.5의 속도를 가진 유도탄은 이를 비켜가게 된다. 따라서 이제까지 스패로의 명중율은 8%에 불과했다.
2001. 2. 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