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도 전략군을 가져야 한다. 전략군은 전자전, 미사일전, 대량 보복전을 주요 내용으로 하며, 전술군은 "고지전"과 "기동타격전"을 주요 내용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세 가지 장애의 극복을 요한다.
첫째, 보병 장교들의 시대착오적인 고정 관념이다. 그들은 지금의 엄청난 보병 숫자를 가지고도 전선이 비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들에게 보병을 줄여야 한다고 설교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들은 보병을 줄일 수 없다는 데 대한 그럴 듯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2개 전방 사단을 줄여봐야 연간 국방비는 겨우 천억원을 절약할 뿐인데 반해, 전선에는 엄청난 구멍이 뚫린다는 것이다. 보병을 절약하면 그 절약된 부분에 현대 장비를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더 많이 든다고 엄포를 놓는다. 이는 군을 모르는 국민에게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허구다. 2개 사단이 해체되면 2만 6천명의 A급 인력이 생산 분야에 투입돼 연간 1조원의 GDP가 생산된다. 선방어를 지역방어로 바꾸면 50%의 인력이 절감되는 반면 전투력 효과는 수천-수만 배로 증가될 수 있다.
이는 간단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도 증명될 수 있다. 전략군 창설에 대한 시급성을 앞에 놓고도 장군들은 이런 식의 타령만 반복해온 것이다.
둘째, 보병 출신 군 수뇌부가 갖는 한계와 장벽이다. 군 수뇌부는 과학 인력으로 대체돼야 한다. 다수의 보병 장군보다는 소수의 과학자들이 필요한 것이다. 두뇌군을 창설하는 일은 민간 집단의 도움 없이 불가능하다.
특히 미국에는 국방 분야에 경험을 가진 한국 학자들이 매우 많다. 미국 두뇌 집단에서 정년 퇴직한 미국인들도 많다. 그들은 매우 귀중한 자원들이다. 군복을 입은 군인들만이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과감히 버리지 않는 한 한국군은 영원히 영세성을 면치 못할 것이다.
셋째, 미국에 대한 열등 의식이다. 한국군이 전략군을 창설하면, 미국이 반대하지 않겠느냐며 스스로 주눅들어 하는 장군들이 너무 많다. 미국은 논리가 뚜렷한 신사에게는 신사 대접을 한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는 것은 국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한국 관료들에게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전략군의 꽃은 미사일이다. 그리고 미사일의 꽃은 수학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미사일 발사체는 미사일 시스템 중에서 극히 일부일 뿐이다.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날아오는 여러 개의 미사일에게 우군의 미사일을 배분하는 일은 수학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암호와 음어를 전산화하는 기술도 엄청난 수학이다. 군 장성들은 암호 체계에 무슨 수학이 필요하느냐고 반문하지만 암호 시스템의 정교성은 고급 수학에 속하는 매트릭스 이론이 좌우한다. 구소련이 미국보다 암호 체계에서 앞섰던 것은 구소련의 매트릭스 이론이 미국을 앞섰기 때문이었다. 한국군에는 이 분야도 텅 비어있다.
전자전은 장비 싸움이 아니라 최고의 통계학자들의 머리 싸움이다. 한국군은 그 동안 많은 전자전 장비를 구입했지만 두뇌 집단은 마련하지 않았다. 마치 X-레이 기계와 촬영 기사만 마련하고 필림을 판독하는 "의사"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2000. 9.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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