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시대의 조국근대화 노력에 정신문제가 빠져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 이후의 대통령들은 정신건강을 위해 무엇을 기여했는가? 지금도 국민정신은 가속적으로 병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도덕적 해이다.
자식에게 돈을 뿌리면 자식의 정신이 병든다. 농촌에 돈을 뿌렸더니 농촌 정신이 병들어 버렸다. "육성"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돈을 뿌렸지만 그 뿌린 돈을 받은 기업과 은행들의 정신이 병들고 말았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까지도 육성 자금 때문에 병들어 버렸다.
기업의 육성은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지 돈으로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졸부가 돈으로 자식을 병들게 하듯이, 지금 정부는 돈을 가지고 국민정신을 병들게 하고 있다.
어느 한 졸부가 일본에 가서 고가의 그림을 사서 그가 묵고 있는 호텔로 배달시켰다. 그 그림은 여러 겹으로 싸여져 배달됐다. 포장지 겉면에 약간의 눌림 자국이 났다. 그러나 그림에는 기별이 안갔다. 그런데도 배달원이 한사코 용서를 빌었다. 용서만 해주면 금전적인 보상은 얼마든지 하겠다고 했다.
이 어수룩해 보이는 일본인에게 그는 그림값에 버금가는 돈을 불렀다. 배달원은 고맙다며 그 돈을 내밀고 나갔다. 어수룩해 보이는 일본인, 그 어수룩한 것만큼 일본인이 못사는가? 영악해 보이는 한국인, 그 영악한 것 만큼 한국인이 잘 사는가?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라는 말이 있다. 그 일본인은 가슴이 쓰렸던 것만큼 자신을 철저하게 키웠고, 그 철저함이 만들어낸 부가가치는 잃어버린 돈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컸을 것이다. 일순간에 큰 돈을 얻은 한국인은 공돈 마인드로 인해 정신적으로 병들기 시작했을 것이다. 밖에서 얻으려는 사람 치고 잘되는 사람은 없다.
뉴욕 증권의 한 거부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 아들은 뚫어진 양말에 싸구려 중고차를 타고 다녔다. 그의 부모가 그에게 재산의 일부를 물려주려 했다. 그러나 그는 그 호의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극진하신 애정은 감사합니다만 부모님으로부터 받으면 저는 나태해집니다. 이 세상에 부모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아들이 정신적으로 훌륭하게 살았던 흔적이 있었던가요? 어엿한 모습으로 나아주시고 학교에 보내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부모님께 이미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부모님께서 낳아주신 이 아들이 이 세상에서 얼마만큼 맨손으로 이룰 수 있는지 지켜봐 주십시오.
재산을 물려받으면 제가 그 위에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룩한다 해도 그건 제가 이룬 것이 아닙니다. 그럼 저는 무슨 프라이드로 세상을 삽니까? 부모님께서도 부모님 스스로 이룩하셨듯이 저도 맨손으로 이룩해 보겠습니다. 부모님께서 이루신 것은 부모님께서 사회와 결산하십시오. 저도 훗날 부모님의 훌륭하신 뜻을 이어받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청년은 지금 미국 공직사회에서 매우 잘나가고 있다.
신정부가 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애쓰는 것에 비해 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지금의 구조조정이란 단지 국공채를 팔아 그 돈으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무슨 시스템이 필요한지를 보자. 선진국에는 공신력 있는 신제품 평가기관이 있다. 성능과 디자인의 특성을 분석해 "일일정보지"에 실어 배부한다. 그런데 한국엔 이런 시스템이 없다. "내가 만든 제품이 좋으니 좀 사주십시요"하고 다닌들 누가 믿으려 하겠는가?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사주는 사람도 없다. 팔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누가 신제품을 개발하려 할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 한, 중소기업은 절대 육성되지 않는다.
어음제도를 청구서제도로 바꾸지 않는한 중소기업이 육성될 수 없다. 흑자도산도 피할 수 없다. 대금을 30일 이내에 갚을 때에는 원금만을, 30-60일 사이에 갚을 때에는 2%의 벌칙금을, 60-90일 사이에 갚을 때에는 4%의 벌칙금을 내게하고, 90일이 지나도 갚지 않는 업체는 "수금대행기관"에 통고케하고, 여기에 통고된 업체는 은행돈을 못쓰게 블랙리스트에 올려야 한다.
돈을 줄 업체나 받을 업체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모두 불법으로 처리해야 한다. 결제기율이 확보되지 않는데 어떻게 기업이 품질과 과학경영에 힘 쓸 여력을 갖겠는가?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될 수 있는 길을 찾아내주는 공무풍토가 아쉽다. "하면 된다"는 정신도 훌륭한 국민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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