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이 살면 학생들이 사학을 찾지 않고, 부모들도 사교육비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며, 조기 유학 엑서더스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교육 교사들은 사법고시만큼이나 어려운 임용고시를 통해 자질이 확인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어째서 학원 교사들에 밀리고,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할까요? 첫째는 행정이 너무 많고, 둘째는 교육에 대한 열정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교사에게 부과되는 행정을 없애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때만 되면 한 건씩 발표하려고 교육부에 자료를 요청하고, 교육부는 무조건 학교로 행정을 넘깁니다. 교육공무원들이 상관들에게 자기들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해 불필요한 결재서류를 만들어 이를 하달하고, 정확할 수도 없는 통계자료들을 요구합니다. 교사들이 교육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정을 하는 사람이 돼 버렸습니다.
저학년 교과서일수록 최고의 석학이 써야 합니다. 학생들이 공부에 취미를 잃고 사학을 찾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교과서의 질이 낮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일수록 최고의 석학이 실명제로 정성껏 써야 합니다. 지금의 초 중등학교 교과서들을 읽어보면 균형감이 없고 요령부득으로 쓰여져 있어 박사인 저도 무슨 뜻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과외를 찾는 것입니다. 교과서가 훌륭하게 제작돼야 예습도 가능하고 독학도 가능한 것입니다. 예습과 독학은 창의력 개발에 최고의 수단입니다.
학원이 학교진도보다 앞서 가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야 합니다. 지금의 사교육은 중3에게 고1 과목을 가르칩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진도를 앞서나가지 않으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여 전투적으로 사학을 찾습니다. 사학에서 이미 배운 과목을 공교육에서 다시 가르치니 아이들은 잠을 잡니다. 이래서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아이들 역시 진도에 급급하여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합니다. 선생에만 의존하고 스스로는 생각하기를 거부합니다. 창의력을 말살하고, 아이들을 의타적인 인간으로 타락시키는 것이 곧 사교육인 것입니다. 교육의 목적은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중3은 중3의 과목을 배우면서 다양한 문제와 씨름하면서 사고력을 길러야 합니다. 안정된 공교육을 시켜야 독서할 시간도 있고, 정서가 함양됩니다. 속성으로 23세에 박사학위를 딴 청년이 부럽습니까? 이런 사람들엔 창의력이 없습니다. 정서가 불안정하여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원활하게 영위할 수 없습니다. 속성교육은 인성을 파괴합니다. 독서 없는 교육은 인간사육에 불과한 것입니다.
경쟁이 시스템 화되어야 합니다.사람은 자극이 없으면 나태해 집니다. 교사들에게 교육의 열정이 없어진 이유는 자극이 없기 때문입니다. 교사들에게 부과돼야 할 자극은 경쟁입니다. 반끼리 경쟁하고 학교끼리 경쟁을 해야 합니다. 학교간, 반간 평준화가 없어져야 합니다. 중등학교 이상에서는 과목별 성적순에 따라 제1반, 제2반 등으로 반을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쟁을 하면 실력 없는 전교조 교사들은 자연히 도태됩니다.
종합점수제를 폐지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학생은 13개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사람의 능력은 분야별로 특화돼 있습니다. 13개나 되는 모든 과목을 모두 잘하는 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가 아닙니다. 사회는 예를 들어 수학에서는 1등을 하고, 역사에서는 100등을 하는 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고등학교, 대학교들은 나름대로의 교육 이념에 따라 특화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와 대학들은 각기의 철학에 따라 분야별 점수를 참작하여 학생을 자유롭게 뽑아야 합니다.
내신제를 폐지하고 본고사를 살리고, 학생선발을 대학자율에 맡겨야 합니다. 청소년기에는 슬럼프도 있고, 가정상의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에 내신에 반영되면 내신성적은 전과기록이 됩니다. 한 때의 실족을 영원한 실패로 연결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입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에도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본고사만 있고, 내신제가 없었던 시절에, 저는 3류 고등학교 야간반을 드문드문 다니다가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미국 명문대에 가서 수학공식을 만들어 낸 응용수학 박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본고사만 있었고 내신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 때가 깨끗했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나 수많은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나,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울리고 있는 가장 큰 주범은 ‘내신제’입니다. 내신제만 없애면 고교평준화니 고교등급제니,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분열적 주제에 대해 더 이상 논쟁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20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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