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의료정책
현재의 의약분업 제도는 김대중 정권이 의료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의사는 대표적인 기득권세력이고, 기득권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의사에 대한 국민여론을 악화시켜 국민으로 하여금 의사들을 미워하기를 친일파 미워하는 것만큼 하도록 유도했다. 의원의 경우 의사의 주 업무가 의료라기보다는 청구행정에 치우치도록 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심사와 감시 기능으로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져 있고, 의료비로 써야 할 보험료를 건강보험공단의 대규모 인력을 먹여 살리는 데 쓰고 있다. 환자의 증세는 표준화될 수 없는 것인데도 이를 표준화하여 치료에 동원돼야 할 창의력과 재량권을 일체 무시하고 붕어빵식 진료를 강요하고 있다. 이는 극도의 사회주의를 넘어 창의력이 없는 비전문가로 하여금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전문가를 통제하는 행위로 한국을 의료 후진국으로 몰고 가는 행위다.
특히 2000년에 제작된 의약분업은 약사에게 많은 이익을 주고 의사에게 불필요한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제정됐다. 가장 불합리한 것은 의사에게서 설명들은 복용지시를 약방에서 똑같이 들으면서 의사에게는 복용 지시료를 내지 않고 약사에게만 연간 2조 이상의 복용 지도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이는 의약분업이 얼마나 편파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제약회사들이 의사에게 자기 회사 제품을 써 달라고 로비를 하는 것도 병폐이지만, 그보다 더 큰 부조리는 제약회사가 보건복지부 간부들이나 정치인들에게 약값 올리기 등을 위한 로비를 하고, 이것이 정치자금으로 쓰여진다는 것이다.
의료혜택에 대한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의료보험금의 약 70% 이상이 감기와 몸살 같은 작은 병에 지급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상식이다. 선진국에서는 감기와 몸살 약들이 슈퍼마켓에 즐비해 있다. 무좀약, 기침약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약들이 슈퍼마켓에서 판매된다. 웬만한 병이면 환자가 슈퍼마켓에 가서 고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게 없다. 간단한 소화제를 사려 해도 병원에 가야하고, 간단한 몸살, 감기약, 무좀약을 사려 해도 병원에 가야만 한다. 이런 슈퍼마켓급 환자가 전체 환자의 70%를 넘는다 한다. 의료비의 대부분이 불필요한 곳에 쓰여 지고, 정작 의료보험료의 혜택이 필요한 중병환자에게는 별 혜택이 없다. 선진국 같으면 환자가 슈퍼마켓에서 약을 선택하면 될 일을 한국에서는 의사가 처방해주는 것이다.
의료혜택이 중병에 중점적으로 주어진다면 건강보험공단이 심사ᐨ감시해야 할 업무량이 30%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할 대상이 건강보험공단일 것이다.
의료 분쟁을 보고 있으면 정부에 지능 자체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환자는 왕이다. 그리고 지금은 팀워크 시대다. 환자라는 왕은 의사, 간호사, 약사가 하나의 팀으로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를 침대에 누워서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환자를 눈먼 왕으로 대접하면서 학대하고 있다. 의료비를 올리고, 약국을 찾아 거리를 헤매게 만들고, 약을 사러 다니는 동안 환자의 생명을 잃게 한다. 의사가 분노해야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일어나서 싸워야 할 일이다.
의약분업은 선진국을 지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식의 분업은 그 어느 선진국에도 있을 수 없는 분업이며, 시대에 역행한다. 미국에서는 환자를 간호원이 돌본다. 부모가 간호를 하고 싶어도 이는 금지돼 있다. 환자는 누워서 진료도 받고, 주사도 맞고, 약도 먹고, 음식도 먹는다. 보호자는 절대로 병원에 음식을 가져갈 수 없고, 밖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일 수도 없다. 단지 정해져 있는 짧은 면회시간에 얼굴만 볼 수 있다.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병원은 보호자들로 북적거리고 청결과 위생이 말이 아니다. 병원이 병균 배양소라는 사례가 폭증한다. 특히 중환자실에 가보면 보호자들이 교대를 하면서 24시간 보초를 서야 한다. 밤이면 좁은 대기실에서 낯선 남녀 보호자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콧김을 마주 쐬고 다리를 얹기도 하면서 고단한 새우잠을 자야 한다. 병원을 보면 후진국이다.
의약분업으로 인해 약사들은 이익을 보는가? 돈 많은 약국, 로비력이 뛰어난 약국, 약삭빠른 약국만 살아남는다. 큰 병원에 먼저 접근해서 병원 옆에 대형 약국을 차려놓을 수 있는 부자 약국, 로비력이 있는 약국은 살아남겠지만 동네 약국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미국에서는 얼마나 빨리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환자의 생명을 건질 수 있는가를 연구하기 위해 300마리의 양들에게 포격을 가했다. 부상 부위별로 양이 얼마나 생명을 지속하는가를 연구했다. 그래서 198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는 ‘현장의사’라는 새로운 의사를 양성했다. 그는 현장에 가장 빠른 수단으로 이동해 간다. 이동간 진료를 하고 병원을 지정해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수술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명령한다.
의료 수단은 환자를 위해 팀워크로 ‘통합’돼야 한다. 이것이 의료 경영의 진수다. 이런 시기에 의사와 약사를 ‘분리’시키려는 발상이 어떻게 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노조가 임금을 매년 8~10% 규모로 올렸다. ‘국민의 돈’인 건강보험료는 재정 곳간을 지키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에서도 줄줄이 샜다. 임금인상, 방만한 조직관리, 노사결탁에 의한 내 몫 챙기기가 줄을 이은 것이다. 심사평가원도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의약분업 이후 병,의원과 약국의 부당/허위 청구를 막는데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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