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국가가 부를 때 아들을 군대로 보냈다. 국가를 믿기 때문이다. 병사가 된 아들들은 '상경하애"의 군사 문화권에 순응하면서 상관들의 지시를 100% 따랐다. 상관들의 명령과 지시를 충직하게 따른 병사들이 지금 고엽제의 무서운 후유증을 대물림하고 있다. 이 고통과 비극을 국가가 외면한다면 누가 군대에 자식을 보내고 싶겠으며 장차의 전쟁에는 누가 나가 싸우려 할 것인가?
고엽제 환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놓고 미국정부와 한국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지난 11월23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 참가한 코언 미국방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배상책임은 전적으로 한국정부에 있다고 했다.
"고엽제는 미군의 감독아래서 한국군에 의해 살포됐다. 미국은 고엽제가 신체적 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재향군인회를 통해서 고엽제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치료를 해주고 있다. 미 국방부로서는 미국이 이 이상의 법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치 않는다".
한국정부 역시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보상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정부와 한국정부가 배구공 넘기기를 계속하고 있는한 고엽제 환자들의 고통과 분노만 증폭돼 갈 것이다. 해결책에 대한 필자의 논리는 아래와 같다.
병사들은 미군 장교의 명령을 받고 고엽제를 뿌린 것이 아니라 한국군 직속 상관들의 명령을 받고 뿌렸다. 따라서 병사의 피해는 한국군이 보상해야 한다. 일단 보상부터 해주고 그 다음의 책임 규명은 한국정부와 미국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한국정부는 고엽제 피해를 대리해주는 변호사들에게 모든 행정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미국정부와 한국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양쪽 주장의 타당성으로부터 출발한다. 미 국방부 대변인 서더랜드의 변은 이렇다. "미군이 계획하고 감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 여기 방법이 하나 있는데 써보시죠'했을 뿐, 결정은 한국정부가 내렸다. 따라서 책임은 한국정부에 있다".
이는 상식이하의 발언이다. 첫째, 고엽제 살포는 작전행위였다. 당시 한국의 평시작전권은 미군에게 있었다. 미군이 명령하면 한국군은 따르게 되어 있었다.
둘째, 고엽제는 미국군이 채택한 군수물자였다. 미군이 군사물자를 선정할 때에는 요구성능(ROC)이라는 것을 작성한다. 인체에 해로운 것인지 그리고 군이 요구하는 성능이 제대로 만족시키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미군 당국이지 한국군이 아니다. 납품검사도 미군이 했다.
셋째, 미국이 한국의 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미군이 한국군보다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한국군의 과학수준은 미군보다 열악하다. 한국군은 미군이 감독해서 만들어낸 군수물자에 대한 신뢰성을 무조건 최상의 것으로 인지해왔다. 고엽제라는 군수물자에 대한 품질평가도 선진국인 미국이 했고, 구매도 작전권을 가진 미군이 했다. 그것을 뿌리라고 명령한 측도 미군이요 감독한 측도 미군이다.
미국이 고엽제의 유해성에 대해 당시에는 미쳐 인지하지 못했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책임이다. 이상의 논리를 넓은 국제사회에 내놓으면 모든 선진국들은 미군에게 100%의 책임이 있다할 것이다. 넓은 국제사회에 나가서도 서더랜드식의 발언을 계속한다면 미국은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군이 한국에게 상식이하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한국정부를 얕보기 때문일 것이다.
한사람 한사람의 증상을 놓고 그 증상이 고엽제 때문이야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에는 한미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보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한 유일한 길은 미군이 "고엽제가 신체적 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길일 것이다. 피해 자체를 부인하는데 무슨 책임을 지울 것인가?
그래서 이 싸움은 보통의 싸움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확대된 관심 속에서 공개적이고도 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할 싸움이다. 최근 한국 정부의 태도를 보면 정부는 고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빨리 묻어버려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부 답지 않다. 미군이 책임에 대해 계속해서 오리발(?)을 내민다면 미국은 한국의 작전권을 맡길 수 없을 만큼 부정직한 나라로 보여져 마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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