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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 건설 감리시스템에 대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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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6:49 조회12,7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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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는 시공회사, 설계회사, 감리회사로 구분돼 있다. 굵은 업체는 시공사들이고, 설계나 감리는 대부분 영세하다. 설계-시공-감리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업체는 없다. 이런 상태에서 국가기관이 많은 건설사업을 벌인다. 공무원들이 설계회사에 설계를 맡기고, 시공사들이 머리 터지게 입찰경쟁을 하고, 감리업체가 선정되어 감리를 하지만 정부 공사 치고 하자 없는 공사가 없다. 작은 하자는 그러려니 하고 묵인되지만 정말로 감당하기 어려운 하자가 발생하면 책임문제가 대두된다. 누구의 책임인가? 법정에서도 책임을 가리기 어렵다. 감리업체는 "나는 설계도면대로 감리를 제대로 했다". 시공업체 역시 "나도 설계대로 건설했다". 설계업체 역시 "나의 설계는 이상 없다"고 강변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의 잘못이라고 판단하지 못한다. 작은 문제는 묵인되고 큰 문제는 소리만 요란하게 내다가 결국은 흐지부지 소멸되고 만다. 이러한 현상은 연연 세세 반복돼 왔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한 시스템적 대안이 CM(Construction Management)이다. 건설물을 짓고자 하는 자본가를 그들 세계에서는 발주자(owner)라고 부른다. CM사는 발주자를 대신하여 설계-시공-감리를 총괄 관리해준다. 부가가치가 가장 많은 선진국형 건설기업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러한 건설업체가 별로 많지 않다. 한국에서는 CM을 하나의 시장영역으로 인식한 나머지 건설능력 없이 순수하게 서비스만 제공하는 CM회사에 CM시장을 따로 떼어주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시공사들이 CM을 한다. 즉 한국 건설시장은 시공시장, 설계시장, 감리시장, CM시장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시공회사, 설계회사 등이 CM시장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사업 영역을 명확히 구분해주고 있다. 마치 택시처럼 남의 동네에 가서는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매우 부당한 규정이다. 건설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 바로 이러한 건설법규인 것이다. 시공사에 경영능력이 없기 때문에 한국의 시공회사가 늘 주먹구구식 건설 즉 이른바 노가다 건설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CM의 능력이 모든 시공사에게 강요돼야 한국건설이 발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건설교통부는 이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개의 업체가 CM사를 차렸고, 더러는 선진국 기업과 합작을 했지만 이들 역시 CM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한국 CM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 이유는 딱 한 가지, CM사에 건설기술자들만 있고 경영능력을 가진 인재, 분석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없기 때문이다. C(Construction)만 있고 M(Management)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설업체에는 기능직만 있고 경영자가 거의 없다. 일류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일류 건설업에서 잔뼈가 굵어 전무가 되고 사장이 돼도 그들은 그냥 고참 기능인일 뿐, 경영자와는 거리가 너무 먼 사람들이다. 이렇게 되면 업종은 CM이라 해도 내용은 설계와 시공에 대한 감리를 하는 감리회사일 뿐이다.


CM 기능 중에 가장 간단한 구조를 가진 현장을 보자. 건축기사, 전기기사, 기계기사, 소방기사, 토목기사들로 구성된 사람들이 현장 단위에 팀으로 파견된다. 현장에서 문제를 발굴하고 시정시키는 현장관리팀인 것이다. 프로젝트가 생기면 어떤 사람은 다른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다가 CM사로 스카웃되어 그 다음날 현장으로 파견되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 쉬다가 취직해 오는 사람도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회사 측은 입사하자마자 현장으로 내보낸다. 발주자의 눈에 팀원의 숫자가 다 들어차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회사의 분위기조차 알지 못한 채 현장에 나가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신입 사원은 발주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프로젝트 관리에 임한다. 설계도면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대개 보름 정도가 필요하지만 그런 시간도 없다. 기계직이나 전기직은 자기 도면을 익숙 시키는 데 15일, 건축도면을 익숙 하는데 15일 계 30일이 걸린다. 하지만 이들에겐 그런 시간이 없다. 설계도면도 이해하지 못한 장님 상태에서 감리를 하는 것이다. 눈치만 보고 불안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팀원만 이런 경우를 당하는 게 아니라 팀장까지도 그렇다. 설계도면 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현장을 관리하겠다고 나선다. 단지 구색만 맞춰 기능인들만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 파견되는 팀원들은 이렇듯 프로젝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나가지만, 본부에는 프로젝트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A라는 직원이 가진 지식이 B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프로젝트의 성격과 발주자의 성격에 대해서는 영업부서가 매우 잘 안다. 발주자가 어떤 사람들이고, 시공사 및 설계회사가 어떤 회사들인지도 잘 안다. 영업 직원들이 알고 있는 이런 지식이 현장관리팀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엄청난 정보, 귀한 정보가 유실되는 것이다. 


본부의 기술팀에서는 설계가 잘 됐는지 못됐는지에 대해 검토를 한다. 이들은 건축물에 대한 설계개념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 역시 현장팀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또 다른 귀한 정보들이 소통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유실되는 것이다. 기술팀에 있는 사람들은 극히 비상식적인 개인별 평가 기준에 따라 점수를 따야 하기 때문에 회사가 어찌되던 자기 점수만 관리하려 한다. 단 1시간을 내서 옆 사람을 도와주면 몇 십억의 이익이 나온다 해도 모른 척 한다. 이러한 풍조는 본부에서나 현장에서나 똑같이 발생한다.


시너지는 힘을 합치는 데에서 나오지만 이들은 전혀 힘을 합치지 않는다. 기계직 기사의 근무일지를 보았다. DN(Deficiency Notice) 즉 시공사의 하자내용들이 많이 적혀 있었다. 하자를 지적해주면 시공사는 이를 수정해야 한다. 수정을 하면 해놓은 일을 부수고 소재를 다시 구매해서 재작업을 해야 한다. 지적사항이 많을수록 공기가 늘어나고 비용이 늘어난다. 그렇다고 잘못을 보고 시정시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회사는 고객(발주자)에게 비용과 공기를 30% 이상 절감시켜주겠다고 이미 약속해 놓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 시공사와 관리자간에 야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CM사는 원가와 공기를 절약해 주겠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현장팀이 일하는 방법을 보면 이는 허언이다. 하자를 낸 다음에 이를 지적해 주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하자가 날 수 있는 부분과 요소를 사전에 찾아내고 예방책을 고안해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없다. 바로 이게 Management인 것이다. 예방을 하려면 많은 사람들의 분석과 브레인스토밍 및 토의가 있어야 한다. 시공자 및 감독자에게 예방 내용을 설명해주고 예방 방책을 의논해주면 그것이야말로 고객과 시공자를 감동시키는 일이다. 그래야 공기와 원가가 절약되는 것이다.


회사가 이제까지 지은 건물이 많다. 그 건물의 특징, 규모 등을 사진과 함께 설명해 놓고 건축비가 얼마이냐를 구획 별로 정리해 놓으면 프로젝트의 개념만 가지고도 얼마짜리 공사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귀신같이 예측을 하는 이런 사람이 믿음직 할 것이다. 이 정도는 돼야 CM사라 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들은 이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 하지 않는다. 그때그때의 달러를 쫓아다니기에도 바쁜 것이다. 화장실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기업이 지어놓는 것에 대해서 만이라도 화장실 별로 소요된 마감재와 맨-아워를 기록해 놓으면 소위 WBS(Work Breakdown Structure)별 건축비 자료가 생긴다. WBS란 건물의 공간별 구성품이다. 복도, 천장, 부엌, 스위트, 화장실 등인 것이다. 이러한 임무를 현장에 내리지 않으면 현장은 지금대로 일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를 누가 더 철저하게 축적하느냐에 대한 컨테스트를 열게 하면 누구나 기록생활을 몸에 익힌다. 과학적 경영과 과학적 착안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모든 팀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컨테스트를 치르게 해야 한다. 시너지를 내려면 개인별로 등급을 매길 것이 아니라 팀 단위로 A, B, C급을 매겨야 한다. 개인별로 점수를 매기면 불만만 팽배하고 시너지가 나오지 않는다. 창의력은 자유로운 분위기, 행복한 마음, 자발적인 분위기로부터 샘솟는다. “누군가가 나 개인에 대해 등급을 매기고 있다”고 생각하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다. 힘을 합친다는 것은 두 가지에 대해서다. 착안사항에 대해 힘을 합치고, 일하는 방법에 대해 힘을 합치는 것이다. 이 2가지가 바로 "일의 설계"다. 일을 설계하는 데에는 힘을 합치고, 모든 사람이 확실하게 일을 이해한 후에야 일을 나누어 해야 한다.


팀장을 누가 하는 게 좋으냐에 대한 것도 주요한 문제다. 지금은 직급이나 호봉이 낮더라도 건축직 기사가 팀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팀장은 팀원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team leader여야 한다. 진정한 리더는 직책이 없는 리더(uncrowned leadership)다. 강권으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와 논리 및 토의 주재 능력으로 일을 시키는 것이다. 모임의 총무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팀장은 전기직이나 설비직도 할 수 있고 직급이 낮은 이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 정보는 거저 생기지 않는다. 노력을 해야 생긴다. 각자의 노력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대가가 있어야 한다. 재미도 대가 중의 하나다. 한 사람이 생각한 것은 부정확하거나 부실할 수 있다. 토의를 거쳐야 더 좋은 지식으로 정련된다. 이러한 토의를 유발하려면 수십 개 현장팀 별로 경쟁을 시켜야 한다. 일본 전역에 분임토의(QCC) 경연대회가 활성화돼 있고, 옛날 새마을 발표가 활성화 됐듯이 각 팀들은 팀의 명예를 걸고 보다 훌륭하고 보다 많은 지식을 내놓도록 격려돼야 한다.


하지만 사장들은 이러한 노력은 하지 않고 현장팀원들을 서운하게 하고 일할 맛을 잃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언제 떨려날지 모른다", "내가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초조하다", "임시로 붙어 있다가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처지인데 어찌 애사심이 생길 수 있으며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 지으려고 노력할 마음이 생기겠느냐". "본부에 내가 올리는 리포트를 읽고 평가해주는 사람이 없다", "사장은 사람 장사만 하고 품질에는 별 관심이 없다", "우리만 못살게 통제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측정하는 사람이 없다", "얼마나 좋은 착안을 했는지,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를 냈는지를 따지는 사람 없다", "현장에 문제가 생기고 질문이 생겨도 웬만하면 그냥 넘어간다", "적당히 때우고 떠나자", "고객이 원하면 나중에야 어찌 됐건 무조건 다 해준다고 말하라", "다른 프로젝트들에 있는 레포트 내용을 적당히 짜깁기해서 레포트를 작성하라", "애로를 말하지 말라, 우는소리로 비친다". "1인당 매출액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1인당 매출액은 현장 사람들이 결정하는 게 아닌데 어째서 그런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느냐", "단장은 꼭 건축직이 맡아야 한다는 관행 때문에 후임 건축직이 선임 기계직, 선임 전기직을 평가한다. 기분 상한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나타나는 신드롬일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이 회사는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가? 첫째로 필요한 것은 Feed Back 시스템이다. 기술실에서는 도면을 검토한다. 도면을 검토하는 사람은 현장을 모두 다 상상하지 못한다. 누락이 있고 오류가 있다. 이들이 발견되지 않으면 도면 검토의 질이 날로 하락한다. 반면 현장에서는 고급기술자들이 근무한다. 현장은 지식, 지혜, 원가자료, 기술자료를 뽑아낼 수 있는 엔진이다. 얼마나 훌륭한 관찰력을 가지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다이아도 나오고 금, 은, 동도 나온다. 피드백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본부에 있는 기술실을 팀제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처럼 건축, 토목, 구조, 기계, 전기라는 직종별로 모여 있게 할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직종을 가진 기사들을 한 개의 팀으로 구성해야 한다. 기술실에는 이러한 팀이 여러 개 구성될 수 있다.


둘째, 기술실과 현장팀 사이에 Feed-Back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현장팀의 발견품들이 기술실에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기술실에 팀이 오직 한 개만 있으면 현장에서 올라오는 가치 있는 아이디어도 쓰레기통에 버려질 수 있다. 그래도 이를 견제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여러 개의 팀이 있으면 사정은 달라진다. 어느 팀은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다. 어느 팀인가는 주옥같은 지식을 뽑아내 낸다. 여기에서 등수가 매겨지는 것이다. 기술실의 팀들 사이에서 벌이는 경쟁의 결과로 나온 연구개발품들은 기술, 공법, 경영 착안사항, 지혜, 지식, 새로운 표준, 비용자료 등 다양할 것이다. 이들이 종합되어 다시 현장으로 보급된다. 현장 사람들은 본부에 있는 기술실에서 종합한 많은 지식들을 공급받게 된다. "우리 현장팀은 3개의 발견품만 냈는데 기술실에서 종합해 내려온 개발품은 40개나 되네! 우리도 이런 쪽으로 한번 생각해 봅시다"하는 식의 자극이 생긴다. 시야와 착안의 깊이가 날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 다음의 발견품들이 점점 더 좋아진다. 시간이 갈수록 저절로 관찰능력이 향상되고 기업에 기술/원가/지혜/지식이라는 고급 자산이 불어난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시스템만은 반드시 살려내야 할 매우 중요한 "지식공장"(knowledge production machine)인 것이다. 이 경우의 토의방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팀을 구성한다고 해서 저절로 노하우가 개발되는 게 아니다.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가급적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은 설사 연봉이 적더라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일하면서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 다음은 토의하는 방법이다. 도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토의가 필요하고 현장에서 올라온 아이디어를 분석하여 새로운 노하우를 창안해 내는 데에도 토의가 필요하다. 도면 및 스펙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는 토의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설계도면과 스펙을 검토하는 사람은 이제까지 자기 분야의 것들만 혼자서 소화하려 했다. 이런 방법으로는 설계자가 범했던 오류를 똑같이 범한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도면을 검토해달라고 이 회사에 용역비를 주고 맡기는가?


여럿이 공동으로 문제점과 개선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삭줍기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팀 파워가 필요하다. 책을 읽을 때를 연상해 보자. 혼자서만 소화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과 남에게 설명해주기 위해 읽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혼자 소화하기 위해 읽으면 대강 대강 읽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주기 위해 일으면 정독을 하고 정리를 한다. 건축 도면과 스펙을 검토한 사람은 설비 및 전기 직 엔지니어들에게 기초 지식부터 설명해주면서 개념과 요점을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두 사람은 타 분야를 배우면서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과 교훈과 노하우 그리고 지적사항들이 나온다.


그 다음은 설비 분야 엔지니어가 그렇게 한다. 한 가지의 도면을 여러 명이 검토하게 되기 때문에 누락이 없고 착안사항이 배가된다. 이런 게 바로 시너지다. 시간이 흐르면 한 사람이 4가지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거기에 관찰능력, 분석능력, 브리핑 능력이 자라게 된다. 경영 컨설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달력이다. 전달력이 없으면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액면 그대로 발주자에게 설명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점수를 잃고 다음 프로젝트까지 잃는다. 용역회사에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전달력이다. 토의 과정에서 훈련되는 소통능력인 것이다.


현재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모두가 다 머리 수 채우기로 활용되고 있어, 기술에 대한 존엄성보다는 "머리수 장사"하는 데 동원된다. 기술실은 노하우의 개발자이자 노하우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심장이어야 한다. 분위기도 가장 자유로워야 한다. 실장은 팀에 필요한 행정을 지원해주고 업무를 배당하고 현장 요원들에 대한 "팀별 고과" 또는 "팀별 성적" 등을 평가하는 업무를 해야 한다.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 그 자유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러 개 팀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면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감독만 하고 결재만 하는 높은 자리는 없어야 한다. 아래 사람에게 일을 던져주고 개인별 고과를 메기고 결재를 하는 식의 관리자는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사람들을 격려하고,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촉진자가 되고, 사기를 높여주는 역할자가 필요한 것이다. 경영은 하지 않고 감독과 결재만 하려 하는 자리들은 모두 없애야 한다. 그러면 생산성이 배수 단위로 증가할 것이다. 


이제까지 기업은 직원들의 잠재 능력을 꼭꼭 잠가두고 통제해 왔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어도 튀지 못하게 했고, 현장의 다채로운 아이디어도 수용할 여유를 갖지 못하게 했다. 가장 큰 거미줄은 M.M(Man-Month) 제도, Time-Sheet, 1인당 매출액 계산 등 전혀 불필요하고 비상식적인 행정이었다. 이것이 냉소주의를 유발하고 자기 방어에 집착하도록 만들었다. 백해무익한 이런 관례에 어째서 그토록 노예가 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현장에 있는 팀원들에게는 두 가지 업무가 있다 하나는 고객만족이고 다른 하나는 본사가 요구하는 행정이다. 정작 중요한 고객만족에 대해서는 염려하고 체크하는 본부 직원이 없다. 하지만 본부가 요구하는 행정을 느리게 하거나 잘못하면 무능한 것으로 보는 본부 직원은 많다. 그래서 현장인력은 제한된 시간과 능력 때문에 본부에서 요구하는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행정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둔다. 자기 앞가림을 위해 기업의 운명을 해하는 것이지만 이는 현장 인력의 잘못이 아니라 본부의 잘못이다. 현장 아이디어를 개개인이 올린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주저한다. 설사 한 사람이 자기 아이디어를 냈다 해도 그 아이디어는 걸러지거나 QC된 것이 아니다. 현장의 아이디어와 발견사항은 토의될수록 많아지고 질도 좋아진다.


앞으로의 추세는 광범위한 도급제다. 회사에는 소수의 경영 전문가만 있고, 모든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수단을 외주에 의존하는 것이다. 나이키 신발은 새 제품에 대한 모형(Prototype)을 만드는 전문가만 보유하고 설계, 생산은 모두 외주를 준다. 한국기업도 이렇게 하면 좋을 것이다. 플랜트 제작업계에서도 도급(Outsourcing)을 주니까 정신없이 일하며 생산성이 배수 단위로 올라간다는 경험들을 이야기한다. 건설업의 미래상도 이렇게 될 것이다. 현장에서 팀 단위로 팀-파워를 내는 훈련을 쌓으면 모든 현장 팀이 오늘은 이 기업, 내일은 저 기업으로 옮겨 다니는 도급제의 Free-Agent(Free Lancer)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현장팀이 있다 하자. 이들이 누구의 속박도 받지 않고 경쟁한다면 본부의 무수한 간섭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각 팀의 고유한 능력과 핵심 역량을 자유롭게 개발할 것이다. 이들을 지금과 같이 답답한 본부 간부들의 통제 하에 계속해서 둔다면 이들은 짜증만 내고 불만을 품으며 피동적으로 일하면서 퇴화될 것이다. 팀 단위의 프리 에이전트 화! 이런 것이 미래의 건설기업이 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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