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참으로 어려운 주제입니다. 어렵기 때문에 천명에게 물어 보면 천개의 통일관이 나옵니다. 그래서 전문 분석력과 지혜의 수렴이 필요한 과제입니다. 자유게시판에 짧은 글을 올리신 분들은 분석되지 않은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영구분단론이 자기의 평소 생각과 다르다며 반박합니다. 통일에 대해 많은 시간 연구를 해 보셨나요? 의견 수렴을 해 보셨나요?
100평짜리 집을 2개월 안에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건설업자가 있었습니다. 통상 4-5개월은 걸려야 하는 집을! 2개월 이내에 지어주면 건축비를 2배로 주겠다 했기 때문에 포기하기가 너무 아까워 일단 약속부터 했답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건축에 참여하는 모든 하청업자들을 불러놓고 밤새 토의을 했답니다. 그랬더니 방법이 나오더랍니다. 통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여서 지혜를 모으면 훌륭한 통일안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저는 1980년에 국정원 정책보좌관으로 잠시 있었습니다. 미국의 문명자를 비롯한 끈질긴 반한파들과 집요한 공작원들이 전두환 정권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일본과 미국 교포들을 중심으로 고려연방제를 무서운 속도로 확산시켰습니다. 이는 전두환 정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당시 통일원에서는 통일원 원장파와 모 국장파로 갈라져 소위 파워게임을 했고, 이 두 파는 고려연방제에 대항하기 위한 우리의 통일론을 각기 하나씩 만들어 냈습니다. 윗분은 이 두 개의 안을 제게 던져주며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하루 종일 연구한 결과를 보고드렸습니다.
“통일원장관이 만든 안은 빨갱이가 만든 안 같이 보이고, 국장이 만든 ”한반도공동체통일방안“은 본색은 흡수통일론인데 제목부터 애매하고 논리와 표현이 애매하여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고려연방제보다는 산뜻한 맛이 없습니다”. 윗분 역시 공학박사라 자기의 인식과 일치한다며 만족해했습니다.
통일을 이룩하려면 통일전략을 세워야 하고, 그 전략은 통일론이라는 통일백서에 담겨져야 합니다. 연방제는 남북이 견지해온 각기 다른 체제를 그대로 인정하고 그 위에 연방정부를 세우자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자유민주-시장경제 체제와 공산주의-통제경제 체제가 한 지붕(연방정부) 아래 공존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사하라 사막에서 비가 내리는 것만큼 불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속임수이지만 분석력이 얕은 교포들에겐 아주 잘 먹혔습니다. 그 결과 전두환 정권에 대한 국제여론이 악화돼 갔으며 이에 전두환정권은 위기감까지 느꼈습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3단계의 절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단계가 “교류협력단계”, 제2단계가 “연합단계”, 제3단계가 “남한이 주도하는 흡수통일”(자유민주체제로의 통일)입니다. 평화통일은 남북한 당국의 합의가 전제되는 통일입니다. 교류협력은 북한 사회의 개방을 의미하고, 개방은 당시 김일성에게 독약인데 어찌 북한이 받아들이겠습니까? 제2단계는 사실상 북한과 남한을 동등한 체제로 인정하고 유럽처럼 연합하지는 것이며, 제3단계는 흡수통일인데 북이 어찌 동의하고 합의할 수 있겠습니까? 공산주의-통제경제 독재체제와 자유민주-자유경쟁시장경쟁체제가 어떻게 연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습니다. 아마도 개성공단이 '연합단계'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노출시키게 될 것입니다.
연방제는 공존하자는 방안이고, 한민족공동체통일안은 북한을 개방시켜 흡수통일 하자는 방안인 것입니다. 그래서 “평화적인 방법으로의 통일”을 위한 이론 자체만을 놓고 보면 북한의 근성을 잘 알지 못하는 제3국이나 분석의 기회가 없는 해외교포들에게는 고려연방제방안이 더 양심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순전히 “두 개가 하나로 합치는 방법”에 대한 이론적 측면만 고려한 것입니다.
여기에 국제정치적 환경이 계산돼야 하고, 통일의 장단점이 계산돼야 하고, 합쳐진 통일국가 내에 다양하게 존재할 유체들의 역학관계가 계산돼야 하고, 통일과정에 대한 시나리오, 군사적 메커니즘, 국가경영능력, 이미 이질민족으로 변한 북한인들과 극단적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남한인들 사이에 벌어질 갈등 등 많은 요소들이 계산돼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성격의 것이기 때문에 통일방안에는 수많은 지혜가 동원되고 공론화되어져야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는 글자 범위 내에서는 오직 흡수통일만 합헌입니다. 그러나 헌법은 남한만 가진 게 아니라 북한도 가지고 있습니다. 고려연방제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북한 헌법에 어긋납니다. 한민족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역시 한국 헌법에 어긋납니다. 그래서 통일방안을 연구하는 데에는 양측의 헌법이 개입돼서는 안 됩니다. 영구분단통일론은 연방제통일방안과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대한 또 다른 하나의 통일방안으로 제시돼 있는 하나의 독자적인 모델입니다. 1996년 당시 제가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이다”라는 책을 냈을 때, 많은 언론(신문-잡지-방송)들이 극찬을 했었습니다. 그들은 책의 내용을 샅샅이 읽고서 평을 했습니다. 통일원 출입 기자들과 점심을 겸한 간담회도 가지면서 많은 격려를 받기도 했습니다. 신사고의 전형이라는 평도 들었습니다.
최근 어떤 사람들은 제 ‘영구본단통일론’ 중에서 “고려연방제가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보다 좋아 보인다”라는 문장들만 뽑아다가 저를 “용공-좌익”, “김대중이 심어놓은 간자” 등 막말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공격은 이론에 대한 대안이나 토론의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나는 영구분단론에 절대 반대다”, 이런 글은 토론문화에 어긋나는 글입니다. 1980년 국정원에 잠시 머물렀던 것을 기회로 저는 통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생각들이 본 홈페이지 [통일]란에 올려져 있습니다.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이다”라는 책도 [통일]란에 연재돼 있습니다.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기본적으로 현재까지 나와 있는 통일론에 대한 공부부터 해야 합니다. 영구분단통일론에 대해 이론을 추가하거나 반론을 하시는 분이라면 기본적으로 영구분단통일론부터 정독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당시 공무원, 교수, 대덕단지, 경찰, 소방관, 로타리클럽, 부녀회 등 수많은 곳에 다니면서 통일에 대한 강연을 했습니다. 심지어 아태재단에도 여러 번 나가 변호사-교수-사업가 등을 상대로 강연을 했습니다. 강연을 하기 전에 물었습니다. “통일이 10년 이내에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십시오“. 90% 이상이 손을 들었습니다. ”통일이 반드시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십시오“, 100%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 후 90분 정도의 강연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통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고, 통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수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통일관은 분석되지 않은 막연한 감정일 뿐이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미국도 우리의 주도로 통일시키고 세계도 우리 주도로 통일시키고 싶겠지요. 이불 속에서는 무엇인들 불가능해 보이겠습니까?
2009.9.3. 지만원 http://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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