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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산책(24) 피와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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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바람 작성일11-09-11 17:50 조회1,5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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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가요마루호가 오사카 항구로 들어서자 승객들은 갑판 위로 올라와 그들의 고달픈 여정 끝에 당도한 신세계를 보며 환호성을 지른다, 승객들 중에는 젊은 청년 김준평도 있었다, 영화는 이런 장면으로 시작된다, 일본의 국민배우 기타노 다케시가 주연하는 영화 '피와 뼈'에는 양석일 원작에 최양일 감독으로 한국 이름들도 등장한다,


양석일과 최양일은 재일교포 2세들이다, 양석일은 자기 아버지의 일대기를 소설로 그려 원고지 3,000매의 '피와 뼈'를 썼다, 최양일은 2005년에 이 소설을 영화화하여 일본 내의 유수한 영화상들을 휩쓸었다, 김준평은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이자 양석일의 아버지이며, 일제시대를 살았던 나라 잃은 조선인이자 몸뚱이 하나로 생존을 헤쳐나갔던 제주사람이기도 하다,


괴물로 불리며 야쿠자조차도 기피하던 김준평, 혹자는 이 영화가 한국인을 비하하기 위한 의도로 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정도로 김준평의 폭력은 잔인하고 냉혹하다, 영화는 김준평의 가족사에 대부분을 할애하지만 그것은 폭력과 갈등으로 얼룩진 가족의 몰락사였다,


김준평은 가족에 대한 것은 커녕 인간에 대한 애정도 눈꼽만치도 없었다, 그가 애정을 보였던 것은 돈과, 죽고 흩어진 그의 식구들 중에 그가 납치하다시피하는 첩으로부터 얻은 그의 아들이었다, 돈은 그의 생존을 위해서, 아들은 그의 종족 보전을 위해서, 김준평을 움직이는 것은 두 개의 본능 뿐이었다,


전 재산을 처분하고 북송선에 몸을 실었던 김준평이가 북한의 어느 허름한 주택에서 쓸쓸히 임종을 맞을 때 그의 옆을 지키던 것은 그의 막내 아들 하나였다, 피와 뼈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것은 마지막에 그의 옆에 있었던 혈육이었을까, 아니면 세상의 모든 것과 싸웠던 그의 육체였을까,


영화 '대부'가 시실리 사람들의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것이었다면 '피와 뼈'는 제주 사람들의 재패니즈 드림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제주에서 오사카를 거쳐 평양에까지 이르는 김준평의 인생 여로는 제주민의 사상적 경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시실리의 꿈이 마피아 갱을 만들었다면 제주도의 꿈은 좌익 빨갱이를 만들었다,


1920년대에 일본에서는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졌다, 제주 오사카 간을 왕래하는 정기 여객선이 취항되었고, 한국의 1960년대 무작정 상경처럼 1920년대의 제주 사람들은 소화시대의 '본토'로 무작정 도일을 위해 군대환(君代丸.기미가요마루호)에 몸을 실었다, 많을 때는 1년에 3만 6천명까지 실어날랐고, 총 숫자로 따지자면 인구의 20% 이상이 현해탄을 건넜다,


이들은 일본에서 노동을 하며 당시 일본에서 발흥하던 공산주의를 자연스레 접하게 됐다, 광복 후 이들은 대거 제주로 귀환했고, 공산주의 집단인 남로당의 선전선동에 쉽게 넘어가 4.3폭동을 발발 시켰다, 4.3폭동의 주모자들 중에는 육지부와는 달리 폭동의 사령관이던 김달삼 이덕구를 비롯하여 일본에서 공산주의를 묻혀온 자들이 많았다,


4.3폭동은 다시 공산주의자들을 일본으로 도피하게 만들었다, 4.3폭동에 참가했던 김봉현 김민주는 일본에서 '제주도 인민들의 4.3무장투쟁사'를 발간하여, 4.3 왜곡에 앞장섰고, 이 책은 좌익단체들에서 성서처럼 받들어지면서 4.3진상을 왜곡하고 과장하는 선봉장이 되었다, 


일본에서 조총련 세력이 막강했던 것도, 수많은 동포들이 북송선에 올라 북한행을 선택했던 것도 4.3폭동과 1920년대의 도일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북한 고위층에는 제주도 출신들이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 탈북기자 강철환의 조부모나, 북한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김정은의 외조부도 이 때 평양행 만경봉호에 몸을 실었다,


영화 '피와 뼈'는 나라없는 시절에 살았던 제주사람들의 디아스포라이다, 그래서 제주사람의 시각으로 영화를 본다면 생존을 위해서 휘둘렀던 김준평의 폭력에는 어느 정도 정당성을 부여하며 관대해지게 된다, 영화의 김준평이는 우리 아버지나 할아버지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랬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다라는 변명은 상당한 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북한을 선택했던 것에서도  짐승같은 그의 가슴에도 최소한 '조국'이라는 열정은 식지 않고 살아있었기에 기능한 일이었다, 다만 불행하게도 그 당시 대다수가 문맹이었던 그들에게는 공산주의 선동의 허구성을 갈파하거나, 백성을 제대로 먹여살리고 민주발전을 이끌어낼 정권이 어느 쪽이었는지에 대한 분별력은 가질 수 없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준평의 후세대들은 김준평의 선택은 비극이었다는 진실을 보고 있다, 공산주의 허구성은 현실로 드러났고 공산주의가 역사의 장막 속으로 사라지는 것도 목격했다, 그러나 아직도 제주도에는 미몽 속에서 헤매이거나, 아니면 공산주의 세력의 사주를 받은 세력들이 4.3 진실을 왜곡하여 4.3폭동을 미화하고, 김정일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흉내내어 해군기지를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피와 뼈'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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