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는 어떤 '영희'와 놀아야 할까? -공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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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피터 작성일11-09-09 08:56 조회1,46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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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어떤 ‘영희’와 놀아야 할까?
-안철수 교수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김피터 박사
오래 전,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어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던 ‘철수’와 ‘영희’라는 이름이 있었지요. 아직 40대이신 안교수께서, 초등학교 다닐 때도 그런 이름들이 교과서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시대에 초등하교에 다녔던 세대들에게는 ‘철수와 영희’는,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에 젖어들게하는, 아주 친숙한 이름들이었지요.
철수와 영희는 낮에, 소꿉장난도 하고, 아빠 엄마 노릇도 하며 놀다가, 저녁때가 되면 각각 제집으로 돌아갑니다. 낮에 잠깐 만나 엄마 아빠 노릇하며 논 것은 다 진짜가 아니고 그저 재미로 같이 놀았던 것입니다. 철수가 집에 돌아가 진짜로 해야 할일들은 따로 있는 것이지요.
그 이름도 친숙한, ‘철수’ 가 현대 사회에 등장하여, 이른바 ‘안풍(安風)’이라는 돌풍을 일으키며 ‘영희’(정치계)와 6일 동안 놀다가 ‘제집(학교)’으로 돌아갔습니다. 현대판 ‘철수’는 어쩌다가 그 ‘영희’를 만나 잠깐이지만 같이 놀게 되었으며, 또 왜 제집으로 그렇게 빨리 돌아간 것인가요?
안철수교수. 당신은, 위에 말한 질문 즉 ‘어떻게 해서 서울 시장’ 출마를 의도했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큰 바람을 일으키다가 지지율 거의 50%를 버리고, 또 왜 포기했는지에 대하여 명확하게, 솔직한 답을 주어야 합니다. 물론 기자회견 등을 통하여 이미 발표했다고 하시겠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가 않으며, 이해 안되는 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닐 것입니다.
안교수께서는 40대의 나이에 이미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의사’ 경력, 미국 유학( 펜실배니아 대 경영학 석사) , 성공한 벤쳐기업가, 교수, 대학원장(서울대 융합과학 기술대학원)직에 오르셨고, 그리고 가장 큰 업적은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것이지요. 그래서 10대로부터 30대의 젊은 세대에게 당신은 하나의 ‘롤모델’이 되었습니다.
또한 안교수께서는, 그동안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사회와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이 많고, 그래서 좌절감에 허덕이고, 인생의 좌표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청춘 콘서트’ 등을 통해 그들의 ‘히어로’(hero) 가 되어 ‘언어유희’의 화려한 무대를 장식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정치권은 물론, 대한민국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처 그 누구도 따를수 없는 대중 흡인력을 가진 최고의 ‘인기인’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안교수. 흔히 사람들은, 인기가 높아지고, 따르는 군중이 많아지고, 주위에 후원세력이 생기는 등, 유명해지면, 자연히 주위에서 ‘현실 정치’에 참여하라고 권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당신 같은 유능한 사람이 나서서 이 잘못된 현실을 바꾸어야 되지 않겠는가’ 라고 말합니다.
또 실제 정치권에서 ‘러브 콜’이 오기도 하죠. 그러면 본인 자신도 거기에 귀가 솔깃해지고, 스스로 ‘나 라도 나서서 무언가 바꾸어야 되겠다’ 라고 ‘대망’을 품게도 되죠. 또 스스로 ‘야심’을 키우게도 됩니다.
그러나, 안교수. 어느 사회던지 그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해 나가려면, 각자가, 각 분야에서, 자기의 맡은 일에 말없이 충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함은 안교수 자신도 잘 아는 이치이겠지요.
정치 지도자, 경제인, 문화계 종사자. 학자 및 교육계 종사자, 공무원, 군인, 예술가, 종교인, 근로자, 등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모두가 맡은바 사명과 역할에 충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런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현실 정치나 사회 문제 해결에 뛰어들겠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더욱 사회가 어지럽고 혼란에 빠지게도 된다고 생각되지는 않나요?
예를 들면, 어떤 연예인이 아무리 대중 인기가 높아도, 그는 예인으로서의 사명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지, 그 인기를 바탕으로 해서 정치 지도자로 나서겠다고 하면 그것은 ‘외도’이거나 잘못된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필리핀의 인기 영화배우 출신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입니다. 그는 그의 인기를 바탕으로 1998년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행정적으로 무능한 대통령이였으며 부정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결국 탄핵되고 말았지요. 그가 그냥 연예인으로 남아 있었다면,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나중에 ‘아름다운’ 은퇴를 했을 것인데 말이죠.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의 경우는 다르다고 반론을 제기하십니까? 그라나 레이건은 영화배우 잠깐 했어요. 연예인 인기로 공직에 당선된 것 아닙니다. 그는 정치적 능력, 지도자적 자질이 인정되어 정치인이 되었고, 주지사를 거처 대통령이 되었지요.
학자 혹은 교수님들은 그들이 학계에,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 세계 인류를 위해 할 일이 따로 있잖아요? 학자 혹은 교수가 대중적 인기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연구실과 교실을 버리고, 정치 지도자’가 되고, 사회를 바꾸겠다고 나서는 것은 하나의 ‘외도’(外道)이며 또한 하나의 ‘착각’일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는 우수한 학자, 교수들이 많은데, 아직도 학문계 분야의 노벨 수상자가 배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과학상 노벨 수상자가 무려 15명이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작년에 화학상 수상자인 퍼듀 대학교의 일본계 네기시 에이이치 교수가, 한국 출신 학자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하나요? “ 미국에서 만난 한국인 연구자들은 그 능력과 소질 면에서 대단히 뛰어 났다. 그런데 그들이 한국에 들어가면 크게 뻗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유능한 재능을 살리지 못하게 하는 어떤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에이이치 교수가 언급한 그 한국 학자들이 재능을 살리지 못하게 되는 한국 학계의 ‘분위기’란 무엇일까요? 바로 학자나 교수가 유명해지면 강의실에, 연구실에 그냥 놔두지 않고, 사회의 고위직이나 정계 쪽에서 스카우트해 가거나, 본인 자신이 스스로 정계나 ‘높은 자리’에 나가려고 야심을 갖게 되는 그런 풍토를 말하는 것 아닐까요?
안철수 교수. 인생의 선배로서, 또 전공과 분야는 다르지만 좀 공부한 선배로서, 충고를 드립니다. 당신은 대단히 머리가 좋고, 유능하고, 뛰어난 교수임을 자타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학문적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구태여 정치권을 기웃거리지 마세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버리세요.
이 사회에 물론 정치권이 문제가 많고, 신뢰도가 떨어지고, 인기 있는 지도자가 없다고 해도, 그래도 그들은 모두 정치꾼, 전문가들입니다. 국가를 위해 정치 및 행정을 맡을 사람들은 당신 말고도, 그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쪽에 너무도 많아요. 교수출신 당신이 정계에 입문하면 당신은 역시 정치 초년생이 되는 것입니다. 당신이 아무리 학문적 두뇌가 좋아도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는 ‘쿠데타’나 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 서울시장의 자리를 잠깐 꿈꾸다가 결단 있게 버린 결정은, 아주 잘한 처사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또 다른 변신이나 도약을 위한 하나의 수순이나 단계가 아니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비교적 ‘순진한’ 분위기에서 학자, 교수의 신분으로 살아왔습니다. 무슨 정치가로서의 험한 경험 없습니다. 행정적 능력을 함양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사회 혹은 공직 ‘지도자로서의 ‘리더쉽’ 훈련이나 경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대중의 인기와, 거품일 가능성이 많은 여론 조사를 믿고, 정치계로 뛰어 들겠다는 것입니까? 결국 당신도 나중에는 그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혹 ‘대선 출마’ 꿈이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7일, 기자들의 질문에, 당신은 “에이 무슨…… 지금은 학교활동에 전념해야죠.”라고 대답했다고 언론매체가 전하고 있네요. 그런데 기자들은 당신이 ‘지금은……’이라고 말한데 대하여, ‘앞으로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 즉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네요.
물론 당신에게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모든 분야에, 열린 가능성은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내가 만일 지금 당신의 부모라면 이렇게 권고할 것입니다. 한번 진지하게 이 말에 귀를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철수야. 밖에 나가서 ‘영희’와 회오리바람까지 일으킬 정도로 재미있게 소꿉장난 치며 잘 놀았던 것, 6일로 족한 것 아니냐? 이제 집에 잘 돌아왔다. 저녁밥도 먹고 방 청소도 하고, 숙제도 하고, 입을 옷도 준비하고, 내일 또 학교에 갈 여러 가지 준비할 것 태산처럼 많다. 더 이상 ‘밖에 있는 영희’와 놀지 말아라. ‘학교에 있는 영희’와 같이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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