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대생한테 편지 답장이 오면 무엇라고 쓸 가요[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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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1-20 07:01 조회2,31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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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대생한테 답장이 오면 무어라고 쓸 가요
한참을 지난 후,
수색중대 특공대가 Q-커브지점 공터 밑에 있는 배수로에 도착했을 때였다.
이때, 19번 도로 위쪽에 남아 있던 수색 중대원들은 M-60기관총과 M-16자동소총으로 아래쪽 Q-커브 공터지점 적들을 향해 일제히 엄호사격을 실시했다.
제2소대장 김진흥 중위와 제3소대장 정 종 태 중위가 이끄는 특공대원들은 19번 도로 남쪽으로 내려가서 배수로에 몸을 바짝 낮추었다.
모두들 숨을 죽여 가며 엄폐은폐를 하였다.
그리고 “Q-커브공터를 바라보니까!”
제1소대장을 비롯한 6구의 전우들 시신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처절하게 널브러져 있는 전우들의 시신을 바라보는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극도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추지 못한 김진흥 중위는 특공대원들을 향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부터 전사한 전우들의 시신 회수작전에 들어간다.
그는 비장한 각오로 말했다.
김진흥 중위는 내가 앞장을 선다.
“절반의 대원들은 나를 엄호하라!” “나머지 대원들은 내 뒤를 따르라고 명령했다.”
김진흥 중위는 엄폐은폐하고 있던 배수로에서 Q-커브공터로 올라갔다.
맨 앞 선봉에 서서 비장한 각오로 앞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을 때였다.
이때,
19번 도로 옆 바위 뒤에 숨어있던 베트콩들이 투척한 방망이 수류탄이 수색중대 제2소대장 앞에 날아와서 뚝 떨어졌다.
“쩌~정!~꽝!”
그는 급히 몸을 옆으로 뒹굴면서 수류탄 파편은 무사히 피했다.
바로 그때였다.
바위 쪽에서 “따 으 으 럭!~따 콩! 따 콩~”하는 요란한 기관총과 A K-47총소리가 들려왔다.
제2소대장 김진흥 중위의 머리 앞에 먼지를 일으키면서 총알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 이후부터 김중위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아! 그는 중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길로 장렬히 전사하고 만 것이다.
유달리 부하들을 사랑하고 아껴주던 자애로웠던 한국군 장교였다.
그는 평소 소대원 부하들에게 존경받는 용감한 군인이었다.
맹호 기갑연대 수색중대 제2소대장 김진흥 중위는 꽃다운 젊은 청춘의 꿈을 미처 이루어보지 못하고 애석하게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머나먼 저 세상길로 떠나고 만 것이다.
먼저 전사한 제1소대장과 전우들의 슬픔의 눈물이 아직 마르지도 않았는데…….
앙케 패스 19번 도로 Q-커브 공터지점에서 전우들의 시신회수 작전에 들어가 맨 앞장서서 용감하게 싸우다 적들의 쏟아지는 탄우 속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장면을 목격한 수색 중대원들의 오열했다.
앙케 패스 계곡은 눈물로 얼룩졌다.
눈앞에서 적들의 흉탄에 벌집처럼 온 몸이 한 군데 성한 곳 없이 낭자한 피로 흥건하게 젖은 시신을 대책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수색 중대원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특공대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던 소대장 전령 류 상병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큰소리로
“어떻게 해! 어떻게 해!” 하며 오열 하였다.
그는 발을 동동 구르다가 아래 쪽 소대장 시신이 있는 곳으로 울면서 뛰어 내려오는 것을
저 앞에 서있던 권 병장이 그를 가로막았다.
“가면 안 돼! 저기는 너무 위험해!” 내려가지 못하게 제재를 하였다.
권 병장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옷소매 자락으로 훔쳐가며 꺼이꺼이 울었다.
한 때!
권 준 병장은 소대장 김진흥 중위에게 펜팔편지를 대필해 주었다.
그의 집안 내력과 인품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전남 해남출신으로 칠 남매 중 막내라고 했다.
6형제 모두 다 대한민국 국군 현역장교였다.
그리고 유일하게 누님 한 분도 현역간호장교로 복무중이라고 했다.
이처럼 그의 집안은 대단한 명문가로서 칠남매 모두를 대한민국 국군장교로만 배출한 보기 드문 군인 집안이었다.
‘그의 집안은 대단한 명문가로서, 애국자 집안이었다.’
그때, 그 여대생에게 펜팔 편지를 대필 하였을 때,
“김진흥 소대장의 모든 장점을 다 나열하였다!”
그를 육군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장래가 매우 촉망되는 미남형의 유능한 군인’이라고 약간 과장을 하여 소개하였다.
그러나 상대가 중앙대 연극학과에 재학 중인 빼어난 미모의 탤런트 지망생이란 정보에 혹시 편지 답장이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였다. 그 여대생이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온갖 미사여구를 다 동원하여 심혈을 기울였다.
연대 전술기지 내 수색중대가 내무반으로 사용하고 있는 벙커 옆, 미니 동물원에서 사육하고 있는 공작새 깃털을 밤에 몰래 가위로 잘라 와서 편지 봉투 속에 넣어 보냈다.
권 병장이 할 수 있는 지혜를 총동원하였다.
온갖 정성을 다 드려서 편지를 보냈는데, 제 아무리 빼어난 미모의 여대생이라도 이 귀하고 신비한 공작새 깃털에 새겨진 정성과 권 병장의 지혜에 감탄하여 틀림없이 편지 답장을 보내 올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소대장님!
“그 빼어난 미모의 탤런트 지망생, 여대생한테서 답장이 오면 무엇이라고 답장을 쓸까요?”
소매 자락이 흥건하게 젖도록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권 병장은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에 오열하였다.
그 이후, 빼어난 미모의 그 여대생한테서 답장이 왔다.
김중위님의 편지 첫 구절에 ‘폭음만이 귓전을 울리는 전선의 밤입니다.’ 라는 사연이 전혀 실감을 못 느낄 만큼, 이곳 고국의 밤하늘에는 평화롭게 별들만이 속삭이듯 반짝거리는 밤입니다.
내 침실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이는 유유히 흐르는 한강 물과 국립묘지에 외로이 서 있는 가로등은 게슴츠레 졸고 있습니다.
지금 MBC 라디오에서는 한밤의 음악편지의 시그널 방송이 감미롭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파월장병들에게 보내는 사연을 낭랑한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듣고 있자니, 문득 김중위님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속 깊이 파고들어 내 폐부에 사무쳐 와 잠 못 이루는 밤입니다.
이 밤도 김중위님의 늠름한 모습을 그리면서 M B C-문화방송 ‘한 밤의 음악편지' 담당자에게 김중위님에게 보내는 사연을 신청했다는 내용과 함께, 생전 처음으로 받아본 귀하고 귀한 신비스런 공작새 깃털과 편지 잘 받았습니다.
이번 탤런트 시험에 무난히 합격했다는 절절한 내용의 편지 답장이 왔다.
권 병장은 차마 그 소대장님이 전사했다는 답장을 쓸 수가 없었다.
아니, 쓰서도 안 될 일이었다.
<현 충 원 국립묘지에 고이 잠들어 있는 김진흥 소대장님 묘비 앞에 않은 저자의 모습>
지금, 동작동 현 충 원 국립묘지 그의 묘비 뒷면에는 ‘1972년 4월12일 월남에서 전사’ 했다는 그 글귀만이 그의 무덤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묘비 앞 돌 판에는 칠 남매의 애절한 글이 이렇게 새겨져 있다.
‘장하다, 막동아!’
너의 불사조의 넋은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으리라 …….
- 칠남매 -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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