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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서식 조건에서 얻는 산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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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tallon 작성일11-07-11 05:53 조회1,449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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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내 자신이 등산이란 운동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어느 해 6월 달인가 하여간 전문 산 꾼들을 따라 설악산엘 언감생심 겁도 없이 따라 나선 적이 있다. 오색약수터에서부터 험로를 따라 붙는 코스였다. 하여간 그때는 군 피 교육생시절 그 유명했던 전남 화순동북의 대한민국군의 제일의 유격코스보다 더 험난하게 느꼈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어느 정도 올라가니까 숨이 목에 차서 도저히 불가하게 느껴졌다. 중도에 포기할 생각을 하고 주저앉았다. 코스를 처음 내게 소개한 죽마지우한사람이 같이 따라 앉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한참을 쉬고 나니까 다시 생기가 돌아 결국 사력을 다하여 산인들과 끝까지 합류한 적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하산하는 도중에 중간 중간 건넜던 면경지수 같은 설악의 심산유곡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속에서 유유히 놀고 있는 특이 어종 열목어 떼들에 관한 얘기이다. 수정처럼 맑은 물속에서 평화롭게 유희하는 특수어종의 모습은 고귀하다 못해 도도해 보이기까지 했다. 청산청수에 어울리는 멋진 한 폭의 예술작품이었음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어릴 때 시골 냇가에서 만나던 잡 민물어종들과는 확실히 차별 되는 물고기라 내 눈에는 참 신기하게 비쳐졌다.

얼른 탁류 속에서의 생활을 즐기는 미꾸라지와 이 열목어의 생판 다른 서식 조건을 비교해 보게 되었다. 이 세상 어떤 유혹을 해도 이 두 어종은 서로의 서식지를 바꿔서 살아보라면 아마도 며칠못가서 모두 일생을 끝낼 것이다. 한참 전에 강원도 양구 산중에 제법 큰 규모의 농원유원지를 개발 운영하는 죽마지우가 있어 가끔 들려보는 기회가 있어 둘러보다가 조성해 논 자연 시설물 중에 큰 연못이 몇 군데 있어 딱히 우렁이나 미꾸라지를 방생하면 꽤 번식할 것 같이 판단하여 경동시장에서 미꾸라지를 사다가 그곳 연못에 방생한 적이 있다.

몇 달이 지나 다시 가서 화인해보니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단 한 마리도 안보였다. 서식조건이 맞지 않아 모두사라진 것이다. 이 우연하고 또 간단한 실험에서 난 이방대한 우주공간의 삼라만상은 각기 태생적 서식 조건에 따라서 만이 생명을 부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동식물이 공히 마찬가지이다. 하물며 언어를 구사하는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인간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사람들은 선언적인 말로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하지만 살아가는 생활조건에서는 위의 열목어나 미꾸라지처럼 현격한 울타리가 존재함을 부인할 수없는 것이라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고려 말 충신 포은 정몽주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전한 다음의 시 구절은 나의 이런 주장을 확실하게 지원하고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단 이 세상 모래알같이 북적대는 인간들이 자기 자신이 열목어 과에 속하는지 아니면 탁류에서나 생명유지가 가능한 미꾸라지 과에 속 하는지는 오직 객관적인 판단기준에 따라 판단되어야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요즘은 너무 많은 미꾸라지 같은 탁류 어종들이 저희들도 열목어나 산천어라고 우겨대며 몽리를 부리기 때문이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白鷺)야 가지 마라,
성낸 까마귀 흰빛을 새올세라,
청강(淸江)에 좋이 씻은 몸 더러 일까 하노라.


도도한 자태의 열목어

 

뻘속을 헤집고 다니는 미꾸라지떼

댓글목록

현산님의 댓글

현산 작성일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좋은 글을 읽고 갑니다.

김종오님의 댓글

김종오 작성일

Stallon 鄭 선생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실, 저는 고시조(古時調) 1 백여수를 달달 외우고 있는 엉터리 시조시인 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위의 옛시조 "까마귀 싸우는 골에 (중략) 더러힐까 하노라"의 작자(가)가 포은 정몽주의 어머니란 사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내 차(지금은 폐차처분 하고 없어졌지만...) 조수석에다 밤낮 모시고(?) 다니던 "우리의 古典敎室- 한국의 옛시조"란 오래된 책에는 분명히 '지은이- 작자미상'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평소에도 글 쓰기를 위한 습관으로 메모를 잘 해 두는 성격이라, 오늘은 그 고시조집에다 다음과 같은 덧글을 써 뒀습니다.

"2011.7.11(월). Systemclub 자유게시판, Stallon(정재성/ 영문학자) 선생의 글에보면 이 시조의 작자를 포은 정몽주 선생의 어머니라 하다" 고......

stallon님의 댓글

stallon 작성일

ㅎㅎㅎㅎ. 김종오 선생님, 소생도 확실하진 않습니다. 문헌에 보면 연산군때 김정구란 분이 썼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런데 소생은 정몽주 어머나라는 얘길 많이 듣고 또 본 것 같아서 그냥 편한대로 인용했을뿐입니다. 둘다 답이 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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