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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의 모성(母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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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1-06-04 06:31 조회1,6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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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의 모성(母性) 

 

 그저께 저녁때  있었던 일이다. 춘천시 사북면(태백시의 사북과는 전혀 다름) 송암리 재골 마을에 이야기 거리가 하나 생겼다.

행정구역상 사북면의 송암리가 춘천시에 속해 도시로 인식하는 느낌이 들것 같지만 예전의 행정구역은 춘성군이다.  또 송암리라는 행지역은 춘천시에 두군데나 있다. 한곳은  깎아지른 바위산, 삼악산 꼭대기에서 발아래 동쪽 춘천시내께로 낭떨어지 내려다 보듯 내려다 보면  바로 턱밑 오른쪽 의암호 곁에 있는 빙상경기장등 모든 체육 경기장 시설이 있는 곳이 송암리이고, 또 한곳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춘천에서 화천 방향으로 가는 새로생긴 길을 따라 가지면 춘천댐 근방의 춘천호 언저리 산골 마을이다. 예전으로 치자면 오지라 불렀던 산골마을이다.

송암리엔 지금도 산짐승이 심심챦게 출몰하는 곳이다. 큰 짐승으로는 농부들에겐 골치 아픈 멧돼지가 자기 새끼들을 모두 데리고 마을로 내려와 고구마밭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기승을 부리고 특히 이른 봄철이면 짐승들중 중간쯤 크기의 고라니가 짝을 찾느라고 날카로운 소리를 뽑아내며 이산 저산으로  날뛰는 곳이다.

이 마을 끝에서 다시 산속으로 1.2km 떨어진 안막골이라는 골짜기로 올라가는 어귀 초입새에 육각정이 하나 있다. 이마을에서 희귀한 사건이 벌어졌다. 산속이라지만 그래도 사람이 오가며 사는 마을인데 이 육각정 마루 밑에 난데 없는 고라니가 마을로 내려와 주민 허락도 없이 새끼를 치고 웅크리고 있는 것을 몇몇 마을 농부들이 발견하고 왁자지껄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산 짐승들은 백이면 백 모두가 사람을 피해 다닌다. 더군다나 새끼를 칠때엔 안전하고 깊은 산속에 보금자리를 틀고 거기서 낳게 마련인데 이 고라니는 무슨 배짱인지 마을 끝에서 산골로 올라가는 곳에 위치한 육각정 마루 밑에서 출산을 한것이다.

사람들이 일 났다고 왁자지껄 떠들었는데도 고라니 어미는 꼼짝을 하지 않고 갓낳은 새끼를 보호하며 2m도 안되는 밖을 내다보며 어두컴컴한 곳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흔히 있는 일이지만 평소 같으면 고라니는 사람 기척만 있으면 인근 도라지 밭에서나 옥수수 밭 참깨 밭에서 숨었다가 갑자기 후닥닥 들고 냅다 튀어  산속으로 짧은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는 바람에 일하러 지나 나가는 농부들이 놀라기 마련인데 이 어미 고라니는 꼼짝도 않고 있었다. 갓 낳은 새끼가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어미가 새끼를 끼고 죽을 힘을 다하며 왕배짱으로 버티고 있는 모습이었다.

동물이지만 순하디 순한 고라니 눈은 여느 때 보다 아주 강인해 보였다. 바로 모든 피조물의 어미가 창조질서에 순응하는 가장 거룩한 모성(母性)의 발로라 느껴졌다. 자식을 보호하는 데서는 죽음도 두렵지 않은 것이 모성이다. 나는 고라니 어미에서 창조질서를 지키는 거룩한 모성을 보았다.

평소 같으면 작물에 피해를 주는 고라니가 나타났다 하면 농부들이 몽둥이를 휘두른다던지 소리를 쳐가며 사나운 기세로 내 쫓기 마련인데 어제는 전혀 달랐다. 모두들 신기 해 하면서 고라니의 모자를 보호려 엄숙한 내색을 보였다. 평소엔 막 대했던 짐승이지만 이 고라니 모성의 장면은 농부들 즉 인간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창조질서에 순응하는 만물의 모성은 정말로 거룩하다고 느꼈다. 새끼먹일 젖은 잘 나오는지.... 어미먹을 풀은 어떻게 되는지.... 이렇게 걱정들을 하고 있는 분위기 였다. 그러다가 우리 농부들은 어둑할 무렵 헤어졌다.

나는 어제 아침에 농사터로 가는 길목에 있는 육각정 마루 밑을 다시 들여다 보았다. 어미 고라니와 갓태어난 새끼 고라니가 홀연 없어 진 것이다. 하룻밤새에 어미가 새끼를 데리고 산속 안전한 곳으로 피해 보금자리를 옮긴 것이리라. 내 눈엔 어둑한 곳이지만 고라니 새끼 친 자리만 돋보였다. 후대를 잇는 거룩한 장소였기 때문이리라. 일터로 가는 나의 발걸음도 가벼웠고 훈훈한 마음이 가슴속에서 일었다.

"참 잘했다 고라니야! 암~! 그래야지. 어서 안전한 곳에가서 귀여운 네 자식을 잘 키운뒤 평화롭게 뛰어 놀거라. 험난한 세파에서 간혹 이성을 잃고 사는 한편의 현대 사람들이 너를 통하여 사랑의 창조주의 뜻을 다시 찾아서 배워야 겠다." / 2011. 6. 4. 화곡 김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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