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논설실장4·27 재·보선 참패의 후폭풍 속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MB는 또 놓치고 말았다. 이재오·이상득 친이계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중립 표방 세력에 패배한 것, 이건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개적 항명이고 권력을 3년반 이상 농단해오면서 결코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친이계라는 거빙(巨氷)이 쩍쩍 갈라지며 몰락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고식! 민심은 통쾌하다고 소리칠 뻔했다. 짜릿짜릿한 쾌감 속에서. 그토록 변화 불감의 한나라당 금배지들에게도 재스민 향기는 내년 총·대선이 다가올수록 콧속으로 깊이 흡인되기 마련인 것. 그러나, MB는 원내대표 경선 결과까지 지켜보며 또 특유의 장고를 하느라 저녁 7시까지 기다렸다가 개각
뚜껑을 열었지만? 여전히 ‘MB 그대로’임을 거듭 말해주는 데 그쳤다. 여전히!
고용노동부 장관 박재완, MB 정권 3년2개월 동안 청와대 정무수석→
국정기획수석→고용부 장관-그것도 모자라 또
기획재정부 장관에 앉히는 전형적인 물레방아 인사! 다른 장관들은 연공서열로 메우고. 이런 개각으로 민심의 감동을? 그나마 다행인 건? ‘대북원칙주의자’ 통일부 장관 현인택을
대통령실장 출신 류우익으로 교체하지 않고,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기용하려는 오기를 접은 것만 해도.
MB는 민심과 한나라당을 향해 정면대결 카드를 뽑았어야 했다. 무슨 카드? 특임장관 이재오 전격 경질!
MB 정권 내내 분란의 불씨가 돼온 그를 좀 어떻게 해달라는 것, 그게 민심의 간곡한 희망사항 아닌가? MB가 벼랑끝에서 전격 U턴하는 방식으로 민심의 저류(底流)를 자극했다면? 민심과 한나라당으로부터 엄청난 탄력을 받아 권력 지형을 다시 짤 수 있는 힘이 모아졌을 것이다. 사면초가인 대통령은 버려야 기사회생할 수 있다. 마음을 비워야 살아날 수 있다. 이재오를 날리면서 국민의 지탄을 받아온 친이계·친박계 싸움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고 호령했다면? 진정성의 회복. 친박계도 MB에 승복해 따라가려는 시늉이라도 할 것이고, MB는 당의 중심에 다시 설 수 있게 됐을 것!
명심해야 한다. 친이계는 몰락하고, 친박계는 딴 살림 궁리하고, MB는 레임덕에서 방황하고-이대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 불가능. MB가 정권 재창출을 하지 못하고 5년 단명의 우파 정권으로 끝나면 엄청난
국가적 불행이 온다. MB는 이제부터 텅텅 빈 창고처럼 마음을 비워라! 어떻게 비워야 하나? 모든 걸 차기 정권 재창출에 맞춰 버려야 한다. MB가 몰락하는 친이계를 붙잡고 또 정국 운영을 하려면 할수록 민심으로부터 멀어진다. 야박한 말이지만 이미 ‘지는 해’라는 엄혹한 권력의
무상함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친이계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헌정사에서, 퇴임한 전직 대통령을 보호해주는 건 권력을 향유했던 정권 주류 세력이 아니었다. 몇
개월만 더 가면 친이계부터 고무신 거꾸로 신고 차기 주자로 몰려가게 돼 있다. 친북·좌파 세력의 정권 재장악 가능성-그걸 보여준 게 4·27 재·보선! 나만 임기 채우고 나가면 그만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결코! 차기 한나라당 대선 예비 주자들한테 “정권 재창출을 할 수만 있다면 나를 밟고 지나가라”고 해야 한다.
배포 큰 정치! 그렇게 MB가 치고 나가면 한나라당
당대표·원내대표가 누구든, 친박계든 국정 운영에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도무지 MB를 이해할 수 없는 것? 청계천 뜯어내 시냇물 흐르게 하고 도로 한가운데로
버스 달리게 했던 스케일과 상상력, 대통령된 뒤 다 어디로 갔나?
MB는 차기 대선후보가 누가 되든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부턴 외교·안보·경제에 전념하라! 국방장관 김관진의 국방개혁, 확실히 밀어줘 다시 김정일이 도발하면 원점부터 초토화시키는 장면을 국민이 생생히 볼 수 있게 하고, 김정일 만나는 것도 깨끗이 잊어라! 원래 전공대로 경제 살리기에 매달려라! 서민, 중산층 가릴 것 없이 너무 살기 어렵다. 친서민한다고 재래시장 가서 순대국 한번 먹고 끝, 이게 아니라 한나라당 차기 대선 후보가 경제 문제에서만은 야당 공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친이계의 몰락 이후 MB가 가야 할 길, 그건 정권 재창출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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