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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반드시 富와 일치한다고 말할 수 없는 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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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당쇠 작성일10-07-03 22:25 조회2,511회 댓글8건

본문

김소운님의 "가난한 날의 행복"이라는 글로 대신 할까합니다.
예전에 이미 학교에서 배운 내용의 글입니다.


김소운-가난한 날의 행복

먹을 만큼 살게 되면 지난날의 가난을 잊어 버리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가 보다. 가난은 결코 환영(歡迎)할 것이 못 되니, 빨리 잊을수록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난하고 어려웠던 생활에도 아침 이슬같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회상(回想)이 있다. 여기에 적는 세 쌍의 가난한 부부(夫婦) 이야기는, 이미 지나간 옛날 이야기지만, 내게 언제나 새로운 감동(感動)을 안겨다 주는 실화(實話)들이다.

그들은 가난한 신혼 부부(新婚夫婦)였다. 보통(普通)의 경우(境遇)라면, 남편이 직장(職場)으로 나가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겠지만, 그들은 반대(反對)였다. 남편은 실직(失職)으로 집 안에 있고,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어느 회사(會社)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쌀이 떨어져서 아내는 아침을 굶고 출근(出勤)했다.

"어떻게든지 변통을 해서 점심을 지어 놓을 테니, 그때까지만 참으오."

출근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점심 시간이 되어서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안에는 신문지로 덮인 밥상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신문지를 걷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쌀은 어떻게 구했지만, 찬까지는 마련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 상위에 놓인 쪽지를 보았다.

"왕후(王侯)의 밥, 걸인(乞人)의 찬…….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 두오."

낯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瞬間), 아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왕후가 된 것보다도 행복(幸福)했다. 만금(萬金)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감(幸福感)에 가슴이 부풀었다.


다음은 어느 시인(詩人) 내외의 젊은 시절(時節) 이야기다. 역시 가난한 부부였다.

어느 날 아침, 남편은 세수를 하고 들어와 아침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시인의 아내가 쟁반에다 삶은 고구마 몇 개를 담아 들고 들어왔다.

"햇고구마가 하도 맛있다고 아랫집에서 그러기에 우리도 좀 사 왔어요. 맛이나 보셔요."

남편은 본래 고구마를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식전(食前)에 그런 것을 먹는 게 부담(負擔)스럽게 느껴졌지만, 아내를 대접(待接)하는 뜻에서 그 중 제일 작은 놈을 하나 골라 먹었다. 그리고, 쟁반 위에 함께 놓인 홍차(紅茶)를 들었다.

"하나면 정이 안 간대요. 한 개만 더 드셔요."

아내는 웃으면서 또 이렇게 권했다. 남편은 마지못해 또 한 개를 집었다. 어느 새 밖에 나갈 시간이 가까와졌다. 남편은

"인제 나가 봐야겠소. 밥상을 들여요."

하고 재촉했다.

"지금 잡숫고 있잖아요. 이 고구마가 오늘 우리 아침밥이어요."

"뭐요?"

남편은 비로소 집에 쌀이 떨어진 줄을 알고, 무안(無顔)하고 미안(未安)한 생각에 얼굴이 화끈했다.

"쌀이 없으면 없다고 왜 좀 미리 말을 못 하는 거요? 사내 봉변(逢變)을 시켜도 유분수(有分數)지."

뿌루퉁해서 한 마디 쏘아붙이자, 아내가 대답했다.

"저의 작은아버님이 장관(長官)이셔요. 어디를 가면 쌀 한 가마가 없겠어요? 하지만 긴긴 인생(人生)에 이런 일도 있어야 늙어서 얘깃거리가 되쟎아요."

잔잔한 미소(微笑)를 지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아내 앞에, 남편은 묵연(黙然)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가슴속에는 형언(形言) 못 할 행복감이 밀물처럼 밀려 왔다.


다음은 어느 중로(中老)의 여인(女人)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여인이 젊었을 때였다. 남편이 거듭 사업(事業)에 실패(失敗)하자, 이들 내외는 갑자기 가난 속에 빠지고 말았다.

남편은 다시 일어나 사과 장사를 시작했다. 서울에서 사과를 싣고 춘천(春川)에 갔다 넘기면 다소의 이윤(利潤)이 생겼다.

그런데 한 번은, 춘천으로 떠난 남편이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어도 돌아오지를 않았다. 제 날로 돌아 오기는 어렵지만, 이틀째에는 틀림없이 돌아오는 남편이었다. 아내는 기다리다 못해 닷새째 되는 날 남편을 찾아 춘천으로 떠났다.

" 춘천에만 닿으면 만나려니 했지요. 춘천을 손바닥만하게 알았나 봐요. 정말 막막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여관(旅館)을 뒤졌지요. 여관이란 여관은 모조리 다 뒤졌지만, 그이는 없었어요. 하룻밤을 여관에서 뜬눈으로 새웠지요. 이튿날 아침, 문득 그이의 친한 친구 한 분이 도청(道廳)에 계시다는 것이 생각나서, 그분을 찾아 나섰지요. 가는 길에 혹시나 하고 정거장(停車場)에 들러 봤더니……."

매표구(賣票口) 앞에 늘어선 줄 속에 남편이 서 있었다. 아내는 너무 반갑고 원망(怨望)스러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트럭에다 사과를 싣고 춘천으로 떠난 남편은, 가는 길에 사람을 몇 태웠다고 했다. 그들이 사과 가마니를 깔고 앉는 바람에 사과가 상해서 제 값을 받을 수 없었다. 남편은 도저히 손해(損害)를 보아서는 안 될 처지(處地)였기에 친구의 집에 기숙(寄宿)을 하면서, 시장 옆에 자리를 구해 사과 소매(小賣)를 시작했다. 그래서, 어젯밤 늦게서야 겨우 다 팔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보(電報)도 옳게 제 구실을 하지 못하던 8․15 직후였으니…….

함께 춘천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차 속에서 남편은 아내의 손을 꼭 쥐었다. 그 때만 해도 세 시간 남아 걸리던 경춘선(京春線), 남편은 한 번도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아내는 한 손을 맡긴 채 너무도 행복해서 그저 황홀에 잠길 뿐이었다.

그 남편은 그러나 6․25 때 죽었다고 한다. 여인은 어린 자녀(子女)들을 이끌고 모진 세파(世波)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제 아이들도 다 커서 대학엘 다니고 있으니, 그이에게 조금은 면목(面目)이 선 것도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 올 수 있었던 것은, 춘천서 서울까지 제 손을 놓지 않았던 그이의 손길, 그것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여인은 조용히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맺었다.

지난날의 가난은 잊지 않는 게 좋겠다. 더구나 그 속에 빛나던 사랑만은 잊지 말아야겠다. "행복은 반드시 부(富)와 일치(一致)하진 않는다."는 말은 결코 진부(陳腐)한 일편(一片)의 경구(警句)만은 아니다.

댓글목록

달마님의 댓글

달마 작성일

행복하려면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됩니다. 여러해 전 히말라야 산 속 오지 마을에서 1년간 생활하다 돌아왔습니다.  지독히들 못사는데 사람들은 행복해 하더라고요.... 비결은 세상돌아가는 물정을 모르고 사는 것이었습니다.

마당쇠님의 댓글

마당쇠 작성일

^^ 그러셨군요. 그래서일까요..달마님으로부터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야말로 오지마을로 가고 달고가고 싶은 사람중에 하나입니다만..달마님의 지적대로 그 비교..그것이 아무 몹쓸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그 비교를 위해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교되어 혹은 비교하여 보다 상대로부터 그 우월함을 느끼고 싶은 것이겠죠. 실상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임에도...그런 비교 때문에 요즘 아이들 가정에서나 학교 혹은 학원에서 혹사당하고 인격은 망가질때로 망가져 있다고 봅니다. 한편으로 보면 진정한 오지는 바로 이 곳이 아닌가 생각듭니다. 비교해보면 히말라야는 결코 오지가 아니라 진정한 문명이 아직 살아숨쉬는 곳이 아닐지..

마당쇠님의 댓글

마당쇠 작성일

문명이란 것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이나 만지작거리며 게임이나 즐기는 것이라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 봅니다. 문명속에는 반드시 사랑이 존재해야 하며 그것은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진정 고차원의 성질이라 생각합니다. 사유가 없고 인격이 없고 예의가 없고 질서가 없는 위 아래가 없는 문명 더군다나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문명..그러한 문명이 있으면 뭐할 것이고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을지 생각됩니다. 나일강 황하강 인더스강 유프라티스강은 이 따위 보잘 것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유유히 흘러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스템 클럽 이 곳이 새로운 문명의 발상지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그래서 있다고 봅니다.

새벽달님의 댓글

새벽달 작성일

북한이 제일 행복한사회겠군요?
인터넷도 없어 이것저것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한끼 식사를 어찌 해결하고 오늘 하루도 어떻게하여 무사히 감시의 눈길에서 살아남나 하는 단순한 생각만 하고 살아가니....

그런데 왜 그렇게 행복한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불행한 세계로 찾아오려할까?

달마님의 댓글

달마 댓글의 댓글 작성일

새벽달님, 평소의 좋은 두뇌를 어찌 그런 방향(진중권 버전)으로 돌리시나요...^^

마당쇠님의 댓글

마당쇠 작성일

일부러 글을 굴절시켜 받아들여주시지 말았으면 합니다. 물론 글을 읽는 이의 자유에 따르는 것이겠지만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 글쓴이에게도 실망을 느낄 자유가 있습니다. "문명속에는 반드시 사랑이 존재해야 하며 그것은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진정 고차원의 성질이라 생각합니다. 사유가 없고 인격이 없고 예의가 없고 질서가 없는 위 아래가 없는 문명 더군다나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문명..그러한 문명이 있으면 뭐할 것이고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을지 생각됩니다. " 이것이 제가 말하고 싶은 핵심입니다.

마당쇠님의 댓글

마당쇠 작성일

물질적 풍요는 고사하고 북한에도 사랑이 존재합니까? 그렇습니까? 존재하는 것이 있다면 불륜과 음란 아닐까요? 기쁨조는 모죠? 북한을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고 전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입니다 무리!! 무리중에 무리!!

심심도사님의 댓글

심심도사 작성일

마당쇠님!!!
참 좋으신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시대마다 아픔이 있고 그 시대마다 그 아픔을 치료하는 약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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