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여섯살. 
해방둥이들 선거날 아침

밤새 시끄러웠다.
여의도가 발칵 뒤집어졌다느니.
빅3 판세가 반뼘승부, 초접전이라느니,
여섯 곳은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느니,
20대 투표율이 당락을 좌우한다느니,
60대가 결정권을 쥐었다느니...

시선을 확 잡아 당기는 뉴스.
천안함 조작 유포 진원지가 북한이란다.
철없는 고교생 아이의 유언비어의 진원지는
그렇다치고 선거당일아침에 이런 뉴스를
내보내는 것은 역 공작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사실보도 인것을 어찌하랴..

중앙일보 컬럼 한대목에 실린 남한내 
30만 간첩설을 보는순간 뜨거운 해방둥이 기질이
마른장작에 성냥불을 그어댄 것처럼
불같이 활활 타오른다.

6.25, 4.19.  5.16. 10.26. 6.15를 온몸으로 겪으며 
치욕의 3.26 천안함 爆沈을 시퍼런 두눈으로 
바라보고 울분을 삼키고 있는 우리 해방둥이들.
빨갱이들 죽창을 직접 목격한 우리 해방둥이들.
박정희의 뜨거운 애국심을 직접 목격한 우리들.
견고하고 단단한 이념의 울타리를 만들었던 우리들.
좌파정권 10년동안 눈을 질끈감고 기다렸던 우리들.
저들이 양성했을 30만 간첩설은 우리를 경악케 한다.

네이트 온을 열고 해방둥이 동창들에게 토해낸다.

아침신문에 간첩이 30만명이란다. 
우리해방둥이들 기권할 수 없지 않은가!!

문자를 받은 78명의 둠벙친구들은
여느때 처럼 문자로 답신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둠벙의 핸펀이 계속 몸부림을 친다.
" 나라가 전부 빨갱이 판이 되었어. 어쩐댜!! "
" 천안함이 조작이라고 하는 놈들 누구여!! "
" 간첩 잡는 놈도 간첩 아닌지 모르겄다!! "
" 대북선전 한다드니 왜 꿀 먹은 벙어리인겨!!! "
" 그 지랄하니까 북풍이니 뭐니 하는거 아녀!! "
" 단체장,교육감 뽑는디 바람은 웬 바람이냐고!! "
" 빨갱이 몰아내라고 뽑아줬더니 중도? 중도가 뭐여? "
" 처음부터 중도라 했으면 이회창이 찍었어!! 나쁜 놈들 "

둠벙은 한 시간이 넘기고서야 통화가 끝났다.
열불을 내는 예순여섯살 해방둥이들은 식식거리며
투표장으로 투표장으로 갔다.
둠벙이 문자를 보낸 78명의 해방둥이들은 다음 선거에도
절대 기권하지 않을 붓뚜껑 보수꼴통들이다.



100602  아침  둠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