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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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달마 작성일10-06-01 08:42 조회2,31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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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있는 인간이라면 저마다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사물이나 사건들마다에 하나씩의 의미와 교훈을 새기며 살아가지요.
그렇게 함으로 해서 인식과 삶의 지평을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짧은 생애를 가장 길게 살다 간, 시인 윤동주의 삶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밤하늘의 작은 별 하나 하나 마다에
의미를 부여했을 정도니까요.
그에 비해 천안함이란 초대형 사건을 체험하고서도 우리는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 살아가는 윤동주의 후배로서
참으로 낯을 들고 거리를 활보할 면목이 없습니다.
눈물이 다 나려고 합니다.
그저 천안함 격침이라는 초대형 사태를 국민적 교훈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영혼 없는 생명체, 이명박이 저주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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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윤 동 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볕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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