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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안 쓰면 좌익이다?(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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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iFi 작성일10-03-10 22:36 조회2,828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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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1
Name   
   지만원 
 
 
Subject  
   한문 안 쓰면 좌익이다?
 
 

순진한 노동자가 대학생 위장취업자를 만나 자본가와 노동가와의 관계에 대해 달콤한 말을 들으면 그 순간부터 세상이 온통 삐뚤어지게 보이고 자기만이 무지몽매한 국민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영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외국에 나가 영어를 통해 선진문물을 흡수한 경험이 없는 청학동 글방 아이들은 한자의 의미를 터득하고, 4서3경이라는 것을 공부하면서부터 세상 사람들이 다 무식하게 보일 것이다.

필자는 한자가 섞여 있는 글은 읽기조차 싫어한다. 글을 읽을 때 덩어리 단위로 읽고 행간을 읽지,  글 하나하나를 읽지 않기 때문에 한자가 있으면 속도가 더디어 진다. 한문혼용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한글로만 쓰인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글을 좋아하는가는 시장에 맡기면 될 일이다. 한글만을 가지고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을 겨냥하여 좌익으로 모는 것은 나쁜 행위에 속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말도 있고, 영어도 있고, 프랑스어도 일본어도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말도 자주 쓰인다. 이를 한자로 어떻게 쓰는가? 한자에서 유래한 것도 사전에 있고, 시스템이라는 말처럼 영어에서 유래한 단어도 사전에 있다. 인터넷 사전에 들어가 모르는 말을 검색하면 답이 나오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구태여 한자를 모르더라도 사전을 찾아보면 뜻이 있고 용도가 설명돼 있다. 외국어도 배우는 판에 한문에서 유래한 단어를 익히는 데 왜 꼭 한자가 필요한 것인가? 한자도 일본어도 라틴어도 교육시장에서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한자를 꼭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를 둔 학생만 한자를 공부하면 될 일이다. 

지금은 과학이 경쟁을 좌우한다. 선진학문의 과학적 용어는 우리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한자로 표현된 논문이 세계적일 수는 없다. 세계 시장에 팔리려면 영어로 표기해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내용이지 글자가 아니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권 사람들을 만나 대화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 우물 안에서 한자가 최고야, 한자를 모르면 좌익이야, 한자를 모르면 지식인이 아니야,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우물 안 개구리요 코리타분한 수구로 비친다.

최근 우리 홈페이지에 한글전용을 이단시하는 특정인들의 이상한 주장들을 퍼다 놓고 분열을 주도하는 사람이 보인다. 그들 특정인들이 정말로 훌륭한 글을 쓰는가?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문장과 훌륭한 내용(contents)의 글을 쓰는 사람은 오히려 한글을 전용하는 사람들 중에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글이 올라온 이후 우리 게시판에는 이념과 상식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끼리 전용이나 혼용이냐 하는 쓸 데 없는 주제를 놓고 두 갈래로 갈라선다. 이것이 교란인 것이다. 이런 토론은 실사구시 측면에서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한자도 공부했고, 영어도 공부했고, 월남에 가서는 월남어도 공부했다. 가장 어렵다는 응용수학도 공부했고, 경영학도 공부했고, 컴퓨터 명령어를 짜는 방법도 공부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것들을 모두 팽개치고 빨갱이들과 싸우고 있다.

필자는 1974년에 유학을 가기 위해 군대에서 토플에 해당하는 ECL(English Comprehension Level) 테스트를 쳤다. 97점을 맞아 군대 영어시험 역사상 최고의 첨수를 받은 적이 있다. 육사 생도 시절에 영어와 수학만은 1등을 했다. 그래도 영어와 수학 성적을 자랑한 적 없다. 김대중 집권이후 거리 연설을 가장 먼저 했고, 자유수호 국민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반공단체를 가장 먼저 만들어 김대중을 빨갱이라 TV에서 공공연히 한 사람도 필자였다. 토요일마다 전단지를 만들어 애국회원님들과 함께 눈보라 휘날리는 겨울에도 등산로마다 찾아다니면서 소리 없이 계몽을 했던 사람도 아마 필자가 유일할 것이다. 임광규 변호사님과 함께 ‘독립신문’도 만들어 냈다. 임광규 변호사님은 돈을 대고, 필자는 신혜식과 홈페이지 설계자 조아무개를 찾아내 연결시켜 준 것이다. 그래도 필자는 "내가 우익 인터넷 신문을 처음 만들어 냈다"고 티를 낸 적 없고, 애국자라고 티를 내기는커녕 그렇게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한문을 혼용해야만 애국자가 되고, 한글전용은 좌익이다? 누구를 두고 하는 소리인가? 이런 괴이한 체조를 하려면  달밤에 혼자 할 일이다. 필자는 별로 많이 배우시지 못한 아버지를 가졌다. 그러나 그분은 개똥벌레 날고 별똥별 떨어지는 여름밤에 팔베개를 베어주시면서 아주 귀한 말씀을 들려주셨다. “선비는 비단 옷을 밤에만 입는단다.” 한자를 많이 알면 혼자서 희열을 느껴야 선비인 것이고, 진정으로 애국을 한다면 티내지 말고 할 일인 것이다.

이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동안 속에 담고 있던 이야기까지 해야겠다. 가당치도 않은 사람들이 필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낯 뜨거운 글들을 올렸다, 가장 낯 뜨거운 글들이 올려진  사이트가 자칭 애국자가 운영하는 사이트였다. 만일 필자의 홈페이지에 그와 유사한 글이 올라왔다면 필자는 필자의 낯이 뜨거워서라도 바로 지웠을 것이다. 한 사람이 수십 개의 글을 그 애국자의 사이트에 올렸는데 그 중 4개의 글이 필자에 의해 고소되고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됐다. 모두가 유죄로 인정되어 벌금도 물고 손해배상금도 지불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글이 바로 그 애국자의 홈페이지에 다시 올랐다. 필자는 애국자 홈페이지의 관리자에게 그 글을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관리자는 “아, 그럼은요, 즉시 지워드려야지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1시간 가량 흘렀다. 그 관리자가 필자에게 전화를 해왔다. “대표님께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 글이라며 삭제를 거부하십니다” 필자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이것도 사람이야?”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그리고 필자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누구에게. . 당신이 그 글을 지우지 않으면 당신까지 고소할 것입니다” 그 다음,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저항하던 그 애국자가 변호인과 상담을 했는지 갑자기 팝엎창을 띄워 경고문을 고지하고 그 글을 지웠다. 그리고 그 마지막 글을 올린 사람은 또 고소를 당해 벌금형 약식 판결을 받았다. 그 다음 남쪽 재판소에서 필자를 증인으로 부르자 심혈관 수술을 받고 있던 필자는 고소를 취하해 주었다. 이런 것을 생각하니 필자는 그 다음부터 그 애국자가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노무현의 사후 그 애국자가 애국단체의 이름과 애국자들의 성명을 글로 호명했다. 그런데 거기에는 필자의 이름도 없고, 필자 운영의 2개 단체 중 단 한 개도 없었다. 그리고 필자에 5번이나 소송이 걸렸던 그 사람이 애국자로 등재돼 있었다. 그리고 강의 때 늘 애국성금을 강조한다고 한다. “애국성금을 분산하지 말고 모 애국단체에만 몰아서 주어야 합니다. 유일한 애국단체는 이 단체뿐입니다” “누구는 편협합니다” 그런데 하나뿐이라던 그 애국단체의 장은 단체의 운영과 관련해 소속 간부 2인으로부터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당해 벌금을 물고 손해배상을 물 입장에 있다. 필자는 물론 민형사소를 제기했던 그 애국자들도 입을 봉했다. 벌써 1년 이상의 오래 전 이야기다. 그 사람들이 예뻐서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숨겨준 것이다.  

마지막, 필자는 한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글자 그대로의 청정 한글전용자이다. 드디어 “한글 전용자는 좌익이다”라는 글들이 꾸준하게 그리고 공격적으로 본 홈페이지에 접근해 왔다. 필자를 놓고 빨갱이라 하다니! 이 하나의 글만 가지고는 이렇게 판단할 수 없다. 그런데, 필자로부터 5번 소송을 당한 그 사람도 필자가 빨갱이라는 글을 바로 그 애국자 홈페이지에 10여회 올렸고, 글을 올린 사람의 한 이성 친구는 필자를 국보법 위반으로 고소까지 했다. 누가 보아도 인격을 갖춘 애국자의 홈페이지에 필자를 찍어 인신공격하는 글을 수십개씩이나 허용하고, 필자를 빨갱이로 모는 글들을 10 회 가까이 올리게 하고, 필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지워달라 부탁까지 했는데도 그 글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며 버티는 등의 행동을 놓고 아름답다 하지는 않을 것이다. 힘을 합해 싸워야 할 한 축의 우익에 이와 같이 칼질을 하는 행위는 용서될 수 없는 비겁한 행위라고 생각들 할 것이다. 아마도.   

한글 전용자인 필자가 빨갱이? 영구분단통일론을 쓴 필자가 빨갱이? 힘을 합쳐도 부족한 시기에 이렇게까지 하면서 애국자로서의 지위와 명성을 독점하려 하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가방끈이 짧으면 세상을 보는 눈도 짧은 것일까? 아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초등학교 4년을 중퇴하고 자전거 점포 점원으로 인생을 시작했지만 세계적인 사상가이자 모범적인 기업인으로 칭송되고 있다. 이제까지 필자는 공자도 예수도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면서 어줍지 않게 성인들을 흉내 내고 위인들을 흉내 내면서 감정을 통제해왔다. 그러나 필자도 평범한 감정의 동물이다.      

  
2009.8.11.  지만원
http://systemclub.co.kr
 

 
 
 
 

댓글목록

한가인님의 댓글

한가인 작성일

한자를 안쓰면 발갱이라면 한자를 안쓰는 미국이나 EU국가들은 전부 발갱이 나라겠습니다.
한자 주장론자들이야 말로 " 중국 동북아 공정 ' 추종자들이 아닐까? 라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콩코드님의 댓글

콩코드 작성일

한자를 잘아는 사람이 한글전용으로 된 문장을 보변 머리로 한자가 다 떠올라  한글이 오히려 쓰고 읽기가 실용적입니다.  그런데 이 어리석은 사람들은 머리로 이해가 다된 한글단어를 그것도 게으르게 몇자만 한자로 형식적으로 고쳐놓고 한자혼용안하면 빨겡이 사상이라고  하니 그것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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