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 위엔 “쥐 카다피 있던 곳 … 신은 위대하다” 리비아 시민군이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숨어 있던 땅굴을 보고 있다. 콘크리트로 이뤄진 땅굴은 어른 한 사람이 웅크리고 숨어 있을 수 있는 크기다. 발견 당시 카다피는 자신을 지켜 주던 친위군 병사의 시신 옆에 있었다. 땅굴 입구에는 파란색 래커로 시민군이 쓴 것으로 보이는 “이곳은 ‘쥐’ 카다피가 있던 곳이다. 신은 위대하다”는 말이 아랍어로 적혀 있다. [시르테 AFP=연합뉴스]
카다피의 황금총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고향이자 최후 거점인 시르테를 함락한 시민군들이 카다피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동료의 목말을 탄 시민군은 왼손에 “카다피로부터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황금총을 들고 있다. [시르테 AFP=연합뉴스]
현장에 있던 시민군 병사들은 “체포 직후 카다피는 이미 머리와 다리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체포된 뒤 처음으로 공개된 그의 사진은 얼굴과 온몸에 피를 흠뻑 뒤집어쓴 비참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주변에 있던 시민군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전 세계에 공개했다.
CNN은 “시민군이 카다피를 트럭에 싣기 위해 길바닥에서 질질 끌고 가다 바닥에 눕혔다. 그 뒤 웃옷을 벗기고 그의 머리를 발로 짓밟았다”며 “카다피는 이내 눈동자가 풀리고 의식을 잃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또 “한 시민군 병사는 쓰러져 있는 카다피의 얼굴에 신발을 던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얼굴에 신발을 던지는 것은 아랍권에선 중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진다. 로이터통신 등 일부 외신은 이 과정에서 이미 치명상을 입은 카다피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8월 23일 수도 트리폴리가 함락되면서 종적을 감췄던 카다피는 결국 자신의 고향이자 친위대의 최후 저항거점이던 시르테에서 이렇게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NTC는 20일 “카다피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공습으로 은신처에서 나와 이동하던 중 시민군에 발각됐으며 머리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결국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카다피가 어떤 상황에서 머리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AP통신 등은 “카다피가 발각되기 전에 이미 나토군의 공습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카다피가 무기를 가지고 있었던 만큼 체포 과정에서 저항을 하다 총격당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카다피가 발각될 위험을 감수하고 은신처를 빠져나와 이동을 감행한 이유도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그가 공습으로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어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었거나 시르테가 이날 시민군의 손에 넘어간 만큼 또 다른 은신처로 옮길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NTC 측은 “카다피의 사망을 확인한 이후 그의 시신을 모처로 옮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카다피의 시신이 미스라타의 이슬람사원 또는 상업센터에 보관돼 있다고 전했다.
최익재·이현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