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한미FTA대국민 담화문<FTA는 정치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닙니다.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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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영인 작성일11-11-30 12:27 조회3,77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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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한.미 FTA 협상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작년 2월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후 14개월만이고, 정부 차원에서 준비한 지 4년만의 일입니다. 참으로 길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정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협상단 여러분도 고생 많았습니다. 참으로 침착하고 끈기있게 잘 해주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동안 정부는 오로지 경제적 실익을 중심에 놓고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미국의 압력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요구는 만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 의회의 압력도 거셌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결코 이를 압력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철저히 손익 계산을 따져서 우리의 이익을 관철했습니다.
그리고 협상의 내용뿐만 아니라 절차에 있어서도 당당한 자세를 가지고, 협상에 있어서 지켜야 할 원칙을 지켜냈습니다. 이미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규범과 선례를 존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작은 장사꾼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와 중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의 변화까지 내다보는 큰 장사꾼의 안목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습니다.
협상의 결과로서, 우리는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섬유, 전자 등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은 물론, 신발, 고무, 가죽과 같은 중소기업 제품들도 경쟁국가에 비해 가격우위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100조원이 넘는 미국 조달시장의 문턱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이 새롭게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반덤핑 조사 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강화할 수 있는 수단도 확보했습니다. 이점에 관해 우리의 요구를 다 관철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진일보한 것입니다. 활용만 잘하면 우리 수출기업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성공단 제품도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 설립에 합의하여 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물론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국민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농업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협상에서 농민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려고 노력했고, 대부분 협상결과에 반영되었습니다. 돼지고기는 최장 10년, 닭고기는 10년 이상, 쇠고기는 15년, 사과와 배는 20년, 오렌지는 7년에 걸쳐서 관세를 철폐 또는 인하하기로 함으로써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만약 수입물량이 늘어 소득이 줄어들면, 국가가 소득을 보전해 주고, 부득이 폐업을 해야 할 경우에는 폐업보상을 할 것입니다. 국가가 지원하여 기술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품목은 그렇게 해서, 세계를 상대로 경쟁할 수 있는 전업농을 육성할 것입니다.
이미 우리 농민의 60%가 60세 이상의 고령자입니다. 농사를 그만 두고 전업이 불가능한 고령의 농민들에게는 복지제도를 강화하여 생활을 보장할 것입니다. 정부는 이 분들에 대한 노후대책을 세우고 있고, 부분적으로는 이미 실시하고 있습니다.
제약 산업도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야를 달리해 보면 우리 제약업도 언제까지 복제약품에만 의존하는 중소업체로 남아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제 우리 제약업계도 새로운 환경을 기회로 삼아 연구개발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 밖에는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분야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미처 예측하지 못한 분야가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도 정부가 지원할 것입니다.
경쟁력을 보완해야 할 곳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실업이 생길 경우 일반적인 실업과는 별도로, 실업급여, 전업교육, 고용지원 등에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FTA로 인해 국민들의 생활이 불안해지는 일은 없도록 제도화할 것입니다.
이것은 한미 FTA뿐만 아니라 모든 FTA에 관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정부는 이미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고, 일부는 이미 시행하고 있습니다.
FTA로 인해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농업과 제약 분야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일이고, 이미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으므로 별도로 얘기할 일입니다.
저는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농업과 제약 분야 이외에 어느 분야가 더 어려워지고 실업자가 나온다는 것인지 물어 보았으나 아무도 분명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정부 내외의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도 결론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근거도 밝히지 않고 막연히 ‘양극화’라는 말만 주장하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그러나 어떻든 이 문제는 앞으로 예상 못한 일이 생기더라도 대비가 가능하도록 만반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법률, 회계 등 고급 서비스시장도 일부 개방되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 저는 좀 더 과감한 개방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야 고학력 일자리도 늘릴 수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서비스업 분야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 의료 시장은 전혀 개방되지 않았고, 방송 등 문화산업 분야도 크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 역시 아쉬운 대목입니다. 문화산업도 이제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합니다. 세계 중에서도 미국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공공서비스와 문화적 요소는 보호하되 산업적 요소는 과감하게 경쟁의 무대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들 분야에 관하여는 우리 협상팀이 방어를 너무 잘한 것 같습니다. 칭찬을 할 일이기는 하나 솔직히 저는 불만스럽습니다. 아마 비준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그리한 것 같습니다만, 저는 좀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쇠고기에 대한 관세 문제는 FTA의 협상 대상이지만, 위생 검역의 조건은 FTA 협상의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원칙대로 FTA 협상과 분리하여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저는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를 통해, 한국은 성실히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점, 협상에 있어서 국제수역사무국의 권고를 존중하여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방하겠다는 의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합의에 따르는 절차를 합리적인 기간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으로 확인해주었습니다.
이렇게 한 것은, 지난날 뼈 조각 검사에서 한국 정부의 전량 검사와 전량 반송으로 인해 미국이 앞으로의 쇠고기 협상과 절차이행에 관하여 한국정부가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을 가지고, 뼈를 포함한 쇠고기의 수입과 절차의 이행에 관해 기한을 정한 약속을 문서로 해줄 것을 요구한 데서 비롯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고, 쌍방의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적절한 타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는 이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이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하면, 쇠고기의 수입이 가능한 시기를 추정할 수는 있을 것이나, 그것을 기한을 정한 무조건적인 수입의 약속이라고 하거나 이면계약이라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진국은 그냥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도전해야 합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앞질러 가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는 도전해야 합니다. 우리 집단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변화를 거부하거나,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성공에 안주해서, 우리 것을 지키려고만 하다가는 어느새 어느 나라에 추월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오늘날 세계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FTA는 바로 그 도전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열심히 도전해왔고, 그리고 성공했습니다. 앞으로도 성공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FTA는 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반드시 손해를 보는 구조가 아니라 각기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우리 자동차와 섬유가 미국시장에서 미국산 하고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나라와 경쟁하는 요소가 더 크기 때문에, 자동차와 섬유로 인해 미국이 손해 보는 것보다 우리가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 시장에서 미국 농산물이 우리 농산물 하고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농산물과 함께 경쟁하는 것이
기 때문에 우리가 손해 보는 것보다 미국이 훨씬 더 큰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미국의 압력’이라는 얘기가 난무했고, 길거리에서도 심지어 ‘매국’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리 정부가 무엇이 이익인지 손해인지조차 따질 역량도 없고, 줏대도 없고 애국심도 자존심도 없는 그런 정부는 아닙니다. 저는 이번 협상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우리 공무원들의 자세와 역량에 관해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한미 FTA는 시작 단계부터 우리가 먼저 제기하고 주도적으로 협상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저 개인으로서는 아무런 이득도 없습니다. 오로지 소신과 양심을 가지고 내린 결단입니다.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내린 결단입니다.
FTA는 정치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닙니다.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민족적 감정이나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할 일은 아닙니다.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찬반 양쪽 의견을 협상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찬반이 뜨거웠기에 협상의 결과가 더 좋아졌을 것입니다. 그 뿐이 아니라, 반대하신 분들의 주장이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전략적으로 그렇게 하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 분들께 이제부터는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데 힘을 모아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치열한 반대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저는 반대하는 분들에게 요청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합리적으로 토론에 임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근거도 없는 사실, 논리도 없는 주장이 너무 많았습니다. 국민들에게 너무 많은 혼란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는 합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번 FTA 협상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문제가 있는 것인지 국회에서 전문가들의 책임 있는 논의를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해주기를 제안합니다. 정부도 국회에 나가 소상히 설명드리고 토론에 적극 응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어떤 개방도 충분히 이겨낼 만한 국민적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개방 때마다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승리했습니다.
우리하기 나름입니다. 아무리 FTA를 유리하게 체결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앞서갈 수 없고, 욕심에 좀 모자라더라도 우리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도전합시다. 힘과 지혜를 모아 다시 한번 성공의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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