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5대 대선 때, 김대중이 김종필과 손잡은 뒤 그 특유의 사기성 웃음을 띠며 내 뱉은 제 일성(一聲)이, “이제 김종필 총재와 손을 잡았으니 내 사상검증은 끝났다”는 것이었다. 김종필과 손을 잡았으니 더 이상 공산주의자로 보지 말라는 협박성과 자신감의 일갈이었다. 김종필,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사람이다. 나라를 도탄에서 구하겠다며, '반공(反共)을 국시(國是)의 제일'로 삼고 5.16혁명을 주도한 인간이며, 공산당을 때려잡기 위해 '중앙정보부'를 창설하고 숫한 공산당을 잡아 없앤 그런 철저한 반공 주의자였다. 노추(老醜)의 극치, 김대중과 손잡고 '친북정권(親北政權)'세우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한 덕으로 국무총리 감투를 뒤집어 썼던 국가 배신자가 바로 김종필이란 인간이다. 그래서 절대로 김종필을 용서할 수가 없다. 역사는 그를 역적(逆賊)으로 기록할 것이고, 민족은 그를 배신자로 단죄할 것이다. 역사를 무시하는 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김종필의 배신으로 친북정권 10년이 이어지면서 겪은 나라의 고통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6.25 다음가는 아픔이었다. 그 폐해(弊害)는 지금도 우리에게 엄청난 어려움을 준다. 이 죄값을 김종필은 반드시 치르고 가야 한다. 아직도 그 여진(餘震)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 대선을 위한 기 싸움이 온 나라를 달구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과의 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나치게 높이 오르려는 용은 반드시 다치게 되는데 말이다. 그래서 독선이 지나치면 패망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지금 박근혜가 그렇다. 용이 되겠다는 꿈을 누가 시비할 수 있겠는가. 아버지용처럼 훌륭한 용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박근혜에 대해 몇 가지 짚어 볼 필요를 느끼는 것뿐이다. 김대중의 사기발언에 온 국민이 지독한 홍역을 치르는 그런 바보짓은 두 번 다시 하지 말자는 것이다. 진정으로 박근혜가 대선에 꿈이 있다면, 우선 자신의 정체성부터 솔직하게 밝히고 주변정리를 깨끗이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박근혜, 정말 아리송한 여인이다. 겉으로는 어머니의 우아함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면서 속으로는 어떤 권력자도 따를 수 없는 독선과 아집, 그리고 김대중 뺨칠 만큼 술수와 계략이 뛰어난 여인이기도 하다. 영남 판 김대중을 꿈꾸며 깊숙이 들어앉은 그 문턱 앞에서 숨이라도 크게 쉬었다가는 파리 목숨이다. 한편으론 무섭고, 한편으론 가엾은 여인이다. 우선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 때, 박근혜는 몸담고 있던 한나라당을 뛰쳐나와 딴 살림을 차리던 일개의 국회의원 신분일 뿐이었다. 새로 차린 당(黨)이라야 보잘 것 없는 꼬마정당이었다. 그런 그녀가 김정일로부터 세계 어떤 국가원수(國家元首)도 받지 못한 최상의 대접을 받으며 평양으로 갔다. 김정일의 전용기를 타고 말이다. 2002년 5월 11일, 김정일의 전용기로 평양에 도착한 박근혜는 김용순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환영객 앞에서 “7.4 남북 합의 이어받아 6.15선언 이행하자”는 선창과 함께 7.4 남북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 이행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이어서 5월 13일, 김정일이 박근혜가 묵고 있는 백화원초대소를 찾아가 1시간 정도 단독화담을 가진 뒤, 약 2시간에 걸쳐 만찬을 같이 했다. 그 자리에서 박근혜와 김정일은 6.15선언을 이룩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5월 14일, 휴전선을 거쳐 서울로 돌아온 박근혜의 제1성(聲)은 “김정일은 대화하기 편한 사람이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김정일 찬양 일색이었다. 여기서 차근차근 문제되는 점을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 김정일이 그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는 특전까지 베풀며 자신의 전용기로 박근혜를 데려간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유례없는 특별대접을 받아가며 평양까지 가서 김정일을 만난 박근혜의 저의는 또 무엇인가? 둘째, 평양도착 제1성으로 '6.15선언 이행'을 선창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며, 6.15선언 이행을 강조한 진정한 속내는 무엇인가. 셋째, 김정일과의 단독회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으며, 꼭 단 둘이 만나야 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던 것인가. 넷째, 누구보다도 김정일과 6.15선언을 이룩하기로 약속한 그 약속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진짜 의도가 무엇인가. 다섯째, “김정일은 대화하기 편한 사람”,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란 말의 참 뜻이 무엇인가. 이렇게 하나하나를 뜯어놓고 보면 모두가 의문투성이고, “박근혜는 정말 무서운 여자다”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김정일이가 자기 전용기까지 보내 모셔간 사람은 박근혜 하나뿐이고, 더구나 김정일이 직접 박근혜의 숙소까지 찾아가 만났다는 것은 정말 파격적인 일이다. 숙소까지 찾아간 김정일의 감추어진 전략과 박근혜의 가슴 속에 숨겨진 비밀은 또 무엇일까. '6.15선언', DJ가 노벨상의 탐욕으로 엄청난 뇌물을 바치고 김정일을 알현하며 대한민국까지 팔아넘기기 위해 만든 '반역문서'가 아닌가. 그 반역문서를 그대로 이행하자고 약속하는 박근혜는 정말 누구인가? 대한민국의 정서는 6.15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단체를 친북 단체로 분류하며, 6.15선언 지지자를 친북인사라고 해 경계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인 박근혜가 왜 6.15선언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을까. 우선 이 의문부터 풀고 가는 것이 박근혜 자신은 물론 국가와 국민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그리고 김정일 알현(?) 후의 그녀의 정치행태는 더더욱 의문의 폭을 키우고 있다. 지금까지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김정일의 만행에 대해 드러내놓고 비판하는 소리는 물론, 300만 주민이 굶어 죽어간 참상과, 수도 없이 맞아 죽고 굶어 죽어가는 강제수용소의 인권 사각지대를 비판하는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친북 단체들이 주동이 돼 나라 전체가 거덜날 정도로 과격했던 광우병 촛불시위를 비롯해 친북좌파들의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온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난동과 소란이 전국을 휩쓸 때는 어디론가 숨었다가 이때가 절정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나타나 난동꾼들의 편에 서는 행태는 그녀를 아끼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김정일은 대화하기 편한 사람', 물론 전용기까지 보내 모셔간 손님이고, 숙소까지 찾아가 만난 자리니 대화가 부드러울 수밖에. 자신의 운명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중국 대표도 김정일을 만나기 위해 멀리 원산까지 찾아가야 했고, 달러를 뭉치로 갖다 바치는 현대의 현정은 회장도 김정일을 만나기 위해 며칠씩 평양에서 묵어야 했다. 그래서 더욱 아리송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그 지독한 독재자에 대한 인물평은 좀더 세심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첫째, 이 인물평은 박근혜 자신이 김정일과 직접 어떤 약속을 했던 경험이 있거나, 아니면 김정일이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직접 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이다. 세계가 알고 있는 김정일은 약속 안 지키기로 유명한 인간이이 아닌가. 둘째, 박근혜는 김정일과 언제 무슨 약속을 했었는지, 그리고 그 약속을 그가 어떻게 잘 지켰는지를 설득력 있게 해명해야 한다. 김정일과 박근혜의 만남은 그때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의문이 큰 것이다. 국민들의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는 이런 의문들을 풀어주지 못한 채, 용의 자리를 꿈꿀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역사가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주변정리를 깨끗이 해야 한다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그녀의 주변사람들이 벌이는 행동들은 국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親朴계나 박사모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폐해는 앞으로 역사가 가르겠지만, 더 이상 지속된다면 박근혜 자신도 그 화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박근혜 씨에게 묻고 싶다.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강기갑 같은 친북 좌파를 국회의원으로 만드는 행위가 진정 국가를 위한 것인가. 이런 행동이 어찌 강기갑 사건뿐인가. 아무리 상대가 미워도 해야 할 것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다시 말해서 어떤 것이 국가에 이익이 되는가를 가려서 하라는 말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의문점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며, 박근혜 씨는 무엇보다도 이런 문제 하나하나를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대권의 길은 그 뒤에 열릴 것이다. 애매모호한 행동, 더는 안 된다. 그리고 평양 나들이에 대해 오해가 있다면 이 또한 명쾌하게 풀고 가야 한다. 용이 지나치게 높이 오르려다간 반드시 다치게 된다는 교훈을 늘 가슴에 새기면서 한 발 한 발을 조심성 있게 내 딛기 바란다. 최 응 표 / 한미자유수호운동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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