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이 요구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사업면적 33만㎡ 넘어야
미군에 부지 더 주려면 편법 논란 불가피… 국방부 등 난감
국방부는 6일 주한 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하라'는 청와대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전날 한민구 국방장관도 "절차적 정당성을 더욱 높이라는 (청와대) 지침이기 때문에 국방부가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 등 관계 부처 공무원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를 한다면, 지금까지 추진했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 그대로 하면 된다"며 "(청와대 요구대로) 전략환경영향평가나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하려 한다면 오히려 그게 위법이나 편법 논란을 부를 것"이라고 했다.
◇전면 백지화→비현실적
환경영향평가 문제를 청와대가 원하는 식대로 가장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법적인 방법은 사드 배치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전략·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모두 받을 수 있도록 계획을 새로 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미 야전 배치된 레이더와 발사대 2기 등 사드 장비들을 꺼내야 하고, 부지도 롯데와의 토지 맞교환이 아닌 매매 방식으로 다시 확보해야 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여럿 발생한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법적으론 가능하겠지만 비현실적"이라며 "특히 한·미 동맹은 완전히 망가질 것"이라고 했다.
◇현상 유지하며 환경평가→불가능
청와대에서 요구하는 것은 '현 배치 상태는 유지하면서 전략 또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거치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법적으로 보자면 어렵다. 우선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때를 놓쳤다. 환경영향평가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국방장관이 사업계획을 승인하기 전, 즉 부지를 확보하기 전 계획 단계에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드는 그 단계를 한참 지나 이미 배치·운용되고 있다. 더구나 사드 부지처럼 매입이나 수용 방식이 아닌, 토지 맞교환 방식으로 확보된 땅의 경우에는 아예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게 국방부 설명이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친 사업은 2차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받거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 청와대 뜻은 이 중 절차가 복잡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거치라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법령상으론 불가능하다. 사업면적이 33만㎡ 이상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사드 부지로 주한미군에 공여된 면적은 32만8779㎡, 이 중 실제 시설 공사가 필요한 사업면적은 10만㎡ 정도다.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받을 기준이 안 된다. 청와대는 지난 5일 "실제로는 70만㎡를 계획했다가 바꿨다"고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여 면적' 얘기다. 법령상 환경영향평가의 기준은 실제 사업이 이뤄지는 '사업면적'이다.
◇추가 공여 또는 보호구역 지정→편법
따라서 굳이 전략 또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하려면 현재 상황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우선 사업면적이 33만㎡가 넘도록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국방부는 원래 주한미군에 70만㎡를 공여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원래 계획대로 나머지 37만여㎡ 또는 그 이상을 공여해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안 되고 실제 사업면적, 즉 실제 공사가 필요한 면적이 33만㎡ 이상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 면적을 계획하는 주체는 우리가 아니라 주한미군이다. 주한미군에게 실제로 필요하지도 않은 땅을 "사업 면적에 더 넣어달라"고 요구하고, 미군이 그렇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필요하지도 않은 땅을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억지로 주한미군에 넘긴다면 우리 국민도 미국 측도 납득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성주골프장 이전에 1차 배치 후보지였던 성산포대의 경우 전체 면적이 11만6000㎡였다. 그것만으로도 실제로 충분한 것이다.
일부 환경법 전문가들은 사드 부지를 둘러싸고 있는 국방부 소유 부지 전체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른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국방장관이 해당 부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전에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사업 실시 전에 받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배치까지 끝난 상황에서 소급해 받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
일각에선 이 문제를 피하기 위해 "인근 미군 기지에 보관 중인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새로운 사업'으로 지정하면 된다"는 주장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드 핵심인 레이더와 통제본부, 발사대 2기는 이미 들어가 있는데 당연히 배치돼야 할 세트 중 일부만 새 사업으로 지정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론 힘든 일이다.
70만㎡ 중 사드 부지에서 제외된 37만여㎡를 포함해서, 그 전체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미 배치된 사드 부대까지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미군에 대해 받지 않아도 되는 평가, 이미 절차가 다 지나간 작업을 다시 해달라고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대안들에 대해 "가능하긴 하지만 이거야말로 편법"이라며 "필요 이상으로 광범위한 부지가 군사보호구역으로 설정되거나 미 측에 넘어갈 경우 주민 불편이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