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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일전쟁 '추모비' 헌화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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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피터 작성일13-11-18 13:06 조회3,2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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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방한과 ‘러일전쟁 전사자 추모비’ 헌화 의미

김피터 박사


동북아 평화연대 공동대표인 이부영 전 의원(민)이 최근 경향신문 기고에서 “러시아는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 유일한 외국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기억해 두어야 할 역사라면서 마치 러시아가 과거, 어려움에 처해있던 조선을 크게 도왔던 ‘은인’인 것처럼 말했다. 과연 이런 역사 인식이 옳은 것인가?


박근혜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을 거의 다 방문하고 ‘정상회담’을 했다. 오직 러시아만은 방문하지 않았다. 그런데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먼저 한국을 찾아와 박근혜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의 입장에선, 박대통령이 러시아만 찾아오지 않았으니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만 푸틴은 그런 내색 없이 한국을 먼저 찾아왔다.


그는 왜 한국에 왔을까? 이부영 전의원은, 이번에도 러시어가 한국을 무언가 도와주기위해 푸틴이 왔다고 생각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러시아는 과거에도 한국을 도운 일이 없었고 또 지금도 한국을 도와 줄 생각은 전혀 없다.


‘러시아가 조선의 일본식민지 전락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은 왜곡된 역사 해석 내지 역사 변조적 인식이다.


19세기와 20세기초, 당시 세계는 강대국들이 약소국을 먹어치우는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그때 한반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나? 강대국들이 보기에 당시의 조선은 주인없는 무주공산이었다. 오랫동안 주인노릇 하던 중국(청)은 힘이 쇠퇴해지고, 조선정부는 국가안위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없었다. 누구든지 힘 있는 자가 먹게 되어 있는 형국이었다. 한데 당시 강대국인 미영불등은 조선반도에 별로 흥미가 없었다.


자연히 지정학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그 징검다리 같은 한반도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한반도는 늙은 호랑이 중국, 북방의 곰 러시아와 신흥 군사제국으로 부상하던 ‘승냥이’일본 간에 각축전의 장이 되어버렸다. 먼저 일본이 중국(청)과 청일전쟁을 일으켜 ‘늙은 호랑이’를 물리처버렸다.


한데 당시 러시아는 왜 조선반도에 야욕을 품었나? 러시아는 태평양쪽에 ‘부동항’(不凍港)이 없었다. 1897년에 중국의 요동반도 남쪽에 ‘Port Arthur'(旅順)항을 임차 및 개발하여 사용했으나, 려순항은 황해바다에 있어 불편했다. 그래서 러시아는 조선반도의 동해나 남해 쪽에 항구를 가질 욕심을 냈다. 특히 원산항과 진해항을 탐냈었다. (내가 젊은 시절 해군, 해병대에 근무시 드나들었던, 진해 해군통제부의 오래된 벽돌 건물 하나는 과거 러시아가 건축한 건물이다.) 자연히 조선 침탈 및 북방 진출을 목표로 하는 일본 세력과 러시아의 조선에 대한 야욕 간에 충돌은 불가피해졌다. 결국 1904년, 2월, 조선의 운명을 가르게 되는 ‘러일 전쟁’이 터졌다.


2월 10일의 러시아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기 이틀 전에 일본은 ‘Port Arthur'(려순항)의 러시아 극동함대를 공격했다. 당시 중립항구인 제물포에는 러시아 포함 카레예츠호와 순양함 바랴크호가 정박해 있었는데, 그들은 일본의 퇴거 요청을 받고 려순항으로 가려고 출항하였다. 그러나 팔미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본 함대의 약 40분간에 걸친 공격을 받고 제물포항으로 되돌아왔으나, 일본측에 항복을 거부하고 자폭의 길을 택하여 두 함정은 제물포 앞바다에 수장되었다.


블라디보스톡에 있던 극동함대는 동해바다에서 일본함대에게 격멸당했다. 전세를 만회해 보려고 발틱해에 있던 러시아 최강 해군전력 ‘발틱함대’를 보냈으나 대마도 해협에서 대파 당하고 말았다. 이 해전에서 겨우 살아남았던 순양함 ‘오로라’호는 지금 러시아 쌍트 페테르부르크의 강변에 전시되어, 그때의 러시아 치욕의 역사를 증언해 주고 있다. 일본의 승전으로 조선은 일본군의 말발굽아래 놓이게 되었다.


러시아는 3만4천- 5만 3천명의 전사자, 14만 명의 부상자를 내고 패전했다. ‘노랑 원숭이’정도로 얕보던 동양의 한 ‘야만국’에게 서구 세계의 대제국인 러시아가 무릎을 꿇은 것이다. 러시아는 이 패전의 수모를 ‘역사’를 통해서 결코 잊지 않고 있었다.


100년이 지난 2004년, 러일전쟁이 발발되었던 2월 11일(러시아측의 날자계산), 인천항 연안부두에서 ‘러일전쟁 전사자’를 기리는 추모비 제막식이 거행되었다. 다시 그 이름으로 붙여진 새로운 군함 바랴크호와 코레예츠호가 그 추모식에 참가한것은 물론이다. 러시아의 해군 장병들은 인천앞바다에 꽃을 뿌리며 100년전 그들의 선배들이 일본에게 당한 그 치욕을 곱씹으면서, 모두 무언가 마음속으로 ‘설욕’의 다짐을 하지 않았을까?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바로 이 ‘추모비’를 방문한 것이, 지난번 한국을 찾은 목적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을 수도 있다.


한반도는 러시아에게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 미일동맹 강화및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중국의 ’친한‘ 정책 등을 러시아로서는 보고만 있을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일본과의 ‘소외’ 관계의 틈을 비집고 푸틴이 끼어든것이다. ‘공동성명’에서 일본의 역사 퇴행적 언행이 동북아 평화와 협력을 방해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두정상이 같이 한것은 무엇을 노린것일까? 일본을 고립시킴으로 미일동맹이 아시아에서 힘을 크게 못쓰게 하고, 한국과의 공동 협력을 통해 러시아의 ‘아태지역 중시’정책을 실현하며, 또한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린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또한 이번 방한의 목적일것이다,


‘이부영 전의원의 말’대로 러시아가 과거 한국을 도운적이 있는가? 오히려 그 반대다. 좌파들은 한반도 남북분단의 책임이 미국측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스탈린의 한반도 지배 야욕으로 남북이 분단된것 아닌가? 그것도 부족해, 스탈린은 김일성을 시켜 6,25 남침전쟁을 일으켰다. 지금도 러시아는 남한보다 언제나 북한편을 드는 입장이다. 지난번 천안함 사건때도 러시아는 북한의 손을 들어주었다.


푸틴이 말한, ‘남북통일 평화적 방법이면 지지’라는것도 한반도의 통일을 바래서 한말이라기보다, 한반도에서 미국이 무력을 쓰지말라는 뜻의 경고적 말로 해석된다. 부산까지 연결되는 유라시아 철도 플랜, 러시아에서 한국까지의 ‘가스관’라인 건설계획등도 다 러시아에게 더 유리한 혜택이 가는 것들이다. 그런것들을 통해 대국 러시아는 얼마든지 소국인 한국을 압박할수 있는 ‘장치’로 사용할수 있다.


과거시대로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운명을 좌우했던, 그리고 ‘6자회담’에 연결되어 있는 네나라, 미, 중, 일, 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줄다리기’외교는 좀 위태로워 보인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결정적 시점에서는 언제나 북한편이다. ‘적(敵)의 친구’는 언제든지 적편이 될수 있다. 나의 진정한 친구는 못된다.


과거,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한국이 등을 돌리지 않는 한) 그래도 한국을 도와줄수 있는 나라는 (6,25때처럼) 미국뿐이다. 일본과의 관계는 미해결의 ‘장’들이 있지만, 일본은 미국에 동맹으로 연결되어 있는 나라임으로 ‘친구의 친구’는 적이 아니라 친구 관계가 되어야 한다.


‘다자외교’, 물론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굳건한 한미동맹의 바탕위에서 지혜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한국의 생존전략상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고한 ‘한미동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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