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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광장에서 본 한 역사의 현장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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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피터 작성일13-09-24 02:56 조회2,4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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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식이 없는 민족에게는 희망이 없다.

-역사 현장이 보존된 헬싱키 광장에서-

                                                               김피터 박사

지난주, 북 유럽 여행 중, ‘노키아 제국’이라는 핀랜드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수도 헬싱키에서, 정치, 종교, 학문, 산업의 중심지인 ‘상원광장’(Senate Square)을 둘러보았다. 드넓은 광장 북쪽 언덕 위에는, 유명한 건축가 엥겔(Carl L. Engel)이 남긴 웅장한 ‘헬싱키 대성당’(Helsinki Cathedral)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고, 광장 주위로 수상과 각료들의 집무실이 있는 ‘정부 궁전’, 헬싱키대학교 건물 및 1757년 때부터의 오래된 건축물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었다.


한데, 가장 인상적인 조형물이 광장 중앙에 우뚝 세워져 있는것을 보았다. 그것은 말위에 높이 앉아 제국을 호령하고 있는, 러시아 제국의 제 12대 황제 알렉산더 2세의 동상이었다. 알렉산더 2세는 아버지 니콜라이 1세의 뒤를 이어 37살에 등극하여, 농노해방, 전국민 징병제, 등 많은 급진적 개혁을 단행한 황제다. 자연히 적들이 많이 생겨 여러차례의 암살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으나, 결국 1881년 ‘인민 의지(People's Will)’파의 폭탄테러로 사망하였다. 미국인들에게는 알래스카를 단돈 7백만 불에 미국에 팔았던 황제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독립국인 핀랜드 국가 수도의 가장 중요한 중심지역, ‘광장’ 한복판에, 과거 핀랜드를 식민지로 다스렸던 러시아 황제의 동상이 왜 오늘날까지 세워져 있는것일까? 잠간 생각해 보았다.


우리 한국의 수도 서울의 중심부인 광화문 광장에는 한국 국민의 영웅 이순신 장군과 또 세계적 자랑인 한글 창제의 주역 세종대왕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중심부인 ‘내셔널 몰’에는 워싱턴 기념탑, 링컨 동상 등이 세워져 있다.


대부분 모든 국가 수도의 중심부에는 의례히 그 나라의 자랑거리나 국민이 우러러보는 국가 공로자의 기념물들이 세워져 있는것이 상례이다. 한데 핀랜드 국가의 수도 중심부 한복판에는 과거 식민지 시대의 외국 황제 동상이 우뚝 서 있는 것이다. 물론 알렉산더 2세 황제가 핀랜드를 위하여 ‘핀랜드 의회’ (Diet of Finland)를 구성해 주는 등 여러 선정을 베픈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핀랜드의 명장인 칼구스타프 만데르헤임 장군이나, 혹은 유명한 독립운동 시인 엘리아스 뢴로트 같은 핀랜드 국민의 존경받는 위인의 동상이 세워저 있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1917년 핀랜드가 독립국이 되었을때, 외국 황제의 동상이 수도 중심부에 세워져 있는것은 핀랜드 국민의 자존심의 문제라며 동상 철거 운동이 벌어졌었다. 그러나 아무도 강제로 동상을 파괴하려고 시도하지는 않았다. 정부나 의회에서도 동상 제거 혹은 이전 논의가 있었으나, 그 동상은 지금까지도 건재하고 있다.


기독교 문화권인 서양인들은, ‘역사’를 중요시하며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과거 어느 시대에 핀랜드가 러시아의 식민지였으며, 러시아 황제가 핀랜드를 통치했다는 것은 핀랜드 역사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그래서 러시아의 황제 동상이 수도 복판에 세워지게 된 역사의 교훈을 그들은 그 동상을 통해서 ‘기억’하고, 또 교훈을 받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에 가 보면, 저 유명한 ‘브란덴부르크 문’이나 여러 건물 벽에 2차대전때의 총탄 및 포탄 파편 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 얼마든지 지워버릴수 있는 것이지만, 보기 흉해도 그대로 두는 것이다. 미군 폭격기의 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어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교회 건물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옆에 웅장한 교회건물을 새로 신축했지만 그 폭격의 잔해 건물은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바로 후세들에게 왜 독일이 이렇게 당했었는가 하는 역사적 교훈을 ‘현장’ 그대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한국은, 36년의 일제 강점 식민지 통치 및 6,25의 처참한 동족 상잔의 전쟁을 치렀으면서도, 그 비극의 ‘역사 현장’을 보여주는 것은 지금 서울에 아무것도 없다. 모두 분별없이 철거하고, 없애버리고, 때려 부셔버렸기 때문이다.


‘건국의 아버지’들 동상이 없는 나라는 세계에 거의 없다. 한데 대한민국에는 건국 대통령의 동상이 없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동상이 남산에 세워져 있었으나, ‘4,19’때 철거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이론들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세운 건국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6,25때 침략군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 국가원수로서, 그의 공적은 ‘과’보다 훨신 더 높다. 그리고 그는 바로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의 한 ‘페이지’다. 그의 동상을 때려부순것은 대단히 잘못된, ‘역사에 대한 반역적’ 행동이다. 그때의 동상 철거 주역들은 헬싱키에 가서 교훈을 받아야 할것이다.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했는데, 그 도전과 응전의 ‘주역’들은 그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여 후세들에게 역사적 교훈을 주어야 할 사명이 있는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외친 신채호 선생의 명언을 우리는 항상 기억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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