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수석논설위원
수석논설위원
-노련한 선장은 배가 기울면 어떻게 하는가.
“무조건 평형수부터 최대한 채우고 본다. 30도 이상 기울어도 복원력이 회복된다. 그 다음이 힐링이다. 기운 쪽의 평형수를 반대쪽으로 옮기는 것이다. 진짜 세월호가 힐링을 했는지 의문이다. 평형수 펌프를 돌려야 할 기관장이 사고 10여 분 만인 오전 9시에 기관사들의 탈출을 지시했다. 이미 그때 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제대로 된 선장과 선원들의 위치는?
“바다의 법칙은 확고하다. 사고가 나면 선장은 함교에서 모든 상황을 지휘한다. 기관장은 당연히 배 밑 기관실이 정위치다. 1등 항해사는 무조건 현장이다. 사고가 난 곳에 달려가 파공의 크기나 침수 여부를 무전기로 보고한다. 이번처럼 짐이 쏠려 “쿵” 소리가 나면 화물칸에 가야 한다. 통신과 구명벌 투하는 2등 항해사, 그리고 3등 항해사는 선장 옆에서 지시사항을 큰 소리로 전파하는 게 임무다. 세월호에서 정위치를 지킨 선원은 아무도 없다. 8명 모두 함교에 있었다는 것은 자신들의 구조에 매달렸지, 선박이나 탑승객 구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 그러면 왜 청해진이 프로란 것인가.
“사고 직후부터 청해진 측은 유독 두 가지에 집착했다. 절대 항로 이탈이 아니란 것과, 배가 가라앉는데도 화물 톤수를 조작했다. 세월호는 재보험을 통해 영국 금융기관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금 검찰 수사는 맛보기다. 세월호를 인양한 뒤 국과수와 영국 보험사의 조사, 장기간의 소송을 거쳐야 한다. 이때 잣대가 영국 해운법이다. 영국 해운법은 고의적인 항로 이탈과 감항성(화물과 평형수 등 항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을 따져 보험금을 확 깎는다. 청해진은 그동안 잦은 사고로 해상보험에는 ‘빠꼼이’다. 사고 직후부터 치밀한 계산 아래 움직이는 느낌이다.”
-청해진의 속셈은 무엇이라 보나.
“수익은 혼자 챙기고 위험은 사회로 분산하는 꼼수가 아닐까 싶다. 외항선박은 선하증권에 의무적으로 가입하지만 연안화물은 거의 보험에 들지 않는다. 청해진은 3788t 화물의 보상비조차 막막할 것이다. 싣고가던 자동차는 한 푼의 보험금도 못 건진다. 구조·인양비까지 감안하면 수천억원이 들 것이다. 이러니 유병언 쪽에서 “전 재산 100억원을 모두 내놓겠다”며 선을 긋는 게 아닐까. 나머지는 우리 사회가 부담하라는 것이다.”(참고로 서해훼리 사고 때 회사 측은 고작 10억원, 나머지 200억원은 혈세와 국민 성금으로 충당했다.)
-우리 사회의 대응은 적절한가.
“즉흥적이고 감정에 치우친 느낌이다. 수학여행 금지부터 그렇다. 일본은 1955년의 시운마루(紫雲丸)호 사고(초·중 수학여행단 168명 사망) 이후 오히려 수학여행을 장려하면서 모든 초등학교에 수영장을 만들었다. 정부가 재난 컨트롤타워와 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걸 지키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지금은 참사의 1차 책임자인 선장·선원, 그리고 청해진해운과 유병언 일가의 수사와 처벌에 집중할 때다. 정치적 선동에 조심해야 한다.”
- 이번에 눈여겨 본 대목은 무엇인가.
이철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