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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고파서 먹었던 아카시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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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성령 작성일14-05-06 21:02 조회1,850회 댓글2건

본문

 

우리나라의 山野에 흔한 나무중의 하나가 아카시아다.

多年生인 콩科 낙엽喬木으로 말뚝이나 땔감으로 쓰이는 雜木이다.

가시가 있는 것은 취급에 조심을 해야 한다.

늦봄에 포도송이 같은 꽃이 피어

향기가 그윽할 때면 배가 고픈 春窮期다.

그 하얀 꽃을 따 먹으며 허기진 배를 달래곤 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는 지금 60代 이전이 될 것이다.

 

내가 논산훈련소에 入所하여 훈련을 받을 때가 바로 이 계절.

어머니날(지금은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아카시아 꽃이 피는데

훈련소 영내에도 이 꽃이 滿發했다.

그 꽃향기가 고된 훈련으로 피곤한 육신을 잠시나마 달래주고

또한 고향을 생각하며 鄕愁에 젖곤 했다.

 

어느 날 각개전투 교장에서 훈련을 받던 중 갑짜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곳은 백제의 장수 階伯이

신라의 김유신에게 패하여 목숨을 잃은 황산벌이다.

그래서 그런지 흙은 유난히 붉었고

비만 오면 진창으로 변하는 황토흙이다.

급하게 待避한 곳이 인근의 허름한 창고였는데

아마도 무슨 담배건조장 같았다.

조그만 창이 하나 있었으나 컴컴했고 습기로 눅눅하여 꽤 더웠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꿀 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콧노래로 어머니날 노래가 조그맣게 들려왔다.

「나실 때 괴로움 다 잊으시고‥‥」

아! 오늘이 5월 8일 어머니날이로구나.

한 둘이 따라 부르다가 合唱이 되었는데

어디선가「흑」하는 콧물 훔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저기서 전염이라도 된듯

모두들 흑흑거리다가 급기야 울음바다가 되었다.

한참을 울다가 敎官의 집합구령에 정신을 차리고 밖에 나오니

거짓말 같이 날은 개어 있었고

우리들은 눈물 콧물로 얼룩진 얼굴을 서로 쳐다보며 쑥스러워 해야 했다.


自隊에 배치되어 졸병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아카시아의 꽃은 지고 잎파리가 무성했다.

그 잎이 녹사료로 쓰인다며 採取작업을 시작했다.

분대단위로 割當량을 채워야 했으므로

그 量이 모자라면 고참병사의 얼굴이 험악했다.

개인할당량을 채우기 바빠

손을 빠르게 움직이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았다.

키가 큰 나무는 올라가야 했고

자칫 放心하면 가시에 찔리기가 일쑤였다.

 

한참을 정신없이 손을 놀리는데

뭉클한 무엇이 서늘하게 손바닥으로 감촉이 전해왔다.

숨이 멎는듯 했다.

가운데 손가락보다도 굵고 긴 퍼렁벌레인데 깨벌레라고도 불리운다.

하마터면 자루와 함께 나무에서 떨어질뻔 했으나 위기는 피했지만

가슴은 병아리가 되어 식은 땀이 절로 났다.

情나미가 떨어져 다시 올라가기가 싫었으나

고참병사의 험악해질 얼굴을 생각하여

억지로 하는 작업인지라 무척 힘이 들었다.

그 후로 이 벌레를 보면 군대생활과 아카시아가 생각난다.

 

아카시아는 自生력과 繁殖력이 좋아

이 나무가 우점(尤占)하면 산을 버린다고 한다.

뿌리채 뽑지 않으면 다시 살아나므로 除去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그래서 나무 밑둥에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묻힌 솜방망이를 밖아 뿌리를 서서히 枯死시킨다.

 

꿀이 많아서 養蜂가에겐 더 없이 소중한 나무이므로

所得에 기여하는 바도 적지 않다. 끝
 





댓글목록

海眼님의 댓글

海眼 작성일

벌써 40년이 흘렀네요.
정문에서 CP까지 직선 길 양 옆으로 고목나무에 아까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었는데...
지금도, 이만때쯤 아카시아 꽃이 피고 있을지?

지금도, 가끔 꿈을 꿉니다.
동기들은 다 집에 가는데 나만 제대특명이 안 나 왔다는 겁니다.
그럴리가 읍는데, 그럴리가 읍는데, 하다가 눈을 뜨면,
가슴이 싸~ 하고 아려오지요.

최성령님의 댓글

최성령 작성일

어쩜! 저하고 똑 같은 꿈을 꾸십니다.
동기들은 다 제대하고 저는 새로 이등병이 되는 꿈입니다.
억울해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꿈을 깹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내일이 학교 시험인데 시험공부를 하나도 않고
찾아보니 책과 노트도 없어서
친구들에게 빌리러 다니다가 꿈을 깹니다.

저도 안절부절하다가 꿈을 깨면
안도의 한숨을 길게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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