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말 미군정 당시 앞장서서 무자비한 살상을 주도했던 반공 극우단체 서북청년단(정확한 명칭은 서북청년회)이 28일 서울 을지로3가 서울시립 청소년수련관에서 재건 총회를 강행했다. 정치적 단체라는 것을 뒤늦게 안 수련관이 전날 대관을 취소했지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올해 9월 서울광장의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 강제철거를 시도해 물의를 일으켰었다.수련관은 이날 서북청년단에 빌려주기로 했던 3층 강당 문을 잠그고 1층 입구에 ‘서북청년단 창립총회 행사로 신청한 대관이 취소됐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5층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대안학교 학생들에게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해 1층에 직원들을 배치했다.
정진문 수련관 총괄부장은 “27일 서북청년단이 논란이 많은 단체인 것을 뒤늦게 알아 규칙에 따라 대관을 취소하고 지하철2호선 신당역 인근 웨딩홀을 잡아줬다”면서 “일방적인 계약 해지이므로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뜻도 전했다”고 말했다. 수련관 운영규칙은 ‘특정 정당 혹은 종교 목적일 때, 시설 유지관리상 지장이 있거나 질서 유지가 어렵다고 볼 때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북청년단 회원 50여명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수련관을 찾아 실랑이를 벌였다. 정함철 대변인은 “행사 하루 전 대관을 취소한 것은 종북세력들의 방해공작이다. 1층에서라도 총회를 강행하겠다”고 반발했다. 회원들은 막아선 수련관 직원들의 목을 조르고 밀쳐내는 등 몸싸움을 하며 “박원순이 시켰냐” “대한민국 빨갱이들을 다 몰아내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실랑이가 20분 넘게 이어지자 경찰이 개입해 더 큰 폭력상황이 연출되진 않았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수련관측의 시설보호요청에 따라 경찰 100여명을 현장에 배치한 상태였다. 수련관 관계자는 “행사를 강행한 재건위에 대한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총회에서 서북청년단의 마지막 생존자로 알려진 손진(95)씨를 총재로 위촉했다. 손씨는 제주 4ㆍ3사건과 여수사건 진압 등을 서북청년단의 공이라고 소개하면서 “그 때 서북청년단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북청년단은 “현재 진행 중인 좌익의 발호는 해방공간과 유사하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적화통일을 분쇄하는 구국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