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들은 누구나 자신만이 이룰 수 있는 독특한 업적을 남기려 한다. 욕심이 많은 김대중의 목표는 남북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과 대북 퍼주기 사업에 있었고, 노무현은 NLL재조정과 대북 퍼주기 사업, 이명박은 4대강 개발 사업에 있었다. 이처럼 나름 반평생 자신들이 갈고 닦아 온 내공에 의해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패와 성공을 거듭했었다.

그런가 하면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는 어떤가? 김정일의 초청을 받아 평양에 다녀 온 후로 갑자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통일분야 전문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그러니까 그가 남보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남북통일 문제인 것이다. 방북 전까지만 해도 ‘조국을 위하여’라는 막연한 정치적 동기를 지닌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김정일과 면담 후 남북통일이라는 대단히 가치 있고 구체성을 띈 정치인으로서의 목표를 깨닫게 된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목표와 희망을 상실하면 무기력감과 더불어 깊은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김대중도 노무현도 이명박도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와 그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기에 그악스러운 반대세력들과 맞서 대통령직을 힘차게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통일이란, 정치인 박근혜에게는 정치생명이나 다름없는 테제가 되었다. 따라서 통일을 내려놓는 행위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러하기에 누가 뭐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 통일을 향해 차를 몰아 갈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이란, 당신의 선택은 통일을 위해 방법이 옳지 않다는 조언보다는 당신의 선택은 통일을 위해 방법이 적절하다는 식의 긍정적 조언을 더 선호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에게로 향한 직접적인 조언보다는 통일로 가는 길목에 김정일이 파놓은 위험한 함정들을 박근혜에게 수시로 알리는 것이 더 현명한 조언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