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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순교의 언덕의 추억(묵상의 글)/김원율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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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4-02-14 07:48 조회2,1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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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순교의 언덕의 추억/묵상의 글

 

글 : 김원율 안드레아 

 

2월 6일은 일본의 성 미키 바오로와 25명의 동료순교자 기념일입니다. 저는 4년 전에 나가사키를 성지 순례한 기억이 있습니다. 이들 성인들이 돌아가신 곳은 나가사키 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니시자카(西坂) 언덕이었습니다.


미키 바오로 성인은 1564년 일본 오사카 인근에서 태어나 예수회 소속의 수사가 되었습니다.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박해 때 25명의 동료 순교자와 함께 붙잡혀 1597년 2월 나가사키의 니사자카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하였습니다. 그는 죽음의 순간에 처형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을 잘 들으시오. 나는 다만,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했기 때문에 죽습니다. 나는 이 때문에 기뻐하고 이는 하느님께서 내게 내려주신 커다란 은혜입니다. 나는 인간이 구원받기 위하여 그리스도의 길 이외의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을 단언합니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원수를 용서하라고 가르칩니다. 나는 국왕(도요토미 히데요시)과 나를 사형에 처하는 모든 이들을 용서하며 국왕을 포함한 모든 일본인이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는 순교하기 전에 25명의 동료 순교자들과 함께 33일간을 교토에서 나가사키까지 600km 에 이르는 순교의 길, 생명의 길을 걸었습니다. 12세 소년에서부터 60이 넘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 멀고 먼 길을 추위와 허기를 견디면서 동상에 걸려 만신창이가 된 다리로  걸었습니다. 12세의  루도비코는 “신앙을  버리면 살려 주마”라는 말에 “이 세상의 짧은 생명과 영원한 생명을 바꿀 수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미키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25인은 1862년 교황 비오 9세에 의하여 시성되었습니다.


니시자카 언덕의 순교기념관에는 한 여인이 세 아이와 함께 순교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 있었습니다.  ‘테클라’라는 세례명을 가진 이 여인은 1619년 교토 대박해 때 세 자녀와 함께 화형을 당하였습니다. 한명의 자녀는 품에 안고 있었고 두명의 자녀는 어머니를 얼싸 안고 있었습니다. 불길이 이들에게 다가오자 아이들은 뜨거움으로 몸부림치며 “엄마 뜨거워요” 하면서 어머니에게 매달립니다. 그러자 이 여인은 “이제 조금 있으면 하늘나라가 보일 것이다”하며 비장한 모습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고 합니다. 저는 니시자카  순교기념관에 비치된 이 처절한 그림을 보는 순간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얼마전 서강대학교에서 시국미사가 열렸으며 거기에서 한 수녀님께서 결의문을 읽으셨습니다.


‘지난번 대통령선거는 총체적인 관권부정선거입니다... 저희는 하느님의 정의를 위하여 순교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백가지 상념이 떠오릅니다. 수녀님이 말하는 하느님의 정의란 무엇인가? 수녀님이 순교하겠다고 하는 믿음의 대상은 정녕 하느님인가?


수녀님, 수녀님은 ‘순교’가 얼마나 위대한 단어인 줄 아십니까? 제가 나가사키, 순교의 언덕에서 십자가 상에서 마지막으로 장엄한 연설을 하였던 미키 바오로 성인, 어린 자녀들과 함께 타오르는 불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숨져간 여인, 이 위대한 순교자들을 보면서 순교라는 단어에서 제가 느낀 것은 말로써 표현하기 어려운, 애절하고 가슴이 멍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수녀님께서 말씀하신 ‘순교’라는 말씀에서 느낀 것은 안타깝게도 내면에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천박함과 어리석음이었습니다. 수녀님이 만약 길거리에서 ‘증거가 있건 없건 전임 대통령 구속하라’고 소리 높이 외치시다가 갑자기 혈압이 올라 돌아가신다면 신자들이 어떻게 할까요? 나가사키의 순교자 언덕에서 돌아가신 성인들에게 하듯이 신자들이 ‘순교’하셨다고 하면서 눈물로 애도할까요? 김일성 교의 신자들은 그렇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 답을 드리겠습니다. 영혼이 없는 인간의 죽음은 순교가 아니라 바로 ‘개죽음’이라는 사실입니다. 제 명대로 다 못사셨기 때문에 어쩌면 ‘비명횡사’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일전에는 교황님께서 8월에 한국에 오시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식을 거행하실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영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경박스럽게 ‘순교’를 입에 올리면서 순교 선조들의 영광을 퇴색시키고 있는 이들 사이비 순교 후보자들을 보면서 교황님께서 한국에 오셔서 실망하시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마음속으로 여쭈어 봅니다.


‘그토록 용감하고 지혜로웠던 순교자들을 이 땅에 보내주신 주님께서는 또한 어찌하여 이토록 용렬하고 어리석은 성직자들을 이 땅에 보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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