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강론·행동은 성토하겠다"…일부 원로신부도 동참
(창원=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경남에서 시국 미사를 하기로 하자 마산교구 일부 신자들이 반대 움직임을 보여 파문이 예상된다.
마산교구에서 신자들이 직접 정의구현사제단이 주최하는 시국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일부 원로사제도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정순만(71) 씨 등 마산교구 천주교 신자들은 오는 27일 오후 7시30분 거제 고현성당에서 열리는 시국미사에 참여해 사제단이 틀린 내용으로 강론이나 행동을 하면 직접 성토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7일 마산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을 비판하는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 모임'을 발족했다.
이번 시국미사에는 창원, 마산, 부산, 대구 등지에서 신자 150여 명이 참여할 계획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마산교구 내 일부 원로신부도 이날 신자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마산 산호성당 회장을 역임한 정 씨는 "미사 자체를 막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미사에서 정권 퇴진 등 왜곡된 정치선동을 한다면 즉각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의구현사제단이 유신정권, 독재정권하에서 민주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며 "교회 내에서 사제들이 편향된 정치의식을 갖고 시국미사를 하는 것을 반대하는 신자들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국미사는 처음에는 마산 양덕성당에서 열릴 계획이었다.
이 성당은 교구장인 안명옥 주교의 주교좌(主敎座)가 있는 곳이다.
마산교구는 이 성당 주임 신부인 H신부를 지난 3일 자로 다른 성당으로 발령했다.
H신부는 정의구현사제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양덕성당에 새로 부임한 주임신부는 정의구현사제단에서 활동하지 않는다.
이후 시국미사 장소는 거제 고현성당에서 바뀌었다.
거제 고현성당 주임신부는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이다.
경찰은 "정의구현사제단이 전국을 돌며 시국미사를 열고 있는데 이날 미사 외 거리행진은 신고돼 있지 않아 큰 마찰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1974년 7월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된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 무효' 양심선언을 하고 구속된 것이 계기가 됐으며 김승훈·함세웅 신부 등 사제들과 평신도 등 1천200여 명이 그해 9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시국 선언을 발표하면서 출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