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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날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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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VERGREEN 작성일13-12-30 15:57 조회2,9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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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50년. 을씨년스러운 늦가을 어느 날, 바람에 낙엽이 쓸려 다니는 어스름 초저녁이다. 쌀쌀한 가을바람에 추위를 느껴 낡은 점퍼의 칼라를 한껏 올려 세운 움추린 모습의 한 청년이 시내 변두리의 빛바랜 간판의 어느 서점에 들어선다. 졸고 있던 주인은 그 청년을 보자 “어서 오세요”하고는 이내 눈을 다시 감는다. 인터넷 도서가 자리매김을 한 지금의 서점은 명맥만 유지할 뿐 구시대의 산물이 되어 전국 어디를 가나 찾아보기조차 힘들 정도다.


단골인 듯한 뿔테 안경을 쓴 초췌한 모습의 청년은 이 코너 저 코너에서 한동안 서성이더니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돌아서 나가다 문득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서점의 한 켠에서 옅은 먼지에 쌓여있는 책들을 발견하고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책의 제목들을 읽어 나가다가 한 순간 시니컬한 표정을 짓더니 그 중에서 다이제스트 판의 얇은 책을 한 권 뽑아들어 계산대에 섰다.


그는 졸업 후 10여 년간 교류가 없었던 고교 동창 A가 철도청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귓등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오늘 용기를 내어 A를 찾아 가야 하는 운명의 날이 올 줄 몰랐다. 청년은 동창 A에게 철로에서 잡일이라도 할 수 있는 비정규직 자리를 부탁하고 오는 길이었다. 한 때 3류대학에서 잠시 했던 학생운동으로 퇴학 당한 그는 평소 사회에 불만이 많았던 '불만 족'이었다. 그래서 청년은 철도노조가 파업하는 날이 오면 그때에 자신의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가 오리라고 자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철도청이 예전 같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그 철 밥통의 명성은 남아있었다. 솔직히 그의 계산엔 귀족 옆에 있으면 떨어지는 부스러기도 좀 낫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망설이다 찾아 간 것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었지만 세습이 아니면 티오가 없어 힘들다며 부드러운 웃음 속에 언뜻 경시하는 듯한 표정이 스쳐 지나가는 그 친구의 반응에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 친구 집안은 대대로 철 밥통이었다.  하긴 역사의 소규모 매점 뿐 아니라 자판기 하나라도 철도청 직원의 일가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연락을 달라는 청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미안하지만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이만 들어 가봐야겠다”고 양해를 구하며 이내 돌아서서 건물로 들어가는 A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찾아 갔던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몇 번 올려다보고 땅바닥을 몇 번이나 내려다보았다. 영원히 오지 않을 연락이었으며 영원히 다시 못 볼 친구였다.


기분 전환 삼아 무작정 서점에 들려 책을 사들고 집으로 왔지만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는 밥을 차려주겠다는 노모에게 밖에서 친구와 먹고 왔다고 말하곤 저녁밥으로 손수 라면을 끓였고 반주로  어제 먹다 반병 남은소주를 마시고는 4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넷마블의 서든어택에 접속하여 외출에서 돌아 온 울분의 ‘돌아 온 저격수’가 되었다.


새벽 2시경 잠자리에 들었지만 선뜻 잠이 오지 않아 30분가량을 뒤척이다 아까 서점에서 사온 책이 생각 나 누운 채 펼쳐들었다. 웃기는 제목을 보고 사긴 했지만 좌익과 운동권을 비하하는 흥미 없는 정치 얘기인지라 시종일관 냉소적인 표정으로 읽고 있는 그 책은 근현대 한국의 민주주의의 변천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내용 중에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3년에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인 분단국 대한민국은 60만 대군과 15만 경찰의 공권력을 쥐고도 정부는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야당에게도, 불법 파업을 자행하는 노조에게도 쩔쩔매고 끌려 다녔던 비폭력 평화주의 민주국가였다. 그것은 지구촌에 ‘새마을 운동’만큼이나 획기적인 유례를 남길 민주 체제였다. 그러나 당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국민의 절반쯤은 아직도 민주주의에 허기져 있는 기현상을 보였다”는 내용이다.


“공무를 집행중인 사복경찰을 불법파업 노동자들이 욕설과 멱살잡이로 마치 범죄자를 취급하듯 땅바닥에 주저앉혀 수갑을 뺏어 신분 확인을 하는 그 현장은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땅바닥에 주저앉는 믿기지 않는 현장이었다. 그렇게 시위대에 폭력을 당하면서도 한국의 공권력은 간디의 정신으로 비폭력-무저항주의를 실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몹쓸 현장이 TV로 전국에 방영되어도 경찰이나 정부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경찰의 멱살을 쥐고 끌고 다닌 그 불법 파업 노동자에 대한 처벌이 없었으니 그 시절은 법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불의를 소탈하게 웃고 넘기는 최고조의 민주주의를 구가하였다. 그들에겐 경찰의 위상도 자존심도 공권력의 집행 의지도 없었던 것이다. 공권력 집행에 대한 원칙은 박근혜정부의 원칙론에서 제외되었던 것이다”

책은 계속 이어진다.

“2013년 당시 한국의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의 정치를 가열 차게 하자’는 것이 전 야당의 기조였다. 여당이 되었을 때는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노조의 불법 파업엔 추상같았던 민주당이 정권을 잃은 야당이 될 때는 입장을 180도로 변신할 줄 아는 그 변복 술에 땅바닥을 기는 버러지도 탄복하였다는 전설적인 당이었다”


“민주당은 정당 해산 심판 중인 종북의 아이콘 통합진보당과 세상의 이목이 있어 잠시 거리를 두었으나 민노총이 주관하는 철도노조 불법 파업의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는 어느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 동지애를 과시 하였으니 그때그때 달라지는 다채로운 패턴의 정치적 기만술이 몹시 경이로웠다”고 책은 기술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장은 이렇게 적혀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정부가 독재정권이라고 한다면 민주투사 출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의 상식과 원칙과 정의가 뒤집혀진 붉은 민주주의 역시 다시 정의 해야만 한다”라고. 이어서


“김영삼의 5.18 뒤집기와 IMF 대란은 교만한 정치인의 자멸 극이 불러 온 국가의 부끄러운 위기였으며 그는 깃털처럼 가벼운 정치인이었다. 그리고 대북 정보기관을 와해시키면서 적장에게 군자금을 갖다 바쳐 노벨평화상이란 개인의 업적을 만든 햇볕정책의 김대중은 한반도를 먹구름으로 덮은 민주주의의 저승사자였다”


“반국가 운동권의 인권 변호사란 자아도취에 빠져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릇 된 신념을 버리지 못하고 반역적인 역사 살리기에 치중한 노무현은 NLL 마저 적장과 음모를 꾸민 좌익 날건달 정치꾼이며, 그 모든 사실과 증거를 보고도 눈 감고 귀 막고 덮어버린 비겁한 새 가슴 이명박의 정책으로 인해 국가가 오히려 내란 음모 빨갱이 이석기에게 도둑놈 취급을 당하기에 이르렀다”고 하면서


“이들은 모두 국가의 반역자들이요 태어나서는 안 될 매국노들임을 역사는 말한다. 이들이 만든 서푼어치의 가치도 없는 민주주의는 20년간 국민정신을 타락시키고 세계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단이 되었다. 두 번 다시 이 땅에 그와 같은 천박한 민주주의가 되살아나 선진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이 지체되는 아픔이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라며 필자는 정의하고 끝을 맺었다.


청년은 밤이 깊어지자 읽고 있던 책이 스르르 얼굴에 덮이면서 잠에 골아 떨어졌다. 얼굴을 덮고 펼쳐진 그 책의 제목은 ‘개 같은 날의 민주주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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