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청문회에 세우자

근엄한 얼굴로

펴든 손바닥 들고 선서하며

어떤 대답을 하는지

국회의원을 청문회에 세우자.

300명의 국회의원 청문을 하자면

백년이 더 걸릴지 모르지만

대를 이어가면서라도 하자

양파껍질 벗기듯 벗겨지는

추악한 모습을 보자면

국회의원 한 사람 청문이

1년은 더 걸릴 테니까

그들이 내쉬는 공기가 대기를 얼마나 오염시키는지

내뱉는 말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살생부가 되어 사람을 죽이는지

그들의 비들어진 사고가 국민과 국가를

얼마나 황폐화시키는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혈세를 얼마나 펑펑 써대는지.

세상에 테어날 때부터 마치 황제인양

국민 위에 군림하는지.

얼마나 교활하고 추악하고 기발한 수단으로

국민을 속이며 부와 권력을 움켜쥐는지.

국회의원을 청문회에 세우자

그 잘난 껍데기를 홀랑 벗겨보자

국민과 국가를 위해

국민과 국가를 위해

국민과 국가를 위해라고 가증스럽게 떠드는

그들의 입에서 나는 악취를 맡아보자

그들이 내세울 가장 큰 자랑거리는

뱃속에 가득 찬 똥덩어리

국회의사당은 거대한 분뇨통이다

분뇨를 국과수에 보내자

무엇을 먹었는지

국회의원을 청문회에 세우자

국회의원 청문이 국가개혁의 시작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민초들이여

국회의원을 청문할 민간기구를 만들자

군대는 다녀왔는지

논문 표절은 없는지

전과는 없는지

재산형성 과정은 어떤지

위장전입은 없는지

자식들 군대는 보냈는지

가족들 이중국적자는 없는지

탈세는 안했는지

차명 부동산은 없는지

뇌물은 안 받았는지

로비는 안했는지

바람은 안 피웠는지

도덕적 결함은 없는지

공약은지켰는지

해당 상임위 관련업체의 뒤는 안 봐 주었는지

양심은 가슴 안에 있는지

거짓말은 하지 않았는지

국가개혁의 첫발을

우리가 만들아가자

애국국민들이여

                - 이봉운시집  하얀 바다 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