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카자흐스탄에서 들려오는 매미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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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산 작성일13-08-15 12:51 조회3,664회 댓글0건관련링크
- http://카자흐스탄에서 보내 온 편지 855회 연결
- http://독립운동가 러시아 801회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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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맞아 카자흐스탄에서 보내 온 독립운동가 후손의 시 한편을 감상합시다.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하다 러시아로 쫓겨 가고, 거기서도 강제이주 당해 카자흐스탄으로 쫓겨 가던 도중 죽은 선조를 추모하는 詩.
- 매 미 -
박 흥 준
Ⅰ
카자흐스탄 알마타 알루에비코 거리엔
높이를 알 수없는 수림이 끝없이 펼쳐진다.
맴 맴 매앰 쏴아-
귀청을 찢어대는 매미소리 와아----
깃발들의 아우성 푸른 잎새들의 합창인가,
다클라마칸 사막 넘어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아,
머언 남쪽 천산산맥 만년설 칠천메터 연봉을 뛰어넘어
이자크 호수 큰 바다 물결 헤치고 오라.
이자크 호수 파도 출렁이며 오라.
Ⅱ
맴 맴 매미 영혼 석돌 매미는
김좌진 장군 밑에서 싸운 독립군 매미라네.
일군에 쫓겨 이르크스크 이만땅에 들어섰을 때,
볼쉐비키 홍군에 무장해제 되어
연해주에서 한때 밭갈이 하며 살았소.
고국 하늘 바라보고 허리 한번 펴보고 매미소리 들었지.
죽어서 매미로 환생하면 고향 땅에 날아 갈 수 있으련만,,,
맴 맴 매앰 1937년 8월,
연해주 조선족 19만 흰옷 입은 백성들이
카자흐스탄 8천키로 강제 이주 오던 날,
일군에 맞은 총상이 도져 낮선 땅에 누웠소.
황무지에 괭이 날 한번 꽃아 보지 못하고 흙이 되었소.
Ⅲ
맴 맴 매앰 독립군 석돌 매미,
떨리는 희열로 환생하여 처음 본 세상,
대지의 체온으로 풀끝엔 이슬이 맺혀 있고,
동 틀 녘 여명의 햇살
참 아름다운 세상 이슬방울 속에 다 들어 있었다.
맴 맴 매앰 석돌 매미 이슬방울 한 방울 따 먹고,
온 힘을 다하여 나무에 올랐다.
맴 맴 매앰
단 열나흘 간 지상의 노래 부르려
칠년 긴 세월 흙 속에서 몇 번이나 윤회하였나.
백계 러시아 아씨들의 슬픈 노래도
낙엽으로 떨어져 자작나무 숲 속에서 흙이 되어갔고,
볼쉐비키 혁명과 레닌 광장의 불길도
시베리아 벌판에 재가 되어 날아가 버렸네.
세월은 무상하지 매앰 맴
맴돌아 다시 서 있어도 무상하지.
Ⅳ
세월이 너무 흘러 이젠 고향도 고향 말도 잊어 버렸소.
황금빛 빛살은 나뭇잎에 출렁이고,
달콤한 수액은 오늘을 살아가는
기쁨으로 족하지 아니하오?
사랑의 노래야,
마음껏 푸른 하늘에 흰 구름으로 띄우자.
맴 맴 매앰
지난 세월 파문 속에 내 노래의 무늬,
나의 노래 기억하고 내게로 오는 어여쁜 아씨야!
검은 머리 댕기 풀어 오색구름
사랑 나누고 오늘은 또 오늘대로 창공을 날아가자.
먹구름 천둥너머 세찬 빗줄기에
부러지고 찢긴 날개.
다시 천년이 더 고통스러울 지라도
맴 맴 매앰 귓속에 맴도는 매미소리...
오늘도 사랑의 노래,
알마타 알루에비코 가로수 수림 위에서
푸른 물이 뚝뚝 듣는 여름노래를 부른다.
- 카자흐스탄에서 온 편지(2008.9.21. 동아누리에 닉네임 騎士 전재)
이 시의 작가 박흥준님이 돌아가시어 이분과 교우가 있던 騎士님이 ‘08년 9월 이 시를 전재하며 다음과 같은 추모의 글을 남겼다.
- 명복을 빕니다. 다시 매미가 되시어서 서울에 날아오셔서 내 집 앞 나무에서 노래해 주십시오. 그 나무 밑에 막걸리 한잔 부어 드리리다. 고추장 부칭개를 안주로 찢어서 놓아 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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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과 강으로 아늑하던 어린 날 시골 정경이 다시금 뚜렷이 살아오며,
특히나 저녁나절이면 목 놓아 우는 것 같던 그 매미소리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무언가 쏟아 내고픈 하소연이듯,
이 세상에 전하려는 애닯은 소식인양,, 그 높은 울음소리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일신의 안녕은 물론
사랑하는 가족과 지엄한 가문조차 다 벗어버리고 오로지 민족의 독립이라는,
차가운 꿈에 인생을 던진 선열들의 고혼이 매미로 환생한 줄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이역만리 풍찬노숙으로 쫓기며 떠돌다 끝내 이름 모를 길섶에서 홀로 무릎 꺾고 누울 적에,
혼이라도 고향땅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리움이 매미의 영혼에 실려 왔음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 독립운동으로 먼 이국땅에서 영원한 나그네가 된 동포의 그리움과 한을 추모하는 글을 보며, 광복절을 맞아 나도 그 뒷줄에 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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