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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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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VERGREEN 작성일13-08-02 11:20 조회2,817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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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박정희 정권 시절이었다. 정확한 사건 경위는 모르겠는데 아마 현해탄 납치사건 이 후일 것이다. TV에서 김대중의 간첩 혐의에 대하여 뉴스가 진행될 때 나의 어머니가 갑자기 “김대주이는 간첩이다”라고 하신다. 뉴스에서 그러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또 부화뇌동하는구나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막 밖에 놀러 나가는 길이었다. 어머님은 평소 말수가 거의 없고 몸집이 크고 성격이 단호했다. 그래서 별명이 여장부였다.


나는 안방 장롱에 달린 거울에서 빗질을 하며 별 생각없이 물었다. “엄마, 박정희는 어찌 생각하노?”하고 물으니 대뜸 “박대통령이야 훌륭하신 분이지. 얼굴상도 두꺼비상이라서 관상이 참 좋다. 나라를 위해서 그런 분이 정치를 해야 된다” 하시는 것이다. 나는 피식 웃고는 “나갔다 오께”하며 휑하니 볼일 보러 나갔었다. 20대였다.


TV는 거의 뉴스만 보시는 분이다. 그리고 평소 TV뉴스를 보시며 한마디씩 하실 때 어머님의 생각을 조금씩 알고는 있었다. 언제나 정부 여당 편이였다. 당시 나이가 좀 있는 국민들이야 거의 그랬을 것이다. 게다가 출신도 박정희와 같은 경북이시니 박정희 사랑에 있어서 더 이상 일러 무삼하리오. 소위 요즘말로 수구꼴통인데 긴 말해봐야 피곤하다. 여친을 만나러 나가는 나는 젊었거니...


그러다 세월이 흘러 전두환정권 시절이었다. 광주사태 이후였을 것이다. 60대 중반이신 나의 어머니가 TV뉴스를 보시며 담배를 한 대 무시더니 갑자기 하시는 말씀이 “김대주이는 빨개이다”하시며 예의 그 빨갱이 타령이 또 나오는 것이다. 그 때도 우리 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빨개이는 무슨...”하였다. 그러니 “맞다”하며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그런 말씀을 하실때는 언제나 시선이 나를 향하지 않고 웅크린 자세로 방바닥을 쳐다 보신다. 그래서 나는 “다 정부에서 정치적으로 빨개이로 몰아 세우는 거다. 저거 유리할라꼬. 집에만 있는 할매가 뭘 안다고...”하며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시끄럽다. 빨개이 맞다. 사형시키야 된다. 살리 놓으면 안된다.”하며 내 뱉듯 단호한 어조로 나의 말을 끊고 내 속을 긁는 것이다. “에이~ 시, 내 지금 나갈꺼니까 돈이나 도”하며 이층으로 옷 갈아입으러 올라갔다. 직업 없는 30대였다.


그 후 70이 넘으신 어느 날 5공 청문회 때 노무현이 명패를 던지며 소란이 일어나자. 하시는 말씀이 “지랄뺑하고 있네” 하신다. 또 어느 날은 문안차 집에 들렀을 때 TV에 김영삼이가 등장했다. 하시는 말씀이 “김영삼이는 가볍게 생깄다” 그라고 김대주이는 응큼하게 생깄다. 무슨일 저지를지 모른다. 저 둘이는 대통령감이 아이다. 나라 망친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허허...”하고 웃고 말았다. 그때는 나도 불혹의 나이였다.


긴 세월에 걸쳐 몇 마디 주고 받지 않았던 이 정치 대화만큼은 신기하리 만큼 까먹지 않고 지금까지도 간혹 떠 올린다. 아무리 외출하지 않고 사회활동도 하지 않고 나이가 많아도 어른의 깊은 심지에 비하면 젊었던 나는 천둥벌거숭이에 불과했구나 하고 말이다.

댓글목록

전야113님의 댓글

전야113 작성일

Evergreen님은 경상도
대구 출신 같아 보입니다 - 처음에는 경남인지 경북인지는 잘 알 수 없었으나,
어무이와 주고받는 대회에서 대구 출신 같다는 생각을 했지요
맞능교 ?

빨개이, 김대주이, 돈 이나 도 -

경남 부산 말씨와는 확실히 구분된다는 걸 느꼈네요? -
단.
존칭을 쓸 때는" 엄마->어무이" 돈 이나 도-> 돈 좀 주이소"
이럴 경우에는 의문이지만요 -

전야는
포항에서 태어나, 6.25가 나던 1950년 봄에 대구로 이사-
삼덕국민학교 입학 - 계성중학교 2학년1학기 마치고- 서울로 이사,  전학 -

만나서 반갑소 !
비슷한 연대같아서 ~~ 혹 대구계성 출신은 아니요 ?

EVERGREEN님의 댓글

EVERGREEN 작성일

전야113님 안녕하십니까? 전 오늘도 잠을 놓쳐서 한 두어시간 자고 병원갈려고 하던 참에 답글을 봤습니다. 전 부산입니다^^
(빨개이, 김대주이, 돈 이나 도 - ) (엄마->어무이" 돈 이나 도-> 돈 좀 주이소).....이 말씨는 전 경상도가 다 똑같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ㅎㅎ
단지 대구,경북과 부산 경남이 단어 구사가 거의 같으나 억양에서 좀 차이가 나더군요.
단어가 틀리는 예로서는ㅡ 와 이라노?(부산,경남).. 와 이카노?(대구, 경북) ㅡ 니 이라나?(부산,경남)..니 이카나?(대구,경북)

카더라통신은 대구,경북말씨에서 나온 말입니다(그 카더라)...부산,경남(그라더라) ㅎㅎㅎ

아~ 포항 말씨는 이렇더군요. ㅡ 모른다를 (모린다)라 하고, 야 이노무자슥아를(야인드라야)하더군요. 맞습니까? ^^

전야113님의 댓글

전야113 댓글의 댓글 작성일

그렇군요 ㅎㅇㅎ

부산 말씨는 
가야국 말씨의 흐름이 있는 것'같아 바닷내음이 나구요 ㅎ?ㅎ
대구 말씨는 
신라경주쪽 말씨 영향을 받은 것'가타  산속내음이 나구요 ㅋㅎㅋ

저의 경우에는,
부산은 참 자주 다닌 곳이기도 합니다
6.25때- 대학시절 해운대 해수욕장피서-
사회에 나와서는
부산세관 수출품 통관차 - 부평에 사시는 삼촌집- 동래온천장 농장에 할부지 만나려-
전택보씨의 천우사 수출품  보세가공업체 영도공장 방문-

암튼 반갑니더  !

ps.

포항에서
친한 친구에게 하는 말,
" 야 ~ 인떠라야 " -

대구는
" 야~ 일 마야 "

사실
어릴때 대구로 왔으니
포항 말씨는 나중에 구분하게 되었고,
서울에 와서는,
경상도 말씨를 쓴다고 친구들이 놀리던 기억 -

나로서는,
서울 동급생들이 사용하는 말이 왜그리 쌍스럽던지 그런 기억 -
서울 아이들 그때 사용하던 그 당시 욕-
" 야 ~ 핏때나네"

쌀 발음-
항상  쌀'을 살'이라 발음하니 다들 웃었구요

최성령님의 댓글

최성령 작성일

저는 60대의 초로입니다.

님의 어머니 생각은
저와 100% 판박이입니다.

"김영삼이는 가볍고
김대중은 응큼하다"는
촌철살인의 표현입니다.

참 무서운 안목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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